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소통구조를
구축한다면
불투명한 현재의 관계를
해소할 수 있을 것

 

 
▲ 강미 센터장
평택평화센터

긴 장마로 인해 집안에 곰팡이가 생겼다. 그 곰팡이를 그냥 두면 썩게 되고, 균의 뿌리까지 제거해야 다시 피지 않는 것을 알기에 곰팡이를 제거하면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방법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아 확인 불가능하다는 것이 내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올해 함께 하고 있는 평택시의회 미군기지연구회에서 평택의 미군기지 두 곳을 둘러보며 어떤 일이 있었고, 재발 방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담당 공무원과 함께 현장을 돌아보며 평택지역에서 미군기지가 주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탄약고의 규모에 놀라고,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괜찮은지, 혹시나 모를 사고가 났을 때 대응책은 준비가 되어 주민에게 알리고 있는지, 전자파가 위험 수위를 넘어선 레이더를 주민들 거주지 바로 옆에 설치하면서도 아무런 대책도 없었던 점, 주민들의 항의도 무시됐던 점, 기지 옹벽공사와 관련해 침수에 대한 우려를 계속 건의했음에도 결국 큰 침수피해를 입은 뒤에야 조치를 취하게 된 점, 하수처리를 하지만 하수의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평택시가 벌금을 내게 된 점, 24시간 켜진 기지의 환한 가로등으로 벼 작물 피해를 입은 농민들이 직접 나서서 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사정 등 주로 사고가 났었던 곳을 자세히 둘러보며 평택시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함께 모색하는 일정이었다.

부평미군기지 정화현장을 견학하면서 알게 됐지만, 정화를 잘 하는 것보다도 이전에 오염을 방지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 예산절감 차원에서도 그렇다. 부평미군기지 한 구역의 정화비용만 600억 원 규모라고 하니, K-6 캠프험프리스가 133배쯤 더 넓은 것을 감안하면 이후 정화비용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안된다’고 들었으니, 현실적으로 기지주변 둘러보기를 통해 알게 된 주민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이후의 문제에 대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먼저, 평택시의 미군기지 관련 업무가 여러 담당과로 분산돼 있어 이것을 통합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군기지와 주민 생활과 관련한 한미협력과, 하수과, 환경지도과, 환경정책과와 평택시의회 등이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영향을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 SOFA규정 같은 것을 지역적 상황에 맞게 개정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군기지와의 소통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서 우리시 내부적으로 우선 연결돼 있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거나 활동을 할 때 효과적일 것이다. 하나의 부서로 통합하기가 어렵다면 각 부서가 정기 회의를 통해 점검하고 대응책을 함께 마련하면 사건이 생겼을 때만 하는 대응 외에 효과적인 정책 마련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불투명한 정보 공유에서 오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평택시는 한미협력을 중요한 과제와 장점으로 생각하고 있고, 이를 위한 다방면의 정책 사업을 세우고 있다. 시장이 직접 사령관과 소통하고 있다는 것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져 있다. 평택의 미군기지는 규모가 커진 만큼 더욱더 직접적으로 평택시민에게 많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당장 코로나 대응 문제에서도 시민 모두가 예민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소통이 필요하다. 사건사고가 아니라 일상적인 주한미군 군사훈련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주민이 있고, 다방면으로 주한미군과 함께 살아가는 주민이 있다. 기지안의 사람들과 밖의 사람들이 소통하는 것이 지금까지는 특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만의 이야기였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통로만 많았다면 이젠 주민의 입장에서 불편함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고 확인이 불가능한 것이 아닌 다른 방식의 소통이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길 소망한다. 그것은 기지안의 사람들에게도, 주민에게도 해당하는 일이다. 시민과 함께 하는 적절한 소통구조를 구축한다면 불투명한 현재의 관계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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