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황소북스

 

 

   
▲ 유정재 사서
평택시립 장당도서관

이 책은 서문부터 마음을 때린다.

“병원에서 일하는 지인으로부터 훗날 나는 비슷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던 환자가 숨을 거둘 때 ‘손’이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했다. 입을 벌릴 기력조차 남지 않은 생의 마지막 순간, 한 번 더 가족의 체온을 느끼고 싶어서 ‘손 좀 잡아줘....’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p.21

평생 죽음에 대해 몇 번이나 생각해봤을까 싶은 나이에 책의 도입부를 읽고 당장 내가 겪어야 할 일인 것처럼 죽음에 관한 생각에 잠긴다. 눈앞의 죽음과 말의 품격이 어떤 연관성을 띠고 책에 녹아있을까 하는 의문은 덤이다. 책을 읽어 내려가니 이내 답이 나오는 듯했다. 외로움, 죽음의 순간 지나친 외로움이 몸을 휘감는다. 인간이라면 항상 따라다니는 이 고질적인 문제를 달래주거나 그 점도를 연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타인의 관심과 언어일 것이다.

이 ‘말’ 때문에 우리는 덜 외로워지거나 혹은 더 힘들어진다. 이것이 말의 힘이다. 그 힘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그렇다면 현시대에 우리의 말은 어떻게 품격을 지니게 될까.

<말의 품격>은 경청, 공감, 반응, 뒷말, 인향, 소음 등의 24개의 키워드를 통해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낸다.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과 감성이 더해져 볼거리와 생각거리를 동시에 전한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자신의 말과 세계관에 대해 끝없는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말은 마음을 담아낸다. 말은 마음의 소리이다. 때문에 무심코 던지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옛말에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 하였다. 작가는 ‘잘 말하기 위해서는 우선 잘 들으라’고 말한다. 얼핏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 단순한 이야기를 그리 잘 실천하지는 않았다. 잘 들으려면 우선 내 말을 아껴야 한다. 화자가 스스로 손잡이를 돌려 마음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그런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잘 생각해보면 삶의 지혜는 듣는 가운데 얻어졌고, 후회는 보통 말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경청에도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다. 가만히 듣기만 하는 ‘수동적 듣기 hearing’가 아닌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인 listening 후 적절하게 반응하는 ‘적극적 듣기’가 바로 그것이다.

두 번째는 공감이다. 어쩌면 한국인에게 공감은 조금만 신경 쓰면 매우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우리가 익숙한 ‘정情’과 유사한 감정의 결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이 내 형편이 상대방보다 낫다는 얄팍한 동정으로 변질되지 아니하고, 상대의 상황을 내 것같이 여기는 ‘인仁’의 마음과 결합한다면 참된 공감으로써 발현될 것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나의 말이 품격을 갖기까지의 여정에 대한 작가의 다양한 조언을 확인해보길 바란다.

독서란 작가의 생각과 지식을 간접 체험하는 유의미한 행위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 책이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말과 세계관에 대해 끝없이 자문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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