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남이 장에 가니까
거름통 메고 따라가는 식의
평택애향가 개정은 반대한다

 

 
▲ 유광수 전 고문
현덕청심회

“바라보면 가이없는 천리 평야에 비단위에 무늬처럼 고운 솔 뫼들~” ‘평택애향가’의 첫 구절이다. 평택은 지역이 평탄해 누구나 고르고 윤택하게 사는 곳이고, 애향가와 같이 비단의 무늬인 양 높지도 않은 산들이 곳곳에 솔 뫼를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평야에 진위천과 안성천이 하나로 만나 서해바다 물결이 굽이치는 곳이다.

1953년 우리 선조들은 이와 같은 천혜의 경치를 노래로 작사, 작곡해 ‘평택애향가’를 제정했고, 모든 행사에서는 항상 합창을 했다. 내 나이 80에 이르러 기억한다면 6.25전쟁이 막바지이던 시절 우리 농촌과 국민이 모두 살기가 팍팍하고 힘들던 때 농촌에서는 농사용 비료가 부족해 퇴비 증산이라는 정책으로 농민들을 독려하고 농가마다 퇴비장을 설치했다. 척봉을 옆에 꽂아놓고 풀씨들이 나오기 전인 여름철에 새벽부터 나아가 풀베기를 끝내고 나면, 평택군청과 경기도청에서 집집마다 다니며 심사하고 1등을 한 마을에는 비료를 상품으로 줬다. 당시 우리 집 사랑마루 벽에는 퇴비 증산구호와 함께 4절까지 붓으로 써 내려간 ‘평택애향가’ 가사가 붙어있던 것을 생생히 기억하고 당시 평택중학교 1학년인 나는 학교에서 애향가를 배우고 불렀다.

그런데 평택시는 최근 평택애향가를 불러왔던 세대들에게는 한마디 언급 또는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친일 인사가 작곡했다는 이유로 애향가를 대신할 새로운 평택시민의 노래를 만들기 위해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평택애향가에 나오는 훌륭한 가사의 작사자는 친일파가 아닌 우리나라 농촌 운동의 선구자이고 교육자이며, 문학가로 존경받는 유달영 선생이다. 지면 관계로 그 가사 전부를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우나,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내용의 노랫말이라 자부할 수 있다.

우리 평택은 전국적으로 가뭄과 수해 피해가 거의 없는 곡창지대이며, 어업이 발달한 산자수려山紫水麗한 천혜의 지역이다. 그런 훌륭한 내용의 노랫말은 무시하고 단순히 친일 작곡자라는 이유로 죄 없는 노랫말마저 사장시키려는 것은 반대한다. 평택애향가가 있는데도 새로운 평택의 노래를 만들려는 것에는 절대적으로 반대한다. 작곡이 문제라면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노랫말은 살리고, 많은 시민들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작곡을 새롭게 하는 데는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코로나19로 국민들의 생활이 팍팍하고, 2년 후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시기에 엉뚱한 발상으로 평택애향가 교체 또는 평택 시민의 노래 신설 등을 운운하는 것은 시의에 맞지 않고 평택시민, 고향 사람들의 정서와 바람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반드시 필요하다면 그 시대를 살아온 세대를 포함해 많은 시민들의 공론화를 통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채택해야 한다. 지금 청소년들이 ‘평택애향가’ 자체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70여년을 불러온 평택애향가를 적극적으로 보급하지도 못하면서 역사성도 모르는 사람 몇몇이 모여 형식적으로 공론화하는 형식만 갖춰 개정 또는 신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기도와 정부, 그리고 다른 지자체에서 친일청산을 한다니까 심도 있는 검토 없이 우리도 따라 한다는 것은 ‘남이 장에 가니까 거름통 메고 따라간다’는 우리 속담을 연상케 하는 것으로, 급하지도 않은 일을 즉흥적으로 결정·처리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만약 개정 또는 새로운 평택의 노래 제정이 불가피하다면, 친일 작곡가가 만든 곡은 개정하더라도 내용이 훌륭하고 아름다운 가사는 존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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