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사유로 한정해야 하고
과도해서는 안 된다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공무원과 교원 관련 단체들은 지난 13일부터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한 ‘10만 입법청원 절차’에 돌입했고, 11월 11일까지 10만 명 동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입법청원은 한 달 동안 국민 10만 명이 동의하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자동 회부되는 제도다.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기본권 쟁취는 정당법을 개정해 ‘공무원 제외 단서를 삭제’해 ‘누구든지 정당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공직선거법에서 ‘공무원의 지위와 직무 관련만 정치 중립이고 직무 이외는 정치 자유’를 하자는 것이다. 또한 정치자금법에 공무원 단서 규정을 삭제하고 ‘누구든지 정당 후원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며,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 있는 ‘정치운동 금지’와 ‘집단행위 금지’를 삭제하자는 것이다.

작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현행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규에서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적 표현, 정당가입, 선거운동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헌법, 국제규약과 해외사례, 그리고 과잉금지 등 기본권 제한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인권침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에게, 공무원과 교원이 그 직무와 관련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그리고 인사혁신처장, 행정안전부장관, 교육부장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는 공무원과 교원의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관련 소관 법률 조항 및 하위 법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국회를 비롯해 정부 부처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헌법 제21조의 표현의 자유에 기초한 정치적 기본권은 정치적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자발적으로 정당에 가입하고 활동하며,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과 교원에게만 헌법에서 보장된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기본권을 제한할 때에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사유로 한정해야 하고 과도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도지사, 도의원, 그리고 시장과 시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은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면서 함께 공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다.

미국 등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계없이 시민적 지위에서 행한 정치적 표현행위까지 과도하게 제한하여, 발전된 민주주의국가의 인권보장 수준 및 선진적인 정치제도와 사회 및 문화적 관용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등은 공무원과 교원이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공무원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한 것인지 아니면, 시민의 지위로 개인적·사회적 생활영역에서 정치적 기본권을 행사한 것인지 면밀하게 구분하지 않고 있다. 단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추상적 우려를 이유로 정치적 표현행위와 정당가입, 선거운동의 자유를 무려 60년간이나 전면 금지하고 있다. 또한 맹목적인 정책 집행 담당자가 아닌 내부감시자로서의 공무원의 역할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법체계일 수밖에 없으며 이는 온전히 주권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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