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호 글, 최수정 그림/리잼

 

▲ 권혜림 사서
평택시립 지산초록도서관

비밀. 숨기어 남에게 드러내거나 알리지 말아야 할 일. 갑자기 생겨버린 사소한 비밀부터 오랜 시간 마음속에 숨겨두는 큰 비밀까지, 아마 비밀이 없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런 크고 작은 비밀들을 누군가는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어 평생 말하지 않을 수도 있고,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입 밖으로 털어놓을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있지만 시원하게 털어놓기 어려운 비밀, 이런 비밀들은 마음 속 어디에 있을까라는 흥미로운 상상이 이끄는 동화 한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비밀이 생겨나면 비밀들은 한 장소로 모이는데 바로 비밀이 사는 아파트이다. 이 아파트 속의 비밀들은 비밀의 주인에 따라 생김새도 사는 곳도 다르다. 어두운 색을 가진 나쁜 비밀들은 빛이 들지 않는 지하에 살고 있는 반면, 밝은 곳에 사는 비밀들도 있다. 일명 착한 비밀들인데 나쁜 비밀과는 다르게 노랑이나 분홍같이 다양한 색을 가진다.

그중 노랑 비밀인 엉덩이 비밀은 귀여운 비밀이다. 엉덩이 비밀의 주인은 초등학생 영호인데, 영호는 엉덩이에 사마귀가 난 것을 마음속에 숨긴 후 엉덩이 비밀이 생겨났다. 서로 아는 체 하지 않는 다른 비밀들과 다르게 이 귀여운 엉덩이 비밀에겐 친구가 있는데 바로 주머니 비밀이다.

주머니 비밀의 주인은 화영으로, 스물 셋 청년인 화영은 사고로 몸에 마비가 생겨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오줌주머니를 달고 생활하게 된 화영은 오줌주머니를 다른 사람에게 숨기면서 주머니 비밀이 생기게 되었다. 이 두 비밀은 주인의 마음과는 다르게 비밀을 밝히고 아파트를 떠나 자유를 찾고 싶어 하고, 서로의 비밀을 공유한다. 비밀들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비밀의 주인이 비밀을 세상에 꺼내놓는 것. 과연 엉덩이 비밀과 주머니 비밀은 이 아파트를 떠나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의 작가 허용호는 스물 셋의 나이에 사고로 하반신 마비라는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퇴원 후 1년간은 장애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워 크게 절망했지만 그는 힘든 일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고 말한다. 이후 많은 장애인 친구들을 만나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그들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이 힘든 일을 가진 사람에게는 위로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 어린 마음을 내비치면서도, 작가는 긍정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말한다. 이런 작가의 긍정적이고 단단한 마음덕분에 작가의 비밀이 자유를 얻을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지금 털어버리고 싶지만 망설여지는 비밀이 있다면, 그 하나쯤에겐 자유를 줄 수 있는 용기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인생에서 시련은 배움을 위한 도구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련은 태어나기 전에 미리 계획한다’ 어느 책에서 본 구절입니다. 나는 이 말을 믿습니다. 장애를 통해 육체보다는 영혼의 중요함을 알았고, 사람들이 나에게 보내는 관심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고,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같이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평범한 사람을 살았다면 알지 못했을 것들입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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