엄기호/나무연필

 

 
▲ 김정옥 사서
평택시립 안중도서관

‘2020년 책읽는 평택’ 후보도서로 선정된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는 오랫동안 인권운동을 해온 엄기호 작가의 ‘고통’에 대한 사려 깊은 이야기이다.

코로나 팬데믹 Pandemic 으로 세계는 전염에 대한 공포와 우리의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고통을 함께 하고 있다. 또한 지극히 당연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그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오랫동안 함께 해야 하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고통이 고통인 이유는 당사자가 느끼는 그 고통의 깊이와 아픔을 공유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국제 인권운동을 하면서 고통을 ‘마주 대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피해자를 만나고 고통을 다루면서였다. 이 책에서는 고통의 원인이나 고통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아니라, 고통을 겪은 이들의 주변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통을 겪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자신을 잘 알게 된다고 하지만 고통 속에 있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나의 고통을 아무리 얘기하고 소리쳐도 다른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이다. 1부에서는 우리 사회의 고통의 겪는 이들이 겪는 언어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고통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마법의 단어’는 없다. 하지만 다행히 그 고통이 만드는 외로움에 대해서는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

2부에서는 고통을 전시하고 소비해야만 주목받을 수 있는 고통의 사회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을 억눌러왔고 고통을 말하는 것은 나약한 것이라고 비난해 왔다. 다행히 최근 고통은 늘 상존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고통을 드러내는 방식이 그 고통을 더욱 세게 이야기하고 참담함을 강조해야 주목받을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고통을 겪는 이를 지원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고통의 곁에 선 이가 감당할 수 있도록 그 곁을 지키고 있는 사람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것은 궁극적으로는 고통을 겪는 이가 자기 고통의 곁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고통을 겪는 이가 그 고통에 함몰되지 않도록…….

또한 고통을 겪는 이가 고통의 곁에 서기 위해서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겪고 있는 고통 자체가 아니라 내가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언어가 필요하고 만들어져야 한다. 이것은 저자가 말하는 “자기 자신과 동행하는” 글쓰기가 될 수도 있고,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외로움”을 나누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살면서 고통이나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우리네 삶은 산도 넘고 강도 건너야 한다. 고통에 함몰되지 않도록 고통의 곁에 서서 적절한 언어로 말하는 연습, 그 고통의 곁에 선 이의 곁에서 서로를 지켜주는 우리로 한 발짝 더 다가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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