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2월 14일

오랫동안 신병 고쳐준다고
보름 동안 매일 수은 흡입

 

 

“남의 병을 고쳐준다고 하다가 도리어 사람을 죽이고 경찰서에 잡힌 자가 있다 경기도 진위군 현덕면 급목리에 사는 장원식(張元植,47)은 소관 평택서에 잡혀 방금 엄중한 취조를 받는 중인데, 이제 그 내용을 듣건데 (중략) 신병을 고쳐준다고 한 후에 매일 30분 동안 씩 수은 30 “몸메” 가량을 피워 그의 코에 넣어 주었는데 마침내 김사천은 그 수은에 중독이 되어 신병이 쾌차되기는 고사하고 도리어 지나간 14일에 무참히 사망하였음으로 필경 장원식은 과실치사죄로 그와 같이 경찰서에 잡힌 것이라더라.”(『동아일보』 1924년 2월 17일)

우리는 가끔 ‘돌팔이’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이는 ‘가짜’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원래 의미는 ‘제대로 된 자격이나 실력이 없이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다른 뜻으로는 ‘떠돌아다니며 학식을 파는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 어원은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돌다’라는 동사와 무당이 섬기는 바리데기 공주를 가리키는 ‘바리’가 합쳐져서 된 ‘돌바리무당’으로 알려져 있다.

‘돌팔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이른바 ‘돌팔이 의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는 ‘돌팔이 의사’라는 말이 회자되곤 한다. 돌팔이 의사에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 1924년 2월 14일 김사천이라는 사람이 희생자였다.

김사천은 오랫동안 원인을 알 수 없는 신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었다. 이 소문을 들은 장원식이 김사천을 찾아가 병을 고쳐준다고 장담하였다. 처방 법은 다름이 아닌 ‘수은’이었다. 수은은 금속이지만 의료용으로 자주 사용하였다. 그렇지만 잘못 사용하게 되면 목숨일 잃기도 한다.

장원식은 김사천에게 1월 21일부터 2월 4일까지 근 보름동안 매일 ‘수은 30 몸메’를 피워 김사천에게 코로 흡입토록 하였다. ‘몸메’는 일본식 단위로 1몸메는 3.75g에 해당한다. 매일 수은을 흡입한 김사천은 마침내 수은에 중독되어 2월 14일 장원식이 장담한 쾌차는 고사하고 허망하게 사망하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평택경찰서에 체포된 장원식은 과실치사죄로 입건되어 조사를 받았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사이비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일상이 된 듯하다. 요즘 사회는 점점 ‘돌팔이’가 많이 생산되는 구조이기도 하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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