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할 때만 손잡지 말고,
주민 피해 보상 철저히 해야”

 

市의회 평택미군기지연구회, 7월 30일 현장 견학
K-55, K-6기지 주변 사건사고 발생지역 둘러봐
주한미군과 상생·협력 위해 사건사고 잘 대응해야

 

 

 

평택시의회 평택미군기지연구회가 지난 7월 30일 지역 미군기지 주변 현장견학을 진행했다. 평택미군기지연구회는 이번 활동을 통해 미군기지로 인해 발생한 사건사고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그 실태를 파악했다.

이날 현장견학에는 이종한·유승영·최은영·권현미 평택시의회 의원과 강미 평택평화센터장, 임윤경 사무국장 등 평택미군기지연구회 회원이 참석했다. 또 주한미군 사건사고로 인한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평택시 한미국제교류과·주민지원과·환경정책과·환경지도과·하수과, 평택시의회 의사팀·전문위원실·입법홍보팀 등 공직자 10여 명이 함께했다.

평택미군기지연구회는 이날 ▲레이더가 기습 설치돼 논란이 일었던 신장1동 주택가 ▲서탄면 장등리 옹벽 침수 피해 현장 ▲탄약고 공사 현장 등 K-55 평택오산미공군기지 주변 지역, ▲팽성읍 송화리 팽성공공하수처리시설 ▲도두리 벼 피해 현장 등 K-6 캠프험프리스 주변을 둘러봤다.

이날 이종한 평택시의회 평택미군기지연구회 대표의원은 “우리는 주한미군에 매해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으며, 우리도 이에 대해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현장견학이 현재가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사건사고를 하나하나 대응해나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주한미군 평택시대’ 명明과 암暗

주한미군사령부와 미 7사단이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주한미군 평택시대’가 개막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 2018년 6월 29일 서울 용산에서 평택시 팽성읍 K-6 캠프험프리스로 청사를 이전하면서 용산 미군기지 평택이전 핵심 사업을 모두 마무리했다. 주한미군 평택 이전이 결정되면서 제정된 ‘평택지원특별법’은 한시법이지만, 평택의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캠퍼스의 입주와 고덕국제신도시, 브레인시티 개발 등 52만 평택시가 도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한 축이 된 만큼 주한미군과 상생하기 위한 움직임도 계속됐다. 평택시는 지난해 6월 ‘제1회 한미어울림축제’를 개최하고, 평택시립 배다리도서관 ‘아메리칸코너’ 설립, ‘굿네이버 프로그램’ 운영, 주요 지휘관의 명예시민 선정 등 주한미군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주한미군으로 인한 각종 사건사고도 끊임없이 발생해왔다. 주한미군사령부가 내려오기 전부터 사드 배치, 생화학무기실험, 군 소음 피해 등 논란이 지속됐다. 주민이 직접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 K-55 평택오산미군기지 옹벽으로 인한 장등리 침수 피해와 신장1동 주택가 인근 레이더 기습 설치, K-6 캠프험프리스 야간조명으로 벼 피해 등이 대표 사례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례를 살펴보면 주한미군에 의한 피해가 발생해도 실질적인 보상을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주한미군과의 진정한 상생·협력을 위해 이와 같은 피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아내고, 향후 개선점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날 현장견학은 주한미군과의 진정한 상생·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신장1동 주택가 레이더 기습설치

THAAD 사드(종말고고도지역방어체계) 배치 찬반 논쟁으로 시끄러웠던 2017년 주한미군이 신장1동 주택가와 불과 20미터 떨어진 거리에 레이더를 설치해 큰 논란이 일었다. 당시 설치된 레이더는 주한미군 해병대가 훈련 목적으로 설치한 대공 감시 이동형 레이더였다. 주민들은 레이더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전자파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고, 시민단체도 규탄에 나섰다. 그러자 주한미군 7공군사령부는 문제 제기가 이어진 지 한 달여 만인 2017년 6월 26일 레이더를 부대 내 다른 장소로 옮겼다.

하지만 문제는 주한미군이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주택가 인근에 주민 피해가 예상되는 레이더를 설치했다는 점이다. 이날 현장에서 미군기지 감시 활동을 오랜 기간 펼쳐온 임윤경 평택평화센터 사무국장은 “당시 미군은 우리 정부와 평택시에 아무런 협의 없이 레이더를 기습 설치했다”며, “지금도 미군기지 내에서 발생한 소음이 주택가로 전달되고 있다. 당시 레이더에서는 이보다 100배가량 큰 소음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 서탄면 장등리 옹벽 침수 피해

신장1동 레이더 기습설치 논란이 일고 난 바로 다음 달에는 주한미군이 세운 콘크리트 옹벽으로 인해 인근 서탄면 장등리의 주택과 농경지, 차량 등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해당 지역은 비가 내리면 미군기지 쪽으로 자연배수 됐지만, 옹벽이 생기면서 물길이 막히자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지역 주민들은 침수를 우려해 3미터 간격으로 배수구를 뚫어달라고 했지만, 미군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며 큰 피해를 본 한 주민은 대한민국 정부와 평택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은 3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제4-3민사부는 올해 7월 23일 대한민국 정부와 평택시가 공동으로 보상금과 발생 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피해 규모와 비교해 보상금은 턱없이 부족해 해당 주민의 고통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침수됐던 장등리 일대는 현재 평택시가 지반을 높여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강공사를 했지만, 옹벽 주변 지반이 약해져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 이 사건은 평택시가 최초로 미군 측에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평택시와 미군 측의 최종 합의점이 어떻게 도출될지 지역사회가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 팽성공공하수처리시설 불명수 유입

지난 2018년에는 2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팽성공공하수처리시설에 성분을 알 수 없는 불명수가 유입됐다. 불명수는 K-6 캠프험프리스 부대에서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주한미군 측은 보안을 이유로 기지 내부 점검을 거부했고, 평택시는 오염물질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류수를 배출해 과태료를 떠안았다.

평택시는 이후 방류수 수질 초과에 대비하기 위해 7억 원을 투입, 한국환경공단 진단에 따라 팽성공공하수처리시설을 개선했다. 또 미 8군 사령부와 캠프험프리스기지 사령관에게 7차례에 걸쳐 개선을 요구하고, 정부 부처에 SOFA 소파 환경분과위원회 상정을 요청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날 김덕형 평택시 하수과장은 “평택시가 과태료를 부과한 뒤 미군 측에 예산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계속 협의할 계획”이라며, “부대 내부에서 하수관으로 배출된 부동액 등을 불명수 유입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빗물을 배출하는 우수관으로 흘러들면 안성천으로 그대로 흘러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한·유승영 평택시의회 의원과 평택평화센터 관계자 등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단체가 환경문제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정치인들이 SOFA 소파 환경분과위원회 상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는 등 민·관·정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 야간조명으로 인한 농민 벼 피해

지난해 11월에는 K-6 캠프험프리스 철조망 둘레에 야간에도 켜놓은 조명으로 인해 인근 논의 벼가 제대로 익지 않아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대책 마련을 요구해도 주한미군 측이 민원을 받아들이지 않자 주민들은 분노했다. 결국 평택평화시민행동과 도두리벼피해 주민일동은 11월 19일 피해가 발생한 도두리 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에 강력히 항의했다.

이날 팽성읍 도두리 일대 K-6 캠프험프리스 철조망 둘레를 살피는 과정에서 평택시에서 설치한 가로등에는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가림막이 설치된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군기지 가로등에는 어떠한 보조 장치도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설상가상 철조망 밖으로는 미군 측이 농작물을 심지 못하도록 박아놓은 경계석이 보였다. 임윤경 평택평화센터 사무국장은 “주민들이 ‘생육기간인 6~8월만 조명을 줄여주면 안 되겠냐’, ‘특정 시간에만 조명을 꺼달라’며 요청했지만, 주한미군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며, “현재 주민들이 직접 소송을 걸었다. 판사가 직접 현장검증을 나오는 등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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