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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과 영·호남이 만나는 시공여행
‘천안박물관’

 

평택시는 고덕국제신도시로 개발하고 있는 고덕면 좌교리 함박산 중앙공원에 2024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종합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평택을 대표하게 될 박물관 건립에 있어 구체적인 형식과 내용까지 완성해가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평택박물관 건립은 20여 년 전부터 꾸준히 논의되어 온 시민의 염원인 만큼 많은 고민 속에 전문가와 시민, 행정이 지혜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 <평택시사신문>은 전문기자단과 함께 전국의 박물관을 직접 돌아보며 각 박물관의 설립 배경과 특징, 장단점, 박물관이 갖추어야 할 형식과 내용, 프로그램 등을 지면에 실어 평택박물관 건립에 도움이 되도록 20회에 걸쳐 ‘박물관을 가다’ 특집기사를 연재한다. - 편집자 주 -

 

 

영·호남 사람과 문물이 한양과 교류하는 길목 위치
천안역사실, 고려시대 대표 국보급 유물 3점 소장
어린이박물관·체험관, 박물관 운영 중심으로 인기

 

▲ 천안박물관 전경

 

■ 옛 천안삼거리에 자리한 ‘천안박물관’

천안삼거리 수도산 자락에 위치한 ‘천안박물관’은 2004년 12월 23일 착공해 2008년 9월 22일 개관했다. 산과 등산로, 청수택지개발지역을 배경으로 부지면적 3만 389㎡(9192평), 건축 연면적 6616㎡(전시면적 2258㎡)의 지상 3층 구조이며, 옥외건축물로 전통가옥인 초가, 와가, 삼문, 협문 등 6동을 합해 모두 7개동으로 되어있다.

1층은 3개의 수장고와 유물관리실, 식당, 뮤지업숍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2층은 기획전시실, 교통통신실, 어린이전시실과 278석 규모의 공연장이 있다. 3층에는 천안고고실, 천안역사실, 천안삼거리실과 강의실, 체험장이 배치되어 있다.

천안박물관에 도착하면 먼저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 조형물은 ‘기쁜 소식-2’라는 이상만 작가의 작품으로 천안삼거리 능소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장원급제한 전라도 선비 박현수가 임지로 내려가다가 헤어졌던 능소와 상봉하는 순간을 지켜보는 능소의 아버지 유봉서의 모습, 그리고 흥타령이 막 시작되려는 찰나의 극적인 모습을 암행어사 어사화와 함께 표현했다. 이 조형물은 방문자의 시선을 머물게 하고 잠시나마 헤어졌던 청춘남녀의 만남과 기쁜 성공스토리에 잠시 빠져들게 한다.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길은 삼문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작은 정원과 어우러진 야외 유물전시를 살펴보면서도 입장할 수 있다. 박물관은 산자락을 건물과 어우러지도록 자연스럽게 배치해 박물관 외부의 초가, 와가, 삼문 등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고 전통놀이 체험과 함께 볼거리를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구조적으로는 지하층이지만 1층으로 느끼도록 설계한 현관은 다소 협소한 느낌이며, 전시 관람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도록 되어 있다.

 

▲ 제1전시실 천안고고실
▲ 제2전시실 천안역사실

■ 천하에서 제일 편안한 곳 ‘천안天安’

제1전시실인 천안고고실에는 천안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천안이라는 명칭은 고려 태조 13년(930년)에 천안지역을 삼국의 요충지라 하여 천안부天安府로 개칭한 이후부터 명명되었다. 고려 역사서 <고려사>와 <세종실록지리지> 충청도편을 보면 천안의 진산인 태조산이 고려 태조 왕건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천안이라는 지명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전쟁으로 혼란을 겪던 927년 후삼국시대, 태조 왕건은 팔공산 공수전투에서 견훤의 후백제군에게 일격을 당해 죽을 고비를 당했다. 다행히 신숭겸 장군 등 8명 공신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자 왕건은 개경에 머물면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그때 술사 윤계방이 말하기를, “천안은 다섯 마리 용이 여의주를 다투는 형국이니 이곳에 군사기지를 만든다면 후일 통일할 것”이라고 하는 ‘오룡쟁주五龍爭珠’ 일화를 들어 건의했다. 이에 후삼국을 통일한 후 ‘천하’를 ‘평안’하게 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천안’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국보 제280호 성거산 천흥사 명동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천흥사에서 주조한 동종은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고 전몰장병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천안 전역에 급속한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최초로 조사된 것은 두정동 유적이다. 특히 두정동 C지구 유물은 중기 구석기시대로 추정되는데 이는 천안지역에서 가장 빠른 시기에 해당한다. 그 외에 용곡동유적, 청당동유적, 신방동유적에서 출토된 유물은 후기 구석기 시대의 것으로 밝혀졌다. 천안의 지정학적 위치는 발굴조사로 밝혀진 천안의 백석동토성, 위례산성, 목천토성 등 관방유적과 유물을 통해 살펴보면서 고대사회 천안의 위상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제2전시실인 천안역사실은 천안의 역사와 문화 생활상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는 고려시대 대표적 국보급 유물 3점이 있는데, 국보 제7호 봉선홍경사사적갈비奉先弘慶寺事蹟碣碑와 국보 제280호 성거산 천흥사 명동종, 국보 제209호 보협인석탑寶俠印石塔이다. 

이 보협인석탑은 석탑의 일반 형식과는 전혀 달라 기단과 탑신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고 완전한 형태를 짐작하기도 어렵다. 고려시대에 건립한 것으로 추정되며, 매우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보물 제1189호 어사 박문수 초상화와 보물 제1247호 광덕사 면역사패교지, 조선시대 천안 관아, 직산현 관아, 목천향교 등 지역의 향촌사회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과 모형이 전시돼 있다. 천안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로 대한민국임시정부 탄생의 주역인 석오 이동녕 선생과 유관순 열사, 임진왜란 당시 진주대첩을 이끌었던 충무공 김시민 장군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현재 전시실에서는 한명회의 행적을 기록한 지석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제3전시실은 천안삼거리실로 삼남 사람들이 모이던 곳을 재현했다. 과거 보러가는 선비들과 주막 이야기가 가득한 천안삼거리는 천안을 대표하는 능수버들과 함께 흥타령의 낭만이 깃든 곳이다. 호남지방의 관문인 호서계수아문湖西界首衙門에 들어가면 옛 선조들의 장터, 대장간 등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제4전시실은 기획전시관이다. 최근에는 천안박물관 개관 11주년 특별기획전으로 ‘의서, 치유의 기록’을 끝냈고, 2019년에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으로 ‘3·1 운동과 천안의 독립정신’ 특별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2018년은 천안박물관 개관 10주년기념으로 ‘시민의 박물관, 10주년을 돌아보다’ 특별전을 갖는 등 다양한 주제로 특별 기획전시를 펼치고 있다. 올해 10월 4일까지는 천안의 농경에 따른 식문화食文化에 대한 고찰로 농사 중에서도 기본인 벼, 보리, 밀 문화를 중심으로 파생된 문화유산과 근대 천안의 호두과자 등을 테마로 맛 따라 떠나는 ‘맛있다! 천안!’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 제3전시실 천안삼거리실
▲ 제5전시실 어린이체험실

제5전시실은 개관 당시에는 교통통신실로 만들어졌으나 지금은 아이들의 꿈을 키워 주기위한 체험 공간으로 볼거리와 체험 장소로 바뀌었다.

천안은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이고 천안삼거리와 더불어 철도의 역사도 깊다. 현재 천안역은 경부선, 호남선, 장항선 등 사통팔달의 역이며, 천안아산 KTX역, 전철 1호선이 활발히 운행되고 있다. 과거 일제강점기에는 직산과 입장의 금광채굴과 장호원 일대의 상권을 장악하기 위해 ‘경기선’이라는 명칭으로 1927년 9월 25일 장호원까지 69.8㎞의 기찻길을 놓아 일제의 수탈과 태평양 전쟁 군수물자를 운반했다. 1955년 6월 11일 ‘안성선’으로 이름을 바꾸어 경부선에 부속된 지선 철도로 운행되었으나 도로교통의 발전으로 통행량이 감소하면서 1989년 1월에 철거되어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다.

천안역은 경부선에서 장항선 열차의 분기점으로 왕래가 많아 1934년경 천안명물 호두과자가 탄생했다고 한다. 천안역에서 열차교행 등으로 잠시 쉬는 동안 간식용이나 선물용 호두과자를 판매한 것이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의 원조가 되었다.

제6전시실은 어린이전시실이다. ‘다다어린이체험관’이라는 이름으로 시대 의상 체험, 증기기차 모형, 도솔극장 영화상영, 황제어차 타기 등 다양한 체험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어린이에게는 과거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공간으로, 어른에게는 추억을 회상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최근 박물관 설치 운영에 있어 어린이박물관과 체험관이 중심이 되고 있는 만큼 인기가 높다. 특히 첨단 IT기술을 응용한 디지털전시나 VR체험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인식과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추세인데, 천안박물관도 이에 대한 계획을 세워나가고 있다.

천안박물관은 기증유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유물 기증자에 대한 감사와 함께 그 뜻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기증자를 게시하고 있다. 기증 유물로 문화류씨 정서 유고집, 문교부장관 오천석의 유관순열사 제문, 지석, 장례기, 교지, 양자 문서 등이 있다. 유물 기증은 가문과 가계에서 소장하고 있는 중요한 유물을 세상 밖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이런 문화는 더욱 확산되어 집안이나 장롱에서 잠자고 있는 선인들의 유물을 후대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천안박물관은 부속 건물로 옛 생활상을 담은 초가와 와가를 지어 관람객이 자유롭게 보고 옛 생활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전통 민속놀이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 천안박물관 입구 삼문

■ 공립박물관, 접근성이 최우선 과제

천안박물관은 평택시와 인접해 있어 유사한 역사성을 공유하는 지역 공립박물관이다. 따라서 평택시는 천안박물관을 통해 박물관의 건립 과정과 운영의 변화과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천안박물관은 천안삼거리라는 천안의 상징성으로 위치를 정했다. 그러나 여러 박물관이 접근성 문제를 아쉬운 점으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평택에 건립되는 박물관은 이용적인 측면에서 접근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천안박물관은 7개의 부속 동으로 되어있어 관람자의 동선과 관점에 따라서는 오히려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 7개의 부속 동들이 하나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배치가 아쉽다. 특히 천안흥타령관이 대로 건너에 위치해 천안박물관과 흥타령관의 연계가 미흡하다는 점이 아쉽다. 초기 단계부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고려했다면 지금보다 더 활용성이 높게 공간이 구성됐을 것이다. 다양한 유물과 스토리와 콘텐츠로 천안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위해 만들어진 천안박물관이 시민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사진/오중근 전문기자·전 평택박물관연구소장

■ 천안박물관
◆ 관람 안내

○ 주소 :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천안대로 429-13(삼룡동)
○ 관람 시간 : 
   - 하절기 오전 9시~오후 6시(3~10월)
   - 동절기 오전 9시~오후 5시(11~2월)
○ 입장 시간 :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가능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과 추석 당일
○ 관람료 : 무료
○ 편의시설 : 유아, 노약자, 장애인 유모차와 휠체어를 무료 이용.
                  천안뮤지엄샵, 매점, 강의실, 산책로 분수대
○ 문의 전화 : 041-521-2891~2
○ 홈페이지 : www.cheonan.go.kr/museum.do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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