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배상소송 1심서 승소했으나, 2심 판결서 반전
피해주민 이삿짐센터 고객에 대한 손해배상 기각
원고 소송비용 80% 부담, 보상금액보다도 더 커


 

 

2017년 벌어진 평택시 서탄면 장등리 K-55 평택오산미군기지 남측 저지대 침수 피해 사건 관련 ‘국가배상소송’ 2심 판결에 따라 피해주민이 보상을 받고도 빚을 져야 하는 일이 발생해 미군 피해 보상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7월 26일 1심 판결에서는 피고인 대한민국 정부와 평택시가 공동으로 피해 주민에게 3857만원을 보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피해 주민의 승소로 끝난 줄만 알았던 소송은 침수 사건이 전적으로 미군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평택시와 주한미군의 잘못이 없다는 대한민국 법무부가 항소를 제기하며 새 국면을 맞이했다.

올해 7월 23일 수원지방법원 제4-3민사부는 2심 판결에서 피해자 5명 중 원고보조참가인 4명은 청구 이유 없음으로 기각했다.

또한 제1심 판결과는 달리 대한민국 정부와 평택시가 피해 주민에게 1847만원을 보상하도록 했다. 이자를 포함해도 3000여만 원 수준이다.

재판부는 침수 피해에 대한 피고의 책임은 인정했다. 하지만 원고의 이삿짐센터 고객으로 피해를 본 원고보조참가인 4명에 대한 손해배상금이 기각되고, 침수 피해에 대한 피고의 책임이 70%로 제한되면서 보상금이 1심 판결보다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피해주민은 이번 판결로 보상금보다 많은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이날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주민인 원고와 원고보조참가인들이 소송 전체 비용의 80%를, 나머지는 20%는 피고인 대한민국 정부와 평택시가 부담하게 했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으로부터 우편으로 전달받은 소송비용 계산서에 의하면 피고 중 평택시 소송비용 2469만 5600원을 원고인 피해주민이 부담해야 한다.

아직 통보되지 않은 피고 중 법무부 소송비용까지 원고인 피해주민이 부담할 경우 최대 5000만원에 가까운 소송비용이 피해주민 몫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에 대해 피해주민 여영옥 씨의 배우자 김기남 씨는 “소송비용이 보상금액을 넘어서 빚을 내서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침수 피해를 입고 나서 폐업하고 싶어도 함께 피해를 본 고객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지금까지 소송을 진행하며 끌고 이어온 상황인데 오히려 빚만 점점 늘어나고 병까지 얻어 너무 답답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사건·사고 상담 활동을 이어온 임윤경 평택평화센터 사무국장은 “평택시장도, 평택시의회 의원도, 행정 공무원도 피해주민에게 소송비용을 받게 할 수 없다는 도의적 마음은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비용을 받지 않을 경우 특혜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 ‘합법적’으로 비용을 청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서탄면 장등리 침수 피해를 거울삼아, 미군기지로 인한 피해에서 주민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장등리 침수 피해 사건의 경우 향후 주민 피해가 일어날 경우 척도가 될 수 있기에 공익소송으로 볼 수 있다”며 “현재 공익·인권 시민사회단체가 법무부와 대법원, 검찰에 제출한 ‘공익소송 제도개선’ 민원과 관련해서도 이번 장등리 사건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익·인권 시민사회단체가 제출한 ‘공익소송 제도개선’ 촉구 민원은 패소할 경우 원고가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함에 따라 공익소송을 위축하는 현행법에 대한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공개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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