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슬한 바람이 마음에 불어, 나비인 듯 날아 마음이 닿는 곳/ 맘 같지 않은 세상, 그 맘 다 알아줄 수는 없지만/ 늘 곁에 함께 있다오/ 오늘 하루 어떤가요, 밤새 안녕하신가요/ 하루가 멀다 일들이 있어 그대 안위에 맘이 쓰였소/ 별일이 없어 좋은 그날, 소소하여도 좋은 그날/ 숨 한번 쉬고 마음 내려놔 주오, 아무 일 아니라오 담지 마오”

얼마 전 지인이 보내준 짧은 동영상 하나에 큰 위안을 받습니다. 가수 이선희가 부른 ‘안부’라는 노래에 수화를 더한 영상인데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이 영상을 보며 노래를 듣습니다. 노래를 듣고 영상을 보고 가사를 음미할 때마다 오늘 하루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습니다.

그저 소슬한 바람이 스쳤을 뿐인데 정말 누군가가 소소하게 나의 안부를 물어주는 것처럼…, 무거워진 내 마음이 가볍게 날아서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을 것만 같습니다. 별일이 없는 것, 소소한 일상이 이어지는 날이 정말 좋은 날이라고, 크게 숨 한번 쉬고 마음을 내려놓으면 모든 것이 아무 일도 아니라고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하는 것만 같습니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어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바꿔버리고 직장이나 학교의 근무형태까지도 바꿔버린 요즘, 인간이 자초한 이 재앙이 결국 인간을 피폐하게 만들었다는 자책과 함께, 그래도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 마음 속 우울을 증폭시킵니다. ‘코로나블루’라는 말이 실감되는 요즘은 보고 싶은 친구와 만나서 밥을 먹고, 저녁이면 가볍게 술 한 잔 나누며 인생이야기에 취하던 소소했던 일들이 우리에게 그토록 소중했었다는 것을 이제야 깊이 깨닫는 시간입니다.

서로를 대면하는 것이 오히려 눈치 보이는 일상이 되면서 사람들이 궁여지책으로 찾아낸 것은 바로 쌍방향 화상커뮤니티 시스템입니다. 노트북을 켜 두고 화면으로 얼굴을 보면서 각자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거나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럴수록 우리의 외로움도 더 깊어가겠구나 싶습니다.

코로나가 점령한 세상에서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바로 표정입니다. 우리의 얼굴에는 오로지 상대방을 지켜보는 눈, 그리고 마스크에 가려져 귀로 전달되는 감각적인 소리만 남았습니다. 그것은 동물이 가진 가장 본능적인 것입니다. 얼굴의 수많은 근육들이 창조해내는 다양한 표정과 그것이 갖는 전달의 힘이 코로나로 인해 거짓말같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표정이 사라진 세상에서 우리는 더 많은 오해와 불신을 안고 살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위기에서 희망을 찾고, 누군가는 새롭게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찾겠지만 결국 세상은 코로나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고, 기계문명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깊어질 것이며, 그로 인해 사람과의 거리는 더욱 멀어질 것입니다. 멀어진 거리를 컴퓨터가 네트워크로 연결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도 실시간 화면으로 언제든 만날 수 있게 속도가 점점 빨라지겠지만 그 안에서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활짝 웃는 표정, 덥석 마주잡은 손, 따뜻한 포옹으로 전해지던 서로의 온기를 더 이상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세상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우리는 변화해야만 하는데,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은 이제 무엇으로 채워야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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