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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백제 찬란한 문화 되살려
74년의 역사를 잇다

 

평택시는 고덕국제신도시로 개발하고 있는 고덕면 좌교리 함박산 중앙공원에 2024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종합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평택을 대표하게 될 박물관 건립에 있어 구체적인 형식과 내용까지 완성해가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평택박물관 건립은 20여 년 전부터 꾸준히 논의되어 온 시민의 염원인 만큼 많은 고민 속에 전문가와 시민, 행정의 지혜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 <평택시사신문>은 전문기자단과 함께 전국의 박물관을 직접 돌아보며 각 박물관의 설립 배경과 특징, 장단점, 박물관이 갖추어야 할 형식과 내용, 프로그램 등을 지면에 실어 평택박물관 건립에 도움이 되도록 20회에 걸쳐 ‘박물관을 가다’ 특집기사를 연재한다. - 편집자 주 -

 

 

1946년 개관한 공주박물관, 충청남도 역사·문화 보존
대표 문화재 진묘수 선정, 관람객과 박물관의 수호신
공주시민 문화재 사랑 엿볼 수 있는 유구한 역사성

 

▲ 국립공주박물관 전경

 

■ 곰나루 전설이 깃든 ‘공주’

대부분의 대도시가 큰 강을 끼고 성장한 역사를 가졌다면 충청남도 중동부에 위치한 공주는 금강錦江을 끼고 성장한 도시다. 금강은 백제가 고구려에 쫓겨 서울을 한성에서 웅진雄鎭으로 천도할 때도 좋은 방어선이 되기도 했다. 공주의 옛 지명인 웅진雄鎭은 순수 한글로는 곰나루(고마나루)로 이와 얽힌 설화가 있다. “옛날 연미산 큰 굴에 몸집이 커다란 암곰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나무하러 온 사내에게 한눈에 반한 암곰은 사내를 납치하여 굴에 가두고 함께 살았다. 어느덧 곰과 사내 사이에 두 마리 곰이 태어났고, 곰은 점점 사내를 믿게 되면서 사냥을 가면서도 동굴 입구를 열어두고 나갔다. 하지만 인간세계가 그리웠던 사내는 그 틈을 타서 동굴을 탈출해 나루터로 나가 배로 강을 건넜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곰은 돌아오라 애원하며 울부짖었지만 사내는 외면하고 강 건너로 사라졌다. 상심한 곰은 새끼와 함께 강물에 몸을 던졌다” 

곰과 나무꾼의 슬픈 사랑이야기처럼 공주는 예부터 곰과 인연이 깊은 도시로 인식되어 삼국시대에는 웅진, 통일신라시대에는 웅진주와 웅주를 거쳐, 고려태조 23년 공주로 개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공주公州는 곰과 비슷한 한자를 차용해서 쓴 것으로 당시에는 ‘곰주’라고 읽혔다고 한다. 고려 성종 2년인 983년 지방제도 정비과정에서 광주廣州, 충주, 청주, 양주, 승주, 전주, 나주, 진주, 상주, 황주, 해주와 함께 12목에 포함되어 번영을 이어갔다. 1895년 고종 23년에 충청도가 남·북도로 양분되면서도 충청남도의 도청 소재지 역할을 했으나 1932년 도청이 대전으로 이전하며 도시의 발전이 정체되었다. 

 

▲ 웅진백제실
▲ 충청남도 역사문화실

 

■ 백제의 타임캡슐, 공주 고분군

공주는 고분군이 많은 곳이다. 백제시대 공주 고분군은 백제가 웅진으로 천도하기 이전에 조성한 금강 북쪽 수촌리, 산의리, 송원리, 하봉리 고분군 등과 천도 후에 조성한 금강 남쪽 송산리고분군, 웅진동고분군, 금학동고분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주 수촌리 고분군은 대형토광목곽묘, 횡혈식 석실분, 수혈식 석곽묘 등으로 다양하게 조사되었는데, 이 무덤군이 하나의 집안 가계묘역으로 추정되어 백제고분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인식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출토된 유물이 백제의 웅진천도 이전에 조영된 것으로 웅진천도 이전부터 공주지역에 백제중앙과의 연결고리를 가진 강력한 지배세력이 존재하였음을 짐작케 한다. 금동관과 금동신발, 금제이식, 환두대도, 중국제 흑유도기, 흑유계수호 등의 유물들이 함께 부장되어 있어 무덤 주인이 공주지역의 유력한 신분과 중국과의 교류도 활발했음을 알 수 있다. 

공주시 금성동과 웅진동은 현재 공주읍 송산리이다. 남쪽 경사면에 위치한 송사리 고분군은 백제가 한성에서 수도를 천도한 웅진시대(475~538) 백제의 왕과 왕족들의 무덤군이 자리 잡고 있다. 원래 17기의 무덤이 있었지만 현재는 무령왕릉을 포함하여 1~6호분까지 7기만 복원되어 있다. 이들 무덤은 만들어진 형태에 따라 굴식돌방무덤橫穴式石室墳과 벽돌무덤塼築墳 두 종류로 구분된다. 1~5호분은 백제가 전통적으로 사용한 굴식돌방무덤으로 돌로 널방을 만든 후 천장을 돔Dome 형태로 둥글게 처리했으며, 6호분과 무령왕릉은 중국 남조의 영향을 받은 벽돌무덤으로 터널형 널방 앞에 짧은 터널형 널길을 가지고 있다. 공주의 고분군을 대표하는 수촌리와 송산리 고분군을 통해 백제 문화의 우수성과 활발했던 대외 교류, 선진 문화 수용과 소화를 확인할 수 있는 백제의 타임캡슐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상설전시실
▲ 충청남도 역사문화실

■ 백제의 역사와 문화 ‘국립공주박물관’

백제의 고도인 웅진에 자리한 국립공주박물관은 웅진백제 문화를 중심으로 충청남도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 전시하기 위해 1946년 4월 1일 개관하였다. 1973년 10월 12일 공주시 중동에 박물관을 신축 개관하였고, 2004년 5월 14일 웅진동으로 신축 이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박물관 대지면적은 70,119㎡(21,211평), 건축면적은 5,380㎡(1627평)으로 지하 1층, 지상 2층의 본관 건물과 사회교육동으로 이뤄졌다. 국립공주박물관은 1971년 발굴된 무령왕릉 출토품과 대전, 충남지역 출토 9만 2103건, 25만 8661여 점의 문화재를 수집·보관하고 있으며, 국보 18점과 보물 4점 등 학술적 가치가 높은 중요문화재는 상설전시와 특별전시로 공개하여 관람객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정문을 지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박물관으로 올라가다 보면 본관 너른 마당에 무덤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인 ‘진묘수鎭墓獸’가 서 있다. 국보 162호로 지정된 진묘수는 무녕왕릉 출토 당시 널길에서 나온 것으로 중국 고대부터 나타나는 상상의 동물로, 무덤을 지키고 죽은 사람의 영혼을 신선의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국립공주박물관은 진묘수를 대표 문화재로 선정하여 관람객과 박물관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의미에서 출토된 진묘수를 7배로 확대하여 설치했다고 한다. 또한 좌측 옥외전시장에는 부처님과 보살의 입상, 좌상, 좌대를 설치해 국립공주박물관의 정체성을 밖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 국립공주박물관 야외전시장

 

■ 무령왕릉 특성 살린 상설전시관

국립공주박물관의 성설전시는 두 곳으로 1층에 있는 ‘웅진백제실’과 2층에 있는 ‘충청남도 역사문화실’이다. 웅진백제실은 출한성백제 후기부터 사비백제 초기까지 웅진도읍기를 중심으로 전후시기 문화재를 중심으로 전시했다. 전시구성은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한성에서 웅진으로’에서는 한성백제 말기 충청남도 지방 세력의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천안 용원리, 서산 부장리, 공주 수촌리 유적출토 자루솥, 금동관모, 흑유항아리 등을 전시하고 있다. 2부 ‘웅진백제의 문화’에서는 웅진백제기에 조성된 공산성, 송사리 고분군, 무령왕릉 출토 향 담는 그릇, 청자육이호은잔 등을 전시하고 있다. 3부 ‘무령왕의 생애와 업적’에서는 무령왕릉 널길과 널방의 껴묻거리, 즉 죽은 자를 매장할 때 함께 묻는 물건인 진묘수, 묘지석, 장신구 등을 전시하고 있다. 왕과 왕비의 금세공 장신구는 현재와 비교될 만큼 정교하고 아름답다. 4부 ‘웅진에서 사비로’에서는 한성백제부터 사비백제까지의 백제 토기를 전시하고 있다. 

웅진백제실을 나와 2층으로 올라서면 충청남도 역사문화실에 서게 된다. 이곳은 구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충청남도의 선사, 고대, 중·근세 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인류가 이동생활에서 정착을 하게 되고, 고대국가가 성립되는 과정에서 국가 간 영역이라는 이라는 개념이 뚜렷해지며, 기후와 주변 환경에 따라 충청남도라는 지역적 특성이 나타나고, 중근세 시기에는 도道를 기반으로 한 지역문화가 발달했다. 특히, 관촉사 미륵불과 같은 대형 석불과 계룡산 철화 분청사기, 조선시대 예학의 표준인 호서예학 등 뛰어난 지역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 특별전시관 ‘백제의 계획도시 세종 나성동’

대한민국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대규모 도시조성에 앞서 이뤄진 문화재조사에서 세종 나성동과 한솔동 지역에 백제의 지방 도시유적과 함께 대규모 무덤군이 조사되어 학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나성동유적은 물자의 이동을 위한 도로와 물자의 생산과 저장시설 그리고 그 주변에 사람이 살던 공간을 배치했다는 점에서 일반 취락유적과 구별되는 계획적인 도시 건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백제와 세종, 금강과 세종, 금강유역 세력의 성장, 백제의 계획도시, 과거와 현재의 도시로 구성해 1600여년이 지난 지금의 세종시까지 설명하고 있다. 전시가 시작되는 곳에 푸른색 비단이 물결치는 바닥이 있는데 이것을 보면서 금강이 비단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국립공주박물관은 그동안 ‘백제금동신발 1000리를 가다’ ‘충청남도의 고려를 만나다’ ‘큰 칼에 아로새긴 최고의 기술 한국의 고대 상감’ ‘품격과 솜씨가 담긴 그릇’ ‘보물이 된 옛 물건, 古物’ ‘시詩·서書·화畵로 풍류를 즐기다’ 등 65회의 백제문화제 연계 기획특별전과 연도별 기획특별전, 특별전, 특집전과 테마 전시 등 다양한 전시기획을 통해 상설전시에서 다룰 수 없었던 다양한 현안과 주제를 통해 충청남도의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 웅진백제 어린이체험실과 프로그램

출입문 우측에 위치한 웅진백제어린이체험관은 ‘오감으로 느끼는 어린이 체험 공간’이라는 주제로 ‘비밀의 문의 열고, 1500년 전으로 출발’ ‘왕비, 은팔찌의 비밀’ ‘왕의 칼에는 고리가 달려있다고?’ ‘무령왕 백제를 다시 강국으로 만들다’ 등 9개의 흥미로운 주제의 어린이 체험이 운영되고 있다. 1회에 35명까지 입실하여 체험을 진행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주말 박물관 체험교실’ ‘큐레이터와 대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주어린이 박물관학교’ 성인을 위한 ‘공주박물관 대학’ 등의 박물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 국립공주박물관의 현재와 미래

광복 이전인 1940년 조선시대 충청관아 건물인 선화당의 조그마한 전시관을 인수하여 1946년 국립박물관 공주분관으로 출발한 국립공주박물관은 올해로 74년을 맞이했다. 웅진백제의 찬란한 문화처럼 공주시민의 문화재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유구한 역사라 할 수 있다. 또한 국립공주박물관을 대표하는 무령왕릉과 고대 동아시아 무덤의 수호신 ‘진묘수’ 그리고 공산성과 공주 고분군 등 도시가 풍성한 볼거리와 이야기가 가득한 박물관처럼 느껴졌다. 최근 지자체 소유 박물관에는 유물을 보관하기 위한 시설 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급증하는 국가 귀속문화재 보관 의뢰에 따라 전국을 경기권, 경상권, 충청권, 전라권 등 모두 4개 권역으로 나누어 그 중 경기남부와 충청권역은 유물의 수량, 행정구역의 체계, 교통 접근성 등을 고려해 국립공주박물관에 권역 수장고를 건립하였다. 수장고는 내년 상반기부터 운영하기 위해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평택에서 발굴된 귀속 문화재도 국립공주박물관의 권역별 수장고에 보관, 관리가 될 예정이다. 아직 박물관이 없는 평택으로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립공주박물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VR체험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웅진백제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빨리 보고 싶다면 컴퓨터를 켜면 바로 만날 수 있다. 

글·사진/오민영 전문기자·평택문화원 사무국장

 

■ 국립공주박물관

◆ 관람 안내
○ 주소 : 충청남도 공주시 관광단지길 34
(웅진동 360번지)
○ 관람료 : 무료(단, 기획전시는 경우에 따라 유료)
○ 주차료 : 무료
○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단,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공휴일 다음의 첫 번째 평일)
○ 문의전화 : 041-850-6300
○ 누리집 : https://gongju.museum.go.kr/gongju

◆ 전시실 안내서비스
○ 대상 : 1회 30명 이하
○ 전시해설 시간 : 1일 4회(10시, 11시, 14시, 15시)
○ 해설사 : 전문 자원봉사자, 박물관 직원의 
전시유물 설명
○ 신청방법 : 국립공주박물관 현장 또는 전화 예약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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