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제희/샘터

 

 

   
▲ 손수민 사서
지산초록도서관

누구나 한 번씩은 러시아의 고대문학 유명작가인 ‘도스토옙스키’라는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어렸을 적 나에게 ‘도스토옙스키’란, 아버지의 서재에 꽂혀있던 핑크빛이 도는 투박한 표지의 두꺼운 책들의 작가였다.

이 작가의 대표작들인 <카라마조프네 형제들>,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등 책들 제목과 주인공 이름조차도 외우기 힘들고 글 내용이 촘촘하게 많은 편인지라 한 페이지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바로 덮었던 몹시 어렵고 힘든 책들이었다.

그 당시 어린 나는 아버지가 왜 이런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책들을 왜 직접 구입까지 해서 보관을 해두셨을까 싶었다. 그러나 이 작가의 작품에 대해선 아주 단순하게 어렵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기억이 자리 잡혀 있었다.

최근에 신간도서 서가를 둘러보다가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의 책을 손에 쥐게 됐는데 나름(?) 인생의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30대 초반의 나이. 유년시절엔 관심도 없었던 고대문학에 슬슬 눈길이 가는 진짜 어른으로 성장해가고 있는 나이인 나를 보며 놀라기도 했다.

그 어려웠던 작가 <도스토옙스키>라니. 반갑기도 했고, 이 책의 목록을 보면서 공감할 만한 직장인의 삶의 애환이 담겨져 있어 고전시대의 사람들은 삶에 대한 애환을 어떻게 풀어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또한 작가가 ‘도스토옙스키’의 철학과 고결한 문학적 표현들을 본인만의 글로 잘 풀어내어 나름 쉽게 볼 수 있는 기회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나에게도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였다. 이 책에서는 나처럼 이 작가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독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그 중 직장인의 삶의 애환을 공감할 수 있는 몇 개의 단편만을 선정하여 친절하게 단편 속의 주인공들의 일러스트와 이름을 적어주면서 이해가 쉽게 풀어내었다. 즉, 일상 속의 도스도옙스키와 만나는 느낌이랄까?

만약 ‘서른 살’ ‘퇴사’ ‘직장 생활의 우선순위’ ‘세입자’ ‘자기 자신’ ‘친구’ ‘갑을관계’ ‘까칠함’ ‘소심함’ ‘인생의 주도권’ ‘가족 같은’ 등 제시한 키워드들 중에 혹하는 게 있다면, 200년 전 러시아의 고전문학을 통해서 살펴보는 것도 굉장한 재미와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을 덮으며 다시 한 번 지금 내가 마주친 상황에 대해 공감 및 위로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며, 내가 지금 시대에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이 책으로 어느 정도 내 스스로 풀어낼 수 있는 기회는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생각을 달리 해볼 수 있을 기회랄까.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도전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또한 삶의 애환을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심스레 이 한 권의 책으로<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를 추천해주고 싶다. 이 후에 본격적으로 이름만으로도 어려운 ’도스토옙스키‘ 문학을 조금씩 본격적으로 접해본다면 어떨까? 고전문학의 생각지 못했던 매력에 조금씩 빠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초고속 열혈 퇴사 후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를 읽다가 다시 직장인이 되었다. 글을 써야 하므로 직장 따위 어디든 상관없다 장담했으나,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여 뼛속까지 회사원이 되었다. 201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소설로 등단했으며,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가 첫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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