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 침수 확인, 8월 2~3일 강우에 침수된 것으로 예측
사료 복구 허점 수두룩, 보존처리 전문가 의견 뒤늦게 들어
기증·구입 사료 검증 필요, 명창 모흥갑 사료 목록 못 밝혀


 

▲ 침수 피해를 입어 한국소리터 두드림동 연습실에 펼쳐 놓은 한국근현대음악관 소장 LP음반과 케이스

 

평택시가 현덕면 권관리 한국소리터에 ‘한국근현대음악관’을 조성하기 위해 확보한 사료 3000여점이 8월초 장마에 침수 피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침수 피해를 입은 사료는 평택시가 국악 현대화의 선각자 지영희 선생을 비롯해 평택 출신 민족음악가들의 업적을 기리고, 한국 근현대 음악을 학습·체험·연구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조성 중인 한국근현대음악관 소장 클래식 LP 음반 3000여장 등이다.

8월 11일 평택시에 따르면 “지속된 폭우로 인해 한국소리터 어울림동 1층 한국근현대음악관 보관실 벽면과 문틈으로 빗물이 들어가 보관 중인 자료 일부분이 물에 젖은 상황을 8월 5일 확인했다”며, “당일 발견 즉시 자료를 어울림동과 두드림동의 안전한 공간으로 옮겨 복구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국소리터 어울림동 1층 보관실은 시설 개보수 직전까지 보일러실로 사용되어온 공간이다.

기상청 관측 통계에 따르면 평택시 현덕면 일원는 ▲8월 2일 하루 평균 71.5㎜ ▲8월 3일 186.5㎜ ▲8월 4일 1.5㎜ ▲8월 5일 3.5㎜의 강우량을 보였다. 8월 4일과 5일 각각 하루 평균 강우량이 1.5㎜와 3.5㎜에 그쳐 실제로 소장 사료가 침수 피해를 입은 것은 하루 평균 강우량 71.5㎜와 186.5㎜를 기록한 8월 2일과 3일인 것으로 예측된다.

이 경우 평택시가 침수 피해를 처음 확인한 8월 5일보다 2~3일 앞서 보관해온 사료가 물어 젖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근현대음악관 조성을 추진 중인 평택시 관광과의 초기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평택시는 “유물 보존 전문가의 자문을 통한 자료복구 매뉴얼을 적용해 사료 복구를 하는데 곰팡이 발생 방지가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단 시간 내 건조를 위해 바닥에 미약한 열을 가하고 통풍과 제습작업을 동시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자료 복구가 99% 완료된 상태로 건조 후 사료에 약품처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P 음반은 레코드판과 중앙에 부착된 곡 해설 레이블, 지류로 된 케이스와 해설지로 구성돼 침수 피해를 입은 사료를 복원할 때는 반드시 보존처리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야 한다.

평택시는 침수 확인 직후 유물 보존학 또는 보존처리 전문가의 현장 자문을 받아 사료를 복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틀이 경과한 8월 7일에서야 유물보존학 박사를 현장에 방문하도록 했다. 침수가 시작된 시점으로 볼 경우 4~5일이 지난 이후에 전문가 자문을 얻은 셈이다.

침수 확인 당일인 8월 5일 A 연구회 자문과 다음날 평택시 문화예술과 학예사 자문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보존처리 전문가의 자문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사료의 변형·변질을 초래할 수 있는 건조 작업에 행정직 공무원 등을 동원해 처리했다는 것은 상식이하의 행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평택시사신문> 기자가 한국소리터를 방문한 8월 7일 오전 9시경 어울림동과 두드림동에 각각 나눠 펼쳐놓은 사료들은 반듯하게 펼치지 않은 상태에서 천장형 시스템에어컨에 의존해 건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지류의 경우 변형과 흡착 현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LP 음반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원인이 습기와 먼지이기 때문에 고가의 희귀성 LP 음반의 경우 초음파 진동과 브러시 기능이 있는 기계식 세척기로 관리하는데 침수 피해를 입은 음반을 사실상 건조하는 수준에서 복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류인 레이블, 케이스, 해설지 등을 원형이 아닌 뒤틀린 상태에서 복원하거나 해설지의 경우 낱장이 아닌 여러 장을 동시에 건조할 경우 흡착 현상이 진행된다는 점을 간과한 상태에서 복원이 진행됐다.

평택시가 기증받거나 구입한 한국근현대음악관 소장 사료에 대한 실제적 검증도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평택시가 <평택시사신문>에 제공한 한국근현대음악관 소장 사료 현황에는 평택향토음악자료에 조선후기 순조~헌종~철종 때 8명창 중 고동상성鼓動上聲에 능했던 진위振威 출신 판소리 명창 모흥갑 관련 사료가 있는 것으로 표기됐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사료인지에 대서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 남아있는 모흥갑 관련 유물로 알려진 것은 서울대학교 박물관 소장 ‘평양성도 모홍갑판소리도’가 거의 유일한 것으로 판소리 명창 모흥갑이 평양감사 부임도중 판소리하는 장면을 그린 한국화이다.

모흥갑 관련 희귀 유물을 한국근현대음악관에 소장하고 있다면 이를 널리 홍보하고 문화재 지정 등을 추진해야 할 상황이지 이를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국악계 저명인사 A 모(남) 씨는 “이번 침수 피해로 인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평택시의 사료관리 부재는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이 같은 과정이 생략된다면 평택시가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고장으로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도 빛을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혀 평택시의 대책 마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한국근현대음악관 조성을 위해 한국소리터 어울림동 3층 리모델링 진행 과정에 비닐막을 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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