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츠 바그너, 김태옥 옮김/김영사

 

 

   
▲ 임고은 사서
평택시립 오성도서관

<나는 자폐아들을 둔 뇌 과학자입니다>는 ‘자폐증’을 가진 아들을 둔 어느 뇌 과학자가 발견한 ‘자폐인’의 놀라운 세계에 대한 기록과 ‘자폐증’에 대한 학계의 인식 전환을 불러일으킨 어느 아버지의 사랑과 노력을 그린 것으로 저널리스트 ‘로렌트 바그너’의 서술로 전개하고 있다.

주인공 ‘헨리 마크람’은 인공두뇌 개발을 목표로 둔 뇌 과학 프로젝트를 이끈 세계적인 뇌 과학자이자 자폐인 ‘카이’의 아버지다. 그러나 아무리 유명한 뇌 과학자라고 해도, 자폐증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고, 당시에는 자폐증에 대한 연구가 매우 부족하였다. 그래서 헨리는 연구대상을 ‘자폐증’으로 바꾸고 연구에 매진하게 된다.

“강렬한 세계증후군. 이제까지 어떤 이론도 자폐증의 다양성을 해명하지 못했다. 우리는 세포연구와 행동연구에 바탕을 둔 다음과 같은 이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자폐스펙트럼은 장애부터 천재성까지 아우른다. 천재성은 예외이며 자폐인은 대부분 기능이 제한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일반적인 자폐증 약물은 뇌를 자극한다. 우리는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자폐인의 뇌는 억제되어 있지 않으며 지나치게 성능이 좋다. 뇌는 과하게 네트워크화 되어 있고 과도한 정보를 저장한다. 자폐인은 세상을 적대적으로 고통을 주는 것으로 강렬하게 경험한다.” p.193

자폐증에 대해 연구할 당시 학계에서는 자폐증을 뇌의 결함이나 장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폐인들은 선천적으로 ‘공감능력’이 없으며 감수성이 결여되어 있고 사람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이유도 단지 상호 작용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헨리의 아들 카이는 누구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많았으며, 분명히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보였다. 그래서 헨리는 연구에 매달렸고, 그 결과 이러한 인식을 뒤엎는다.

오히려, 자폐증을 가진 사람의 뇌는 결함이 있거나 억제되어 있지 않으며 일반인보다 뇌의 활성화가 지나치게 좋아 모든 자극을 일반인보다 훨씬 크게 받아들이고 과도한 감정, 정서, 기억을 갖고 있게 된다고 한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느끼는 세상이 자폐인에게는 너무나 큰 자극과 공포였기 때문에 움츠러들고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2018년에 개봉한, 김향기가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 ‘증인’이 떠올랐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인 자폐소녀 ‘지우’는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다. 대형 로펌 변호사인 ‘순호’가 자폐아임에도 불구하고 자폐증을 가지지 않은 사람보다 세세한 기억력을 가진 ‘지우’를 증인으로 세우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의사소통이 어려운 ‘지우’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소통하며 공감하는 과정에서 ‘자폐’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그린 영화이다.

이처럼 자폐증을 가진 사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르게 하는 것과 동시에, 진심 어린 공감과 안정감, 연대가 그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