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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장 군산과 질곡의 역사
 ‘100년의 시간여행’

평택시는 고덕국제신도시로 개발하고 있는 고덕면 좌교리 함박산 중앙공원에 2024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종합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평택을 대표하게 될 박물관 건립에 있어 구체적인 형식과 내용까지 완성해가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평택박물관 건립은 20여 년 전부터 꾸준히 논의되어 온 시민의 염원인 만큼 많은 고민 속에 전문가와 시민, 행정의 지혜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 <평택시사신문>은 전문기자단과 함께 전국의 박물관을 직접 돌아보며 각 박물관의 설립 배경과 특징, 장단점, 박물관이 갖추어야 할 형식과 내용, 프로그램 등을 지면에 실어 평택박물관 건립에 도움이 되도록 20회에 걸쳐 ‘박물관을 가다’ 특집기사를 연재한다. - 편집자 주 -

군산항 개항·수탈의 역사, 역사는 미래의 거울
박물관, 주변의 근대 역사자원과 조화 이루다
수탈의 역사이지만 근대 역사 잘 지켜낸 군산

■ 군산항 개항과 수탈의 역사

전라북도 군산시는 북쪽의 금강과 남쪽의 만경강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바다에 접한 반도형 지형이다. 이러한 지리적 위치로 인해 군산은 무역 항구로 번영을 누렸지만, 외적 침입 시에는 전쟁의 직접적인 현장이 됐다. 군산은 우리나라 최대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의 쌀 수탈항으로 호황을 누리면서 근대식 건물이 들어서고 도시적 성장을 이어갔다. 식민지 수탈로 몰락한 충청·전라·경상도 농민과 지식인, 자산가들은 새로운 삶터를 찾아 군산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다양한 조직을 만들어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키려 했고 나라를 빼앗기고 차별받는 동포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 미래가 되는 역사의 교훈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역사는 미래가 된다’는 신념으로 과거 무역항이자 해상물류 유통의 중심지였던 옛 군산의 모습과 함께 전국 최대의 근대문화자원을 전시함으로써 서해 물류 유통의 천년, 세계로 뻗어 가는 ‘국제무역항 군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설립된 박물관이다. 근대 역사 교육의 도시 군산에 자리한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군산의 근대문화와 해양문화를 주제로 하는 특화 박물관이자 지역박물관으로서 방문객들이 군산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부지면적 8,348㎡(2,525평), 연면적 4,248㎡(1,285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사업비 182억원이 소요됐다. 건축은 2007년 시작해 2011년 9월 30일에 개관했다. 본관은 ‘국제무역항 군산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콘셉트로 구성됐다. 선사시대부터 근대시대까지의 유물과 자료를 통해 물류 유통의 중심지였던 군산의 과거를 확인하고, 이를 통하여 현재와 미래를 통찰할 수 있도록 했다.

1층 해양물류역사관은 ‘국제무역항 군산’ ‘삶과 문화’ ‘해상유통의 중심’ ‘해상유통의 전성기’ ‘근현대의 무역’ ‘바다와 문화’로 구성했다. 각 연출 공간에 관련 유물과 영상을 배치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맞은편에는 어린이체험관과 수장고로 구성했다. 2층은 개인이나 단체가 소장하고 있는 유물에 대해 기증자의 뜻을 기리는 기증자전시실, 그리고 의병장 임병찬 장군의 고향, 호남 최초 3·1만세운동과 전국 최대 농민항쟁이 있었던 민족저항의 도시, 전라북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고장 군산의 모습을 보여주는 독립영웅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3층은 ‘근대생활관; 1930년 9월, 군산의 거리에서 나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일제의 강압적 통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치열한 삶을 살았던 군산사람들의 모습을 재현한 공간으로 마련되어 있다. ‘도시의 역사’ ‘수탈의 현장’ ‘서민들의 삶’ ‘저항과 삶’ ‘근대건축물’ ‘탁본체험’ 등을 할 수 있으며, 각 연출 공간에는 1930년대 군산의 모습을 재현한 잡화점, 고무신상점, 인력거조합, 술도매상 등이 조성되어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와 함께 종합영상실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군산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미래의 비전을 담은 영상을 통해 국제무역항 군산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했다.

■ 군산의 문화는 이곳에서 ‘기획전시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은 다양한 테마를 수시로 교체·전시해 박물관 방문객의 꾸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상설전시실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이나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행사와 연계해 독립적으로 특별전이나 기획전을 운영한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2012년 2월, 군산의 수문장 ‘오식도 화포의 귀환’을 시작으로 ‘군산 동학농민운동에 물들다’ ‘파란 눈의 선교사가 전해준 선물’ ‘아름다운 공유 군산이야기’ ‘수탈의 바다 그날의 기억’ 등 16회의 기획전시를 통해 군산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있다. 특히 2020년 5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기획전시 ‘이웃사촌 화교를 만나다’는 ▲1부, 화교가 군산에 오다 ▲2부, 군산에 스며들다 ▲3부, 그들만의 삶 속으로 ▲4부. 짬뽕의 역사를 쓰다 ▲5부, 교육 전통을 잇다 등으로 구성돼 함께 살아가고 있는 화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번 기획전시는 화교를 통해 군산을 짬뽕의 원조도시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군산의 5대 짬뽕 빈혜원, 지린성, 국제반점, 복성루, 쌍용반점은 군산 앞바다의 풍부한 해산물을 주원료로 각자의 개성에 맞춰 음식을 조리했다. 이번 전시는 군산을 찾는 관광객에게 색다른 볼거리와 흥미를 유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 체험으로 배우는 어린이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군산 바다여행’ ‘바닷가 친구들’ ‘바다 도시 군산’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연출 공간의 놀이 형태 전시물을 통해 어린이들이 박물관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군산의 섬’이라는 코너에는 서해안에 있는 군산 주변의 크고 작은 63개의 유·무인도를 버튼을 통해 섬의 위치, 섬의 이름과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들이 ‘군산의 섬’을 통해 고군산군도에 분포되어 있는 섬들의 이름과 위치를 알게 되어 군산의 지리적 위치와 특성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서해안어류 코너’는 아귀, 홍어, 붕장어 등 군산 연안에 서식하는 어류들을 영상에 담아 놀이형식으로 흥미롭게 학습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군산항 어청도 등대를 슬라이딩 방식의 퍼즐 형태로 구현해 어린이들이 퍼즐을 통해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이해하면서 완성해 갈 수 있도록 했다. ‘산업역군 크레인’ 코너에서는 군산항 부두의 컨테이너선과 골리앗 크레인을 모형으로 구현하고, 어린이들이 조이스틱으로 컨테이너 하역작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 물류 중심지 군산을 인식할 수 있도록 조성하는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체험프로그램으로 군산의 지리적 특성과 상상력 증진에 목적을 둔 체험 학습 공간으로 조성했다.

■ 박물관, 근대 문화자원과 조화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주변 근대문화자원을 비롯한 전시장을 연계 운영하고 있다. 함께 볼 수 있는 근대 건축관은 1922년 준공된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이다. 소설 <탁류>의 고태수가 다니던 은행으로 묘사됐던 장소로 2008년 보수와 복원 과정을 거쳐 근대건축, 은행 관련 자료와 함께 경술국치庚戌國恥를 추념하기 위한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 일본18은행 군산지점은 2008년 보수과정을 통해 근대미술관으로서 전라북도 출신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진포해양공원에 전시된 위봉함도 관람할 수 있다. 또한 금강권 통합권을 통해 3·1운동100주년기념관, 채만식문학관, 철새조망대를 관람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박물관 서쪽에 자리 잡은 군산세관은 1908년에 대한제국의 자금으로 건립됐으며 한국은행, 서울역사驛舍와 함께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로 유럽의 건축양식을 융합한 근세 일본 건축 가옥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준공 당시에는 많은 부속건물이 있었으나 모두 헐리고 현재는 본관 건물만 남아 호남관세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건물은 2018년 8월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45호로 지정됐다.

미션투어는 군산의 근현대유적에 들러 포토존에서 사진과 스탬프를 찍고 현장학습지를 작성하고 장소마다 특성화된 체험 학습을 통해 미션을 수행하면서 놀이와 성취감을 통해 군산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의 현재와 미래

2011년 개관해 올해 9년이 지난 군산시립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 ‘100년의 시간여행, 1930년 근대시간 속으로’라는 주제로 주변 근대문화유산과 조화를 이룬 이번 전시기획은 전국 최대 근대문화중심도시 군산을 알리는데 손색이 없으며, 다른 박물관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전시이다. 또한 근대건축물을 활용해 전시를 볼 수 있는 박물관통합권과 미션투어를 통해 군산을 알리고 관람객에게는 성취감을 부여하는 금강통합권 운영은 박물관을 일방적인 유물전시나 교육이 아닌 오감을 통해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는 변화와 개발의 압력 속에도 근대문물을 잘 지켜낸 군산의 힘이며 자랑일 것이다.

항구, 미군부대, 자동차공장이 있고 물류 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택과 군산은 비슷한 점이 많다. 군산이 군산항 개항과 더불어 근대문화 발전과 수탈의 아픈 역사가 있다면, 평택은 1905년 경부선 철도 개통과 함께 근대문화와 수탈의 역사를 함께 하고 있다. 또한 군산은 호남 최초의 3.1운동 발생지이자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도시이며, 평택은 경기남부지역 최초의 3.1운동 항쟁지이자 일제가 ‘가장 광포한 만세시위’라고 했을 정도로 주변지역 항일운동에 큰 역할을 한 곳이다. 하지만 아픈 역사를 이겨내고 근대문물을 잘 지켜낸 군산과 달리 평택은 근대 유산들을 지켜내지 못했다. 평택시는 고덕국제신도시 중앙공원에 평택박물관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군산의 정체성을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 잘 보여주고 있다면 평택의 정체성은 평택박물관에 담아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글/오민영 전문기자·평택문화원 사무국장
사진/박성복 평택시사신문 사장

■ 군산근대역사박물관
◆ 관람 안내
○ 주소 : 전라북도 군산시 해망로 240(장미동)
○ 관람 시간 :  - 하절기 오전 9시~오후 6시(3~10월)
                    - 동절기 오전 9시~오후 6시(11~2월)
○ 휴관일 : 1월 1일, 매주 월요일(현재는 코로나19 관계로 휴관 중)
○ 관람료 : 2000원(박물관 통합권-건축관, 미술관, 위봉함)
○ 주차료 : 무료
○ 홈페이지 : http://museum.gunsan.go.kr

◆ 전시 해설
○ 대상 : 유아, 초·중·고교 단체, 성인 단체
○ 단체 : 20인 이상
○ 예약방법 : 사전 전화예약(전시해설 예약과 별도)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