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경기도가 도내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생리용품 구입비용을 지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여주시에서 올해 처음으로 도입했는데 만족도가 높아 이를 경기도 전체로 확대한다는 것입니다. 청소년의 경우 선별해서 지원하는 것은 자칫 사춘기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는 일이라 그동안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이라도 그런 눈치 안보고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원한다니, 지금이라도 참 잘 한 결정이라 생각됩니다. 

돌이켜보니 나는 일찍 생리를 시작한 편입니다. 갑자기 생리가 시작되면서 놀란 것도 잠시, 그 불편한 일을 매월 치러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절망의 눈물까지 흘려가며 심각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십 년을 감당해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만두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은 잘못도 없이 벌을 받는 느낌이었으니까요. 불편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여고생이 되고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생리’라는 말은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야 하는 금기어였지요.

어느 날 우연히 ‘깔창생리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청소년이 생리대 살 돈이 없어 학교에 가는 것도 포기하고 운동화 깔창에 휴지를 감아 사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마저도 많이 걷거나 움직이면 생리양이 많아지니 며칠을 가만히 누워서 지낸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 나도 모르게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습니다. 한 번도 타인의 생리현상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던 나는 어느 날 갑자기 기성세대라는 공범이 되어 그 힘든 부분들을 은폐했다는 느낌 때문에 힘이 들었습니다.

꽤 오래 전 이야기지만, 노숙자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하면서 텔레비전에서도 노숙자들의 생활모습을 자주 비추던 때가 있었습니다. 화면에는 꽤 젊은 여성 노숙자가 공중화장실에서 간신히 세수만 하며 지내는 모습이 등장했는데, 당시에도 이상하게 일상의 삶보다는 그녀가 매월 치러야 하는 생리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하는 것에 더 마음이 쓰였지만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모르긴 해도 깨끗하지 않은 수건이나 공중화장실 휴지 등을 활용해 임시방편 해결하며 여성이기 때문에 짊어져야 하는 이중의 고통에 괴로워하지 않았을까요.

사회가 변하면서 여성의 지위가 많이 향상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해결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꿈과 미래를 품고 자라야 하는 청소년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매월 자신의 몸을 원망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중한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과정으로서의 생리현상은 우주의 섭리를 품은 자연스러운 순환입니다. 이것은 사회적으로도 자연스럽게 인식되어야 하고 소중하게 여겨져야 합니다. 청소년을 지키는 것은 어른의 몫이기도 한 만큼 경기도의 생리대 지원은 돈보다도 훨씬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조금 더 욕심을 내서 정말로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초기에 훔쳐갈 것을 염려했어도 지금은 모든 화장실에 화장지가 비치되어 있는 것처럼 생리대도 그랬으면 하는 생각…, 그래서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가난으로 인해 자신의 몸을 비참하게 생각하는 일이 이 땅에서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 우리가 꿈꾸는 그런 사회는 언제쯤이나 만날 수 있을까요.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