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경험자가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위해서
인식개선 운동과 같은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 송순희 대표/화담

2012년 10월 소풍 가기 전날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딸은 허브랜드에서 사온 라벤더향초가 궁금해서 향초에 불을 피워 놀다가 옷에 불이 붙어 화상을 입었다. 119 구급차를 타고 평택 굿모닝병원에 갔지만, 정도가 너무 심해서 서울로 가야 한다는 말에 119 구급대원은 헬기를 수배해 주었고 우리는 헬기를 타고 한강성심병원으로 갔다. 병원으로 가는 동안 춥다고 말하는 딸에게 엄마인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병원에 도착해 바로 응급실로,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그때까지도 화상이 무엇인지, 왜 중환자실까지 들어가야 하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치료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앞으로 2달 정도 중환자실에 있어야 한다고 하는 교수의 이야기는 마치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인 것만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화상을 만나게 됐다.

마치 미라처럼 붕대를 감고 있던 딸은 중환자실에서 한 달이 넘도록 붕대를 풀지 못하고 있다가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붕대를 풀면서 일반 병실로 옮기게 됐다. 매일 하는 드레싱처치는 화상환자들에게는 지옥에 다녀오는 것 같은 고통이라고 표현한다. 그 고통의 드레싱을 견뎌야만 상처는 단단해진다. 그렇다고 사고 전의 피부로는 돌아갈 수 없다. 단단해진 피부는 구축을 하게 되고, 관절은 굽어져서 펴지지가 않는다. 일상을 위해서는 굽어진 관절을 펴는 수술과 재활치료가 반복된다. 또 이식한 피부의 후유증으로 소양증을 동반하게 되는데,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아 거의 매일을 소양증을 견디며 밤을 지새웠다. 8살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고통의 시간이었다. 8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화상의 상처는 온몸에 남아 있고, 구축된 피부로 기능장애 개선을 위해 지금도 피부 재건수술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피부 재건수술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화상치료를 하면서 병원 영수증을 받아 볼 때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기능장애의 개선을 위해서 하는 피부 재건수술이 미용성형이라서 비급여에 해당한다는 것과 화상 피부에 반흔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받는 피부 재활치료가 미용치료로 분류돼 비급여로 계산된다는 것이다. 또한 장기간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화상치료를 받는 대부분의 사람은 장애 판정을 받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화상은 장애 유형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안면화상을 입어야 안면장애 판정을 받을 수 있고, 손과 발이 절단되거나 손가락의 기능을 상실해야만, 지체장애 판정을 받을 수 있다. 피부의 60%가 화상을 입어 손실돼 그 피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평생을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야 하지만, 그것은 온전히 개인과 그 가족이 감당해야만 하는 몫이다.

특히, 외모 지상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화상경험자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화상 사고를 겪은 화상경험자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전반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화상을 만난 딸의 엄마는 이 사회의 시선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불합리한 건강보험 규정이 바뀌기를 바라며 우리의 이야기를 하자고 생각했으며,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라는 책을 통해 “화상경험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역을 순회하며 북콘서트를 열고 화상에 대해 알리며 ‘화담’이라는 예비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화상경험자들이 설 자리를 마련하고 많은 사람에게 화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화상경험자가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위해서 인식개선 운동과 같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기에 지금도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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