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고객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정책에 반영할 것

 

 

▲ 이우진 유통과장
평택시농업기술센터

똑똑. 들어오세요. 저 교장 선생님. 이거 드세요. 제가 방학 때도 나와서 물을 주면서 키운 방울토마토예요. 갑자기 숨이 턱 막히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이는 수줍은 듯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방울토마토 몇 알을 내 손에 남겨둔 채 도망치듯 교장실을 빠져나갔다.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후~ 긴 숨을 내뱉었다. 그래, 고맙다. 잘 먹으마. 늦은 감사 인사를 아이가 떠난 곳에 했다. 몇 달 동안 평택시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진행했던 프로그램이 거칠었던 아이들을 변화시켰다. 긴 교직생활에서 지금처럼 보람 있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감사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모두에게.

10년 전 평택 모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나에게 들려줬던 말이다. 당시 나는 지역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 과정의 로컬푸드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교장선생님은 아이가 준 방울토마토 몇 알의 감동을 이야기하면서 사업에 대한 평가를 대신했다. 평택시 유통정책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 오래된 기억이 갑자기 생각났다. 유통과의 정책목표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줄여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먹거리 유통체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유통은 먹거리가 막힘이 없이 흘러서 가치를 창출하게 하는 것이다. 물리적 거리는 직매장을 늘리는 정책을 통해서 충분히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야 한다.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면 신뢰가 쌓인다. 그 신뢰가 지역 먹거리의 유통체계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열쇠다. 방울토마토 몇 알은 앞으로 평택시 유통정책의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다.

최근 평택시에는 지역 먹거리 정책에 대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 7월 말 평택시농업기술센터에 유통과가 신설됐다. 유통과는 건강한 소비자, 풍요로운 생산자, 가치 있는 먹거리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지역 농식품 유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맞춤형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평택푸드플랜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도 마무리단계에 와 있다. 푸드플랜은 시민의 삶의 질과 지속가능한 농업을 보장하기 위한 먹거리 종합계획이다. 평택로컬푸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로컬푸드재단도 올해 안에 설립을 완료할 계획이다. 평택-제천고속도로 평택휴게소에는 슈퍼오닝홍보관을 개관해 지역농산물 홍보와 판매를 시작했다. 미군부대 내에 평택 농산물이 판매되기 시작했으며 향후 샐러드용 신선채소, 과일 등 다양한 농산물이 납품을 기다리고 있다. 로컬푸드 매장에서 시민들과 만나게 될 포장재도 새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시민사회 내부에서는 먹거리시민연대를 발족하기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어쩌면 이 모든 일이 고객의 관점이 아닌 공급자 관점에서 기획되고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그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미군부대 납품을 진행하면서 납품업체에서 평택시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납품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평택시에서 단 한 번도 우리의 요구사항에 대해 먼저 물어본 적이 없는데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 좋은 파트너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유통과의 고객은 먹거리의 이동에 따른 장소와 시간, 소유의 효능을 창조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유통과는 고객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고객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정책에 반영할 것이다. 평택시농업기술센터 유통과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그 열린 문 사이로 누군가 방울토마토 몇 알을 들고 찾아오면 그보다 반가운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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