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보건소 최초 로봇보행 재활 운동실 갖춰
공공의료의 역할, 시민에게 더 많은 기회 제공


 

 

뇌성마비를 가진 이은주 씨는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잘은 아니지만 조금씩 걸음을 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졸업 이후 사회와 단절되면서 집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다리에 힘이 빠지고 결국 무릎걸음으로만 생활하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평택보건소 재활운동실을 이용하게 되었고, 1년이 지난 지금은 다리에 힘도 생기고 자세도 많이 좋아져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사회성도 좋아지고 긍정적인 생각과 함께 건강한 마음이 생기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다. 

남들보다 조금 먼저 로봇보행재활운동을 시작한 은주 씨는 “현재의 기능이 더 나빠지지 않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활운동이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며, “걷는다는 것과 사회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포기하고 있던 내게 재활운동은 몸과 마음을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주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평택시, 공공의료 수준 한 단계 UP

평택보건소가 전국 보건소 최초로 로봇을 활용한 보행운동 재활실을 운영해 평택시의 공공의료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공공의료기관에서 로봇을 활용한 재활운동실이 무료로 운영됨에 따라 의료취약계층의 재활치료비 부담을 낮추고 신체적 독립을 통한 능동적인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평택보건소는 11월 4일 정장선 평택시장과 보행 장애를 가진 시민이 함께 한 가운데 로봇보행 보조훈련 장비를 갖춘 재활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는 장비 시연과 함께 그동안의 재활운동 성과와 사업추진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재활운동은 보행기능 회복을 위해 같은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고 훈련 시에도 2명 이상의 물리치료사가 함께 해서 일정한 강도를 제공하는 등 세심하게 살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재활운동을 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꾸준한 보행운동을 할 경우 효과는 다수의 사례자를 통해서도 입증되는 만큼 재활운동에 대한 지원은 필수적이었다. 

국내에서 로봇보행보조훈련 장비가 설치된 곳은 전국에 46개소가 있고, 그중 경기도에는 7개소에 설치되어 있다. 의료기관이 44곳이고 화성시와 용인시의 장애인복지관 2곳에도 로봇보행보조훈련장비가 설치돼 있다. 로봇보행보조훈련장비는 기존 보행재활운동의 단점을 해소할 수 있으나 로봇을 활용한 보행재활운동을 위해서는 장비가 있는 병원을 찾아가야 하고 의료비 부담도 가중돼 쉽게 이용하기에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평택보건소, 보행 장애 재활에 단비

평택보건소가 도입한 로봇보행보조훈련 장비는 보행재활이 필요한 시민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보건소 입장에서는 보조 인력의 참여를 줄일 수 있고 재활이 필요한 시민에게는 로봇의 도움으로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같은 강도의 걷기 훈련을 지속할 수 있어 보행감각을 쉽게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미래에 개인이 장착하고 걸을 수 있는 슈트가 상용화될 경우 쉽게 적응할 수 있어 미래를 대비한다는 면에서도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택시보건소는 지난 2019년 11월 ‘화성시 로봇 보조보행재활운동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후 이듬해 3월 제1차 추경예산을 확보해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원주 굿웰니스센터와 화성시 아르딤복지관을 벤치마킹 했으며, 올해 6월부터 2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로봇보행재활운동실 시설개선에 착수했다. 

보행재활운동 로봇은 1대 당 가격이 3억 5000만원으로 평택시는 지난 9월경 로봇을 구입해 설치하고, 전담인력 교육을 진행하는 한편 장비 관련 1차 기본교육과 시스템 운영교육을 마쳤다. 

평택보건소는 향후 로봇보행 재활운동실에서 보행지도가 필요한 지역사회 장애인들에게 재활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고 질적으로 향상된 시스템을 이용해 독립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며, 스스로 느끼는 만족도를 높여 장애인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대상자는 평택시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모집하고, 사전 상담을 통해 적응여부나 진행상황 여부 등을 판단한 후 대상자로 선정되면 재활로봇을 활용한 보행훈련과 맞춤형 개인 보행지도를 진행하게 된다. 또한 사전·사후 개별 기능평가와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통해 평가하는 절차를 갖는다. 

평택보건소 재활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나 전화예약 후 방문상담을 통해 예약제로 운영되며, 자세한 사항은 평택보건소(031-8024-4435)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김영호 평택보건소장은 “현재 로봇보행보조기기는 개인이 직접 차고 걸을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을 갖추고 있는 만큼 향후에는 지금보다 훨씬 간편화되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장애인이 평소 걷는 감각을 잃어버렸다면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재활운동은 미래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단계”라며, “보건소재활실을 오래 이용했던 한 친구가 휠체어에 앉아서 보는 세상과 일어서서 보는 세상은 달랐다고 했던 말이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런 분들을 위해 더 많은 기회를 주고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이 공공의료기관인 보건소에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2020년 8월말 현재 평택시 인구 53만 명 중 지체 또는 뇌병변 장애인은 1만 4603명으로 약 2.8%를 차지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남부지역이 6318명, 서부지역 3122명, 북부지역 5163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뇌병변 등으로 인한 중도 장애인들의 보행훈련 욕구가 매년 증가하는 실정이다. 
 

미니인터뷰 - 이은실 물리치료사 / 평택보건소 재활운동실

Q  보건소 재활운동실은 어떤 일을 하는가?
A  요즘은 재활병원에서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퇴원시킨다. 그분들이 지역사회로 돌아와 다시 재활을 해야 하는데 규칙적이고 장기적으로 재활운동 하려면 의료비가 많이 들어 재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장애가 생기면 위축되고 자존감도 낮아져 사회로 나가기 어려워진다. 보건소 재활운동실에서는 그런 분들이 의료비 없이 규칙적으로 꾸준히 재활운동을 하도록 도와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운동하면서 사회성도 생기고 자존감도 높아지면 그때부터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자신감도 생기게 된다. 

  
A  병원에서 퇴원한 분들 대부분은 보행훈련을 희망한다. 사람이 스스로 걸어서 일상생활을 하고 가고 싶은 곳에 간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보건소에서는 인력의 한계가 있어 항상 아쉬웠다. 로봇보행보조훈련 장비는 그런 점을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다. 


Q ‌ 장애 인식개선에 대해 바뀌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A  장애인식개선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장애인이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장애인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다만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도움을 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부탁하지 않는 것을 일부러 도울 필요는 없다. 무엇이든 도와주어야 하는 대상으로 보게 되면 자칫 동정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장애를 가진 분들은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 이은실 평택보건소 재활운동실 물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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