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8월 1일,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5차례 공연
김숙자·권향자·김경희 배우로 출연, 자신의 경험 담아내


 

 

 

기지촌 여성이 직접 출연해 그들의 삶을 담아낸 연극 ‘문밖에서’가 지난 8월 1일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극단 해인과 프로젝트 타브(TAV)가 두산아트센터와 공동 기획한 연극 ‘문밖에서’는 7월 25일 개막해 8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5차례에 걸쳐 관객과 함께 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과거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일대에서 기지촌 여성의 삶을 살았던 김숙자(71세), 권향자(81세), 김경희(72세) 할머니가 배우로 직접 무대에 올라 많은 이에게 감동을 전했다.

극단 해인은 ‘일곱집매’, ‘그대 있는 곳까지’, ‘문밖에서’ 등 연극을 기획하며 미군 위안부 출신 여성 노인들의 삶을 표현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극단 해인 대표 이양구 연출가는 “연극을 통해 기지촌 여성의 이야기와 그 경험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과 구조를 드러내는 작가의 대사를 결합해 총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이번 공연에는 순수하게 연기자로서 할머니들을 섭외했다. 표현력이 상당히 좋았고, 연기자로서의 매력이 충분히 있었기에 섭외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극 ‘문밖에서’는 기지촌 여성으로 살면서 겪은 김숙자, 권향자, 김경희 배우의 경험을 그들이 직접 무대 위에서 구술하도록 해 당시 상황과 감정을 생생히 전달했다.

또 지난 2012년 ‘일곱집매’부터 함께 해왔던 배우를 대거 섭외해 작가의 해석이 담긴 대사를 정교하게 재현하도록 했다.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기지촌에서 일했던 노인 여성 ‘금옥’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줄거리는 금옥의 국화회 동료들과 미군 여성 조이스가 만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전개된다.

매일 술로 하루를 지내다가 죽은 지 며칠 만에 발견된 금옥은 1970년대 기지촌이 어떤 곳인지도 잘 모를 만큼 어린 18살의 나이에 안정리 클럽에서 일을 시작했다. 먹고 살기 급급했던 시절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로 먼 곳에 왔지만, 자신도 모르는 빚만 쌓은 채 상처로 가득한 삶을 보내다 떠났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배 밭에 나가 일하는 그녀의 동료들은 보람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제까지 일 할 수 있을지 불안해한다. 나이가 들고 서로 의지하며 노년의 삶을 보내는 기지촌 여성의 자화상이다.

극중에는 흔히 ‘몽키하우스’로 불리던 성병관리소 직원들의 토벌과 기지촌 클럽, 기지촌 여성 자치회 ‘국화회’ 등과 관련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는 당시 기지촌 여성의 삶을 조금이나마 짐작케 했다.

연극 ‘문밖에서’는 이러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표현을 통해 여성 노인들이 살아온 과거와 현재, 그리고 여생의 과제를 일과 가치라는 측면에서 주목했다.

마지막 공연이 끝난 뒤에는 김숙자, 권향자, 김경희 배우와 이양구 연출가, 우순덕 햇살사회복지회 대표, 이승현 KBS PD가 함께 한 ‘관객과의 대화’가 최설화 배우의 사회로 진행됐다.

출연진 중 최고령인 권향자 배우는 “처음에는 출연을 거부했지만, 배우들이 우릴 위해 매주 한 번씩 평택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고 마음을 열었다”며, “아무 일 없이 끝나서 좋다. 관객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시원시원하면서도 거침없는 연기로 웃음을 자아낸 김경희 배우는 “이 무대는 우리에게 행운과도 같다. 나도 이럴 수가 있구나, 관객들이 나를 봐 주는구나 느껴 참 좋았다”며, “배우로 출연하니 예쁘게 화장도 하고, 좋은 호텔에서 잠도 자고 이 나이에 이렇게 활동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2002년 평택에 내려온 이후 기지촌 여성들의 활동을 지원해 온 우순덕 햇살사회복지회 대표는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며 짧은 당부의 인사를 전했다.

2012년 노지향 연출가의 ‘숙자이야기’를 통해 가장 먼저 연극을 시작한 김숙자 배우는 “가슴에 무거운 짐이 바위처럼 있었는데 연극을 하면서 그 바위가 자갈이 됐다. 내 인생도 이렇게 변화할 수 있구나, 내 인생도 남에게 감동을 줄 수 있구나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전하면서 “나이가 더 들어서도 연기를 하고 싶고, 우리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며 향후 활동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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