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참여해
100년을 내다보는
공원을 조성하자

 

▲ 배진순 대표
모산골공원지키기시민모임

이산 저산 잎이 물드니 가을인가 하노라.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봄인가 했는데 가을이 성큼 왔다. 부쩍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이 많다. 미세먼지 걱정이 어느 순간 없어지고 “코로나, 코로나” 했는데 맑은 하늘 흰 구름은 코로나가 준 선물일까?

올여름 태풍, 폭우가 많았다. 다른 곳에 비 온다고 해도 평택은 비 걱정 안 했는데 몇 달 전 군문교가 잠길까 걱정한 걸 생각하면 기후위기가 바짝 다가온 듯하다. 이곳저곳 아파트가 들어선 평택을 보고 사는 사람도 한마디씩 하고 평택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한마디씩 한다. “다 분양은 되는 거요?”라고. 모산골공원지키기시민모임은 “공원에 아파트를 짓는다니요?” 이 한마디에 모였다.

“언 미친놈이? 말도 안 되는 말을?” 민간개발이란 말로 포장하고 법을 내세워 공원부지에 아파트를 지으려고 작당했던 사람들. 그때를 생각하니 다시 열이 오른다. 잠시 빌려 쓰는 지구 잘 쓰고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 우리가 물려받은 것처럼. 파헤치고 깎아내고 막아버리는 일은 그만하라는 메시지를 기후변화를 통해 알아차려야 한다.

공원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공원 조성에 생각이 있는 사람들을 참여시켜 만들면 좋을까? 공원 조성을 담당하는 몇몇 사람만이 만들면 좋을까? 어떻게 해야 좋은 곳으로 거듭날지는 삼척동자도 아는 일을! 10년을 내다보는 공원을 조성할 것인가? 100년을 내다보는 공원을 조성할 것인가?

공원조성 전문가, 모산골공원 부지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알고 있는 향토사학자, 모산골공원 부지에 추억을 가진 시민, 모산골공원 부지 가까이 살아 공원을 많이 이용할 현재의 주민들이 함께 모여 공원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를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멋진 공원이 만들어질 것이다. 왜? 집단지성의 힘이 가장 강력하다는 것은 이미 증명이 되었다. 생각도 많고 요구도 많을 것을 두려워해 조급히 몇몇 사람의 생각만으로 공원을 조성한다면 10년은 몰라도, 100년을 내다보는 공원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통유리 창문으로 자연 채광과 자연 풍경을 즐기고 어린이들이 책을 읽거나 놀이를 할 수 있는 나무 위의 집을 꿈꾸면 안 될까? 도시의 번잡함 속에서 자연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여백공간이 곳곳에 있다면 어떨까? 횡단보도나 버스정류장 등 주변 주거지역의 연계동선을 생각해 사람과 사람, 공간과 공간을 세심하게 고려한 중심에 공원이 있다면 어떨까? 길은 길대로, 산은 산대로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허투루 여기지 않고 소중히 생각하며 만드는 공원 조성과정은 그대로 역사가 될 것이다.

“공원에 아파트가 웬 말이냐!”며 나섰던 길을 이제는 “시민과 함께 지킨 모산골공원 부지 27만7,685㎡(8만 4000평) 시민과 함께 만들어요”라고 외치며 4년째 걷고 있다. 이 길을 걷는 모산골공원지키지시민모임에는 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 평택더불어포럼, 평택샬롬나비,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평택쌀전업농연합회, 국민의당 평택을 시민사회위원회, 녹색당 평택모임, 정의당 평택시위원회, 평택오산아이쿱생협, 노동당 평택시당원위원회가 함께 하였다. 참여만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