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으로
기득권을 누리는 자들의
훼방과 선동에 휘둘리지 말고
평화를 위해 나아가자

 

   
▲ 김해규 소장
평택인문연구소

손자孫子는 가장 이상적인 싸움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은 다름 아닌 외교外交다. 대화다. 외교는 상호존중과 상호이익, 공동의 평화를 추구하는 대화방식이다.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은 우리민족 내부의 이념적 갈등과 냉전체제가 맞물려 전개된 국지전이었다. 소련을 등에 업고 38도선 이북을 공산화시킨 북한은 한반도 전체를 공산화하겠다는 욕망으로 남침했다. 자본주의체제의 맹주 미국은 남한을 방어해 공산화의 확대를 막고 일본과 미국의 안마당인 태평양을 지키려했다. 한반도 내부의 이념적 갈등과 국제사회의 이해관계가 얽혀 전개된 한국전쟁은 냉전체제와 맞물리면서 국제전으로 확대됐다.

어떤 전쟁이든 결과는 참혹하다. 그것이 민족 내부의 이념이나 종교적 갈등이면 감정의 골까지 깊게 패이게 한다. 남북은 전쟁으로 초토화됐다. 이념적 갈등은 감정적 갈등으로 고착돼 화해와 통일을 가로 막았다. 타인보다 형제간의 싸움은 화해가 어렵다. 이익과 감정이 얽혔기 때문이다. 마음으로는 용서할 수 있지만, 먼저 손을 내밀기란 결코 쉽지 않다. 분단 상황을 이용해 오랫동안 기득권을 누렸던 세력들의 방해와 저항도 화해를 어렵게 한다.

올해가 한국전쟁 70주년이다. 중학교 시절 한국전쟁 25주년 행사를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70년이라는 세월이 흘렸다. 분단의 강물이 두 세대를 넘어 흐른다. 그동안 전쟁 1세대는 대부분 사망했다. 가끔씩 남북이산가족찾기를 하면 부모와 형제가 부둥켜안기보다 큰아버지와 조카, 사촌끼리 만나 어색하게 두 손을 잡는다. 남북 간에도 우리가 언제 같은 민족이었나 싶게 어색한 사이가 되었다. 일부에서는 분단 상황에서도 서로 잘 살고 있는데 굳이 비방하며 싸우지 말고 이대로 살자는 사람들도 많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분단 상황을 유지하든 아니면 통일을 하든 평화정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야 한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선행해야 할 우선 과제는 휴전상태의 종식, 다시 말해서 종전선언이다. 종전을 선언하고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며 교류와 협력해야 한다. 휴전休戰은 전쟁 상태를 잠시 멈춘다는 의미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항상 상대방을 주시하고 첩보를 수집해야만 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군비軍費를 증강해야 한다. 휴전상태에서는 소요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2021년 국방예산으로 제출한 금액은 무려 52조 9000억 원이다. 농가부채를 탕감하고 저소득층을 구제하고도 남을 돈이다.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체제로 전환하면 현 예산의 20%만으로도 국방이 가능하다. 한참 공부하며 실력을 연마해야 할 젊은이들 70만 명이 2년 동안 군복무 하는 것도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신무기 구입과 개발에 드는 비용도 엄청나다.

분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만만찮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분단은 엄청난 물류비용을 들게 한다. 더구나 우리는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 수많은 상품이 중국으로 실려 가고 엄청난 물량이 수입되지만, 거의 100% 선박을 이용한다. 종전선언을 하고 북한과 교류와 협력한다면 물류비용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철도와 도로를 이용해 중국 뿐 아니라 러시아, 중앙아시아, 인도로도 수출할 수 있다.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 수려한 경관,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에 남한의 자본력과 기술력을 결합해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정착의 기초다.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협력과 교류를 확대하는 것은 남북 간의 이익과 상생에도 도움 된다. 그러려면 냉전적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분단으로 기득권을 누리는 자들의 훼방과 선동에 휘둘리지 말고 평화를 위해 나아가자. 우리는 고통이 아니라 평화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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