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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의 세상돋보기 - 기후위기와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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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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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하늘이 짓는다’
하늘을 이길 수는 없어도
인간의 탐욕을 조금만 버리면
하늘은 우리를 저버리지 않는다

 

   
▲ 이상규 前 감사
평택농협

유례없이 긴 장마와 폭우로 인해 고추 농사를 망치고 수확을 앞두고 있던 채소밭이 흙탕물에 잠겨 갈아엎어야 했다. 농부가 씨를 뿌리고 땀 흘려 가꾸고 자식처럼 돌보지만, 마치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 내는 폭우와 땅속 깊이 뿌리 내린 나무를 쓰러뜨리는 강력한 태풍 등 성난 자연의 위력을 버텨낼 재간이 없다. 그래서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껏 우리는 일상에서 느끼는 자연 현상의 변화를 큰 위기감 없이 받아들이며, 폭우와 태풍 피해를 자연재해라며 하늘을 탓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하늘은 무엇 때문에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평온한 인간들의 삶의 터전을 무참하게 짓밟는 자연재해라는 나쁜 선물을 내려 보내는가?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20 세계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요인 1위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이라고 한다. 산업화가 가져온 극단적 기후변화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이며, 기상이변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인명피해와 천문학적 경제 손실은 자연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전 세계적 산업화로 인해 지구는 점점 더워지고 있다. 지구 평균기온이 단 1도만 높아져도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아 바닷물의 수위가 높아지고 공기의 흐름이 변해 지구 곳곳에서 폭우와 폭염 그리고 가뭄과 한파가 비정상적으로 발생한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기후변화를 ‘기상이변’이라는 알 수 없는 날씨의 변화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정하고 비상한 대책을 수립하고 행동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의 77%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는 석유나 석탄을 사용하는 모든 공간에서 발생하고 우리가 매일 운행하는 자동차에서도 배출된다. 모두가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하기 위한 행동에 실천적으로 나서야 한다. 만일 인간의 탐욕을 멈추지 않고 이대로 방치한다면 ‘기후위기’라는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날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농업은 ‘기후위기’ 상황에 가장 취약하다. 올봄 이상저온으로 많은 과수농가가 냉해 피해를 보았다. 꽃눈이 얼어 죽고 가까스로 피어난 꽃도 수정이 안 돼 열매를 맺지 못했다. 지난여름 유례없는 긴 장마에 많은 농작물이 피해를 보았다. 폭우에 논밭이 잠기고 유실되는 눈에 보이는 피해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내리는 비와 부족한 일조량 탓에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도 크다. 넓은 들판에 자라고 있는 벼 또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꽃을 피운다. 벼가 꽃을 피우는 시간은 길어야 두세 시간이다.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달라붙는 수분 과정을 거쳐 온전한 벼 낟알(쌀)을 만들어 내는 수정에 걸리는 시간은 단 5분이다. 이 과정에 계속해서 비가 내리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생명을 탄생시킬 수 없다. 우리 지역의 경우 많은 논에서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 벼꽃이 피기 시작한다. 올해는 이 시기 계속되는 비로 인해 일부 벼에서 수정이 이뤄지지 않아 알곡 없는 벼 껍질만 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한, 벼 이삭이 올라오는 시기 긴 장마와 일조량 부족으로 벼가 연약하게 자라 잠깐 지나가는 소나기에도 벼가 쓰러지고 있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이제부터라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성난 황소처럼 한반도를 향해 올라오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모든 이들의 걱정이 크다. 코로나19 그리고 폭우와 긴 장마로 지쳐있는 온 나라에 큰 피해 없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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