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오염된 미군기지 환경은 ‘엄청난 고통 뒤따라’

평택시의회 폐기물 특위, 클락·수빅 전 미군기지 방문
“미군으로 인한 환경오염 막는데 시민의 지혜 모아야”

주한미군기지 평택 이전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1992년 주한미군 철수 이후 2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환경오염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필리핀 클락, 수빅 지역과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평택시의회 ‘미군기지공사 관련 건설폐기물 불법매립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는 2012년 12월 20일부터 5일간 필리핀 클락, 수빅 등 과거 미군기지 주둔 지역을 방문해 현지 오염실태를 직접 확인함으로서 미군기지 이전을 앞두고 있는 평택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방문단은 결과보고서를 통해 “필리핀 미군기지는 물론 주변지역에 수많은 독성물질이 사용됐고 아무런 제재 없이 무참히 버려진 사실이 확인됐다”며 “한번 오염된 환경은 치유하기까지 시간과 돈은 물론 각종 질병 등 엄청난 고통을 치른다는 것을 간접 확인할 수 있는 게기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필리핀 미군 기지는 약 1만 7000여명의 병력과 3만 여명의 가족·군무원이 주둔했던 해외에서도 가장 큰 미군기지 중 하나로 기지 반환 이후 기지에서 근무했던 필리핀 노동자들의 직업병 발생이 빈번해지며 미군이 주둔지에서 전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행위를 했다는 것이 밝혀져 미군에 의한 대표적 환경파괴 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다
방문단 현지 조사에 의하면 클락, 수빅 지역 미군부대 종사자들의 경우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을 비롯한 독극물에 직접 노출돼 각종 희귀질병에 시달리는가 하면 주변 주민들은 지하수와 토양 오염으로 각종 암·뇌성마비·기형아 출산 등 간접 피해로 20년 째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주민들의 피해배상 소송은 SOFA 규정에 의해 관할권조차 갖지 못한 체 기각된 바 있으며 미군 측도 미주둔군 협정에 환경 조항을 넣지 않았으므로 절대 보상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동두천, 의정부, 군산, 원주, 춘천 등 주한미군 반한기지가 위치한 지역의 토양이 기준치를 수십 배 넘는 각종 중금속에 의해 오염된 것이 확인되는 등 미군기지와 주변지역 오염 사례가 국내에서도 빈번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함은 물론 피해복구에 소요될 엄청난 비용을 고스란히 한국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초 한미 양측은 지난 2003년 미군 기지의 정화 책임이 ‘사용자 부담 원칙’에 따라 미국에 있다고 합의한 바 있다. SOFA의 환경 관련 부속서에는 “반환기지 오염치유는 미국이 SOFA 및 관련 합의에 따라 실시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부속서의 ‘SOFA 및 관련 합의에 따라’라는 문구는 2001년 개정된 SOFA의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 양해각서'에 나온 KISE개념(밝혀진-Known, 급박한-Imminent, 실질적인-Substantial, 유해한-Endangerments)에 따른 환경오염만 미군이 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2006년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는 미국 측이 환경오염 치유를 하겠다고 밝힌 15개 기지를 우선 반환키로 하면서, 유류 저장탱크와 사격장내 불발탄 제거 등 8개 항목을 치유하기로 합의해 나머지 환경오염 치유비용은 한국이 부담키로 했다. 결국 이 합의가 선례가 돼 반환 되거나 반환될 예정인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비용은 미국이 인정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한국이 도맡아 하게 됐다.
방문단은 결과보고서를 통해 “‘평택시의회폐기물조사특위’에서 현장 활동을 통해 각종 오염증거가 속속 발견됨에 따라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며 “현재의 농토를 매립해 지가를 높여 나만 부를 창출하면 된다는 황금만능주의가 눈을 멀게 한 것은 아닌지 답답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지난 2000년 한강에 다이옥신을 무단방류하고도 사과하겠다는 말 한마디로 넘어가는 나라가 미국”이라며 “필리핀의 경우를 교훈삼아 미군기지 이전사업으로 인해 깨끗한 환경을 파괴하는 범죄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시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한편 이번 필리핀 클락, 수빅 등 과거 미군기지 주둔 지역 방문에는 평택시의회 김기성 특위위원장과 양경석 간사, 임승근·김윤태 위원, 권영화 자치행정위원장, 허성범 시의회 사무국장, 김순태 시의회 전문위원, 김명진 시의회 주무관 등 시의원을 비롯한 의회 관계자 8명과 평택시 집행부에서 배수용 전 부시장과 김용래 기획재정문화국장, 이계은 송탄출장소장, 최명근 자원환경위생과 자원행정팀장 등 모두 12명이 참가했으며 시의회 의원들은 자부담으로 답사를 다녀와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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