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현장은
전쟁터와 같다
정치적 생각은
사치일 뿐이다

 

▲ 정장선 시장
평택시

시장이 된 지 2년이 조금 넘었다. 여러 감회가 있지만 요즘 특히 조금만이라도 상대방을 생각하는 배려지심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여러 재난은 1년 가까이 진행 중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코로나19, 장마, 코로나19 재확산, 태풍 등 재난의 연속이고, 그 일선에 있는 공무원들은 정말 혹사당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방역현장도 삶의 현장이라 다양한 장면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현장을 가까이서 보면 전쟁터와 같다. 특히, 이번에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10여 일은 더욱 그렇다. 코로나19 검사, 확진환자 관리, 확진환자 동선 확인, 자가격리자 관리, 해외입국자 관리, 각종 민원 응대 등을 소수의 인원으로 처리하고 있어 숨 가쁘다.

반년이 넘게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방역 직원들은 휴일도 없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어 극도의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에 방호복을 입고 선별진료소를 지키고 있는 이들은 탈수 증상까지 보이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평택의 코로나19 상황은 최근 악화됐다. 8월까지 미군과 해외입국 사례를 제외한 평택의 지역사회 감염자는 25명이었고, 94일 동안 지역사회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재확산이 시작된 8월 15일부터 10여 일 사이 30여 명의 지역사회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 기간 보건소 직원들의 업무량은 폭발했고, 이들의 일터는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수의 확진환자가 발생해 ‘경기역학조사관’이 평택에 내려오지 못하자 이들의 업무까지 떠안아야 했다. 심리적인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수많은 민원과 함께 고함을 지르는 악성 민원인들도 많아 직원들이 그야말로 ‘번아웃’ 되고,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직원도 많고, 몸이 많이 망가져 병가를 낸 직원들도 있다. 어느 직원은 코로나19의 ‘코’자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불안감을 느끼고,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하루를 두려워하는 직원도 많다.

이런 와중에 한 언론사가 8·15 서울집회와 관련해 ‘민노총 집회 확진자를 광화문 집회자라 발표’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여당 소속 단체장의 지방자치단체가 민노총 집회 참석 확진환자를 광화문 집회 참석 확진환자로 둔갑해 발표했다는 것이 기사의 골자였다. 결국, 평택시가 정치적 의도로 조작을 했다는 것인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평택에서는 그날 확진환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평택시로서는 하루에 가장 많은 확진환자가 나온 날이었다. 22일 전후는 보건소로서는 정말 엄청 바쁜 날이었다. 직원들이 정신없었을 때 오산시에 살면서 평택 병원에서 검사받은 65번 확진환자에 대해 병원에서 보건소에 양성으로 통보를 해왔고 보건소에서는 그 확진환자에게 전화로 기초조사를 했다. 그 확진환자는 8.15 집회 참가자라고 했고, 광화문 집회 확진환자가 여럿 나왔으니 당연히 광화문 집회자라고 생각해 분류한 것이 전부다. 이 부분이 실수라면 실수였다.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해 민주당 시장이기 때문에 조작했을 것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무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함을 느낀다. 시장은 가장 기초적인 쪽지 보고만 받은 게 전부다. 이 확진환자가 민노총인지, 보신각 집회에 참석했는지조차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광화문 집회자로 바꾸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 모든 것이 지자체장의 의도가 되기 위해서는 보건소 직원이나 언론 담당 직원들에게도 조작하도록 지시를 해야 하는데 가능한가. 요즘같이 행정의 투명성이 시스템화돼 있고, 개인의 주장이 넘쳐나는 시대에 조작을 지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 발상일 뿐이다. 국회의원을 지내고 인생의 마지막 여정이라고 생각하는 시장직을 이런 식으로 마무리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 기사 때문에 전화를 많이 받으면서 온종일 분노가 가슴속에서 일어났다. 코로나19 현장에서 전쟁 같은 업무에 정신이 없는 직원들은 정치를 생각할 겨를도, 이유도 없다. 실제 대다수의 직원은 8·15집회면 광화문집회로 생각했고, 보신각집회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다고 한다. 정말 최선을 다해 코로나19를 막으려고 고생하는 직원들에 큰 상처를 주었다.

위기에 강한 우리 시민의 기질이 다시 한 번 도전받고 있다. 평택시는 보다 철저히 방역을 이행할 것이고, 잘못된 정보가 나가는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실수가 있었던 점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고, 다시 한 번 평택시를 신뢰해 주실 것을 시민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 더불어 현장과 동떨어진 곳에서 몇 안 되는 정보만을 갖고 방역 현장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자세를 지양해 줄 것을 언론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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