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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유물,한국 최초의 보물선 이야기를 담다

 

평택시는 고덕국제신도시로 개발하고 있는 고덕면 좌교리 함박산 중앙공원에 2024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종합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평택을 대표하게 될 박물관 건립에 있어 구체적인 형식과 내용까지 완성해가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평택박물관 건립은 20여 년 전부터 꾸준히 논의되어 온 시민의 염원인 만큼 많은 고민 속에 전문가와 시민, 행정의 지혜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 <평택시사신문>은 전문기자단과 함께 전국의 박물관을 직접 돌아보며 각 박물관의 설립 배경과 특징, 장단점, 박물관이 갖추어야 할 형식과 내용, 프로그램 등을 지면에 실어 평택박물관 건립에 도움이 되도록 20회에 걸쳐 ‘박물관을 가다’ 특집기사를 연재한다. - 편집자 주 -

 

 

천년을 넘어 만나는 일상과 예술을 한 곳에
국가 간 해상교류와 해상활동의 귀중한 자료 
바닷물이 완충작용, 수중문화유산 보존 탁월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전경

 

■ 인류의 문화를 살피는 단초 ‘난파선’
수중문화유산은 늪지, 호수, 강, 바다의 물속에 잠겨있는 인류의 흔적들이다. 지진이나 자연현상으로 잠긴 경우도 있지만 운송이나 교역, 어로 활동, 전쟁 등 다양한 수상 활동 중에 선박이 침몰한 경우도 있어 당시 인류의 삶과 문화를 살펴보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난파선은 약 300만 척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중고고학의 중요한 발견이 시작된 곳은 서양문화의 요람이었던 지중해로 이곳에는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를 왕래하던 많은 난파선이 묻혀있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수중 조사가 이루어졌고 그 덕에 수중고고학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특히 19~20세기 초반은 수중고고학의 여명기로 스페인을 비롯한 지중해 연안에서 바다에 잠들어 있는 보물선을 인양하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나타나기 시작해 지금까지 1000여 척 넘는 난파선이 조사되었다. 1957년 덴마크 국립박물관에서 발굴한 바이킹선을 비롯해 1982년 영국의 메리로스호와 미국의 타이타닉호가 대표적인 난파선이다.
이러한 수중문화유산은 육상의 문화유산보다 잘 보존되어 있는데 그것은 침몰과정에서 바닷물이 1차적인 완충 역할을 해주어 수중환경이 육상에 비해 안정한 상태가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또 갯벌의 퇴적층이 무산소 환경을 만들어 보호되었기 때문이지만 갯벌에 노출된 부분은 쉽게 부식되거나 파도에 휩쓸려 훼손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 난파선
▲ 완도선박의 강진청자

 

■ 신안해저유물 연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1976년 신안해저유물의 우연한 발견으로 한국 최초 수중문화재 발굴조사가 시작되면서 1981년에 목포보존처리장을 설립했다. 이것이 1990년에 이르러 목포해양유물보존처리소로 개편되었다. 그리고 1994년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을 개관해 국내 유일의 수중문화유산 발굴과 과학적 보존, 분석, 침몰된 고선박, 우리나라 전통 선박의 복원 등 조선기술과 항해기술, 해양고고학적 유적지와 유물조사, 섬 문화연구, 전통 고기잡이 연구와 함께 이를 알리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6년 신안해저 발굴을 시작으로 침몰선 14척과 10만여 점의 문화재를 건져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1980년대의 완도선, 1990년대의 진도선과 달리도선, 무안 도리포 해저 유적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고, 2000년대부터는 해군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수중조사의 한계를 벗어나면서 진정한 수중고고학으로 발전이 시작되었다. 2007년 이후 태안해역에서 발굴된 난파선은 우리나라 수중고고학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으며, 2019년 11월에는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을 개관하게 되었다.
신안선 발굴 이후 수중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화재 발견 신고가 급증하기 시작해 1970년대에는 50건 중 49건이 신안선 이후에 이뤄졌다. 1983년 3월 제주 신창리 앞바다에서 물질을 하던 해녀들로 부터 금팔찌 등을 발견했다는 신고가 있은 후 4월에 곧바로 탐사가 이루어져 신고 지점에서 금제 장신구 2점이 추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어서 1981년부터 1987년에는 유물 발견 신고가 빈번했던 태안해역, 보령 죽도해역에서 상감청자 32점을 비롯해 100여점의 청자가 출수됐는데 그 중 ‘기사 己巳(1269년 또는 1329년)’라는 간지가 새겨진 상감청자가 발견되어 고려청자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신안선 발굴을 시작으로 한국 수중고고학이 시작된 지 40년이 지났지만 실질적인 발전은 2002년 비안도 2차 발굴에서 자체적인 조사를 시작으로 많은 성장을 했다. 대부분의 수중발굴은 서해에서 실시되었다는 사실은 그만큼 서해에서 해난사고가 많은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남해 역시 고대부터 중요한 항로이자 임진왜란 시기의 격전지였기 때문에 남해에서도 새로운 유적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다. 2010년 인천 영흥도선 수중발굴에서 통일신라 선박 1척과 고려청자 723점이 발굴됐고, 2015년 안산 대부도 2호선에서도 12~13세기 고려선박 1척과 고려청자 48점이 발굴된 것으로 보아 당진과 아산, 평택 인근 해역에서도 난파선의 발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 특별전시 '시대공감' 작품
▲ 전시관

■ 한국의 수중보물 타임캡슐을 품다
목포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문화재전시관은 목포시 용해동 8번지 목포 앞바다에 접한 위치에 있다. 대지면적 2만 75㎡(6083평), 건축면적 8307㎡(2517평),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상설전시실 4실, 기획전시실 1실, 어린이 해양문화체험관 1실과 보존처리실 1652㎡(500평) 규모 등이다. 등록된 유물은 4만 8391점이며 발굴조사, 탐지, 발견 보고, 압수로 국가귀속이 된 문화재를 보관, 관리하고 있다. 보물 1782호 청자퇴화문두꺼비모양 벼루, 보물 1783호 청자상감국화모란유로죽문 매병과 죽찰, 보물 1784호 청자음각연화절지문 매병과 죽찰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9년 공식 방문 관람객수는 19만 4579명이다.
제1전시실에서는 선조들이 바닷길을 통해 일궈온 해양교류의 역사와 의미를 살필 수 있도록 바닷길 진출과 교류·교역의 꿈, 바다 속 보물, 해상활동의 자취 등 세 개의 주제로 구성 전시하고 있다. 바다에서 발견된 송·원대 도자기 등은 동북아 해상실크로드를 통한 국가 간 교역이 활발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를 거친 1000년의 세월 동안 전국의 연안항로를 통해 조운제도를 운영하고 조창에 모이는 세곡 운송과 강진청자가 생산되어 해상을 통해 개경의 왕실과 중앙의 귀족에게 쓰였다는 것을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제2전시실은 신안선실이다. 1323년 중국 원나라 칭위엔에서 출발하여 일본 하카타와 교토로 항해 중 고려의 신안 앞바다에 침몰한 길이 30m, 240톤 규모의  중국 원대의 원양상선인 신안선은 중국선박연구와 <선화봉사고려도경 宣和奉使高麗圖經> 기록을 보면 중형상선으로 되어 있다. 중국 상선이지만 승선원은 한·중·일 3국의 사람들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안선은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한 약재와 자단목, 중국 동전을 선적하여 천주에서 영파에 도착, 용천요와 경덕진요 등에서 도자기를 싣고 일본을 향해 가다가 신안 앞바다에 침몰했다. 이렇게 천년을 해저 침몰선에서 잠자고 있다가 세상의 빛을 본 2만 5000여점의 도자기와 금속공예품, 동남아시아의 향신료와 후추, 고려청자와 청동거울, 일본 칠기 그릇과 도자기 유물들은 고려시대 바다를 무대로 펼친 중세 상인들의 무역활동과 동아시아 문화교류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제3전시실은 세계의 배 역사실로 인류가 배를 제작하고 활용하기까지의 과정을 전시하고 있으며 ’세계의 배 문명을 밝히다’ ‘대항해 시대, 배가 대륙을 연결하다’ ‘절대왕정시대 배가 국가를 방위하다’ 등의 테마로 선사시대 북미와 아프리카에서 중세 유럽의 바이킹의 활동, 산업혁명과 선박과 항해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제4전시실은 한국의 배 역사실로 전통 배인 한선韓船과 세계 배와의 만남, 일제강점기 개량선 등의 주제로 선사시대부터 해상왕 장보고의 무역선, 거북선, 근대의 어선 등 무한히 발전한 배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어린이해양문화체험관과 야외체험관은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과 함께 전통선박과 체험시설을 가족과 함께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여 어린이들에게 바다 속 보물찾기 등을 통해 호기심과 바다로 향하는 꿈을 키워주고 있다. 

▲ 해양유물전시관

 

 

■ 천년을 넘어 만난 일상과 예술
해양문화재전시관은 2020년 10월 23일부터 2021년 2월 14일까지 ‘천년을 넘어 만난 일상과 예술-시대교감’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다. 특별전은 시대미감時代美感, 시대조우時代遭遇, 시대영감時代靈感의 3부로 구성되어 우리의 문화유산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자 구성한 전시다. 
제1부 ‘시대미감’은 서·남해에서 인양한 고려청자 28점과 수중 발굴 영상은 화물선의 난파와 함께 바다에 묻혀있던 유물의 발굴을 통해 천년의 시간을 건너 현재에 이르고 작가의 해석을 통해 다양한 영상과 사진 조형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제2부 ‘시대조우’에서는 진도 명량대첩으로 해역에서 발굴한 청자기린모양향로 뚜껑과 태안 대섬해역에서 발굴한 청자사자모양 향로 등을 모티브로 대표적인 수중문화재를 과거의 유물 속에서 관람객과 상호작용하는 작가 본인이 발견한 가치를 현대적으로 표현하였다.
제3부 ‘시대영감’은 산업·시각 디자인분야 작가들이 참여해 고려청자가 가지고 있는 형태와 색깔, 문양을 각자의 시각에서 유물을 잘라내 사이사이 저장된 이야기로, 유물이 바다에 있을 때 마치 바다하고 대화하는 상상을 전시에 담아냈다. 
일반적으로 유물이라고 하면 유물의 바깥에서 보이는 외관만 확인할 수 있는데 시선을 바꿔서 유물의 안쪽을 관찰하였으면 하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는 작가의 의도와 같이 과거의 유물과 현재의 작품 그리고 미래를 살아갈 우리 모두가 교감하는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려는 의도의 특별전이다.
그 외에도 1994년 12월 현대선박모형특별전을 시작으로 2004년 11월 전시관개관 10주년기념 ‘도자길, 바닷길 특별전’ 2005년 10월 ‘신라인, 장보고특별전’이 재단법인 해상왕장보고기념사업회와 공동으로 통일신라시대 동북아시아 해상권을 장악하고 해외경영의 선두에 섰던 청해진淸海鎭 대사大使 장보고 장군을 주제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전시했다. 2019년 8월 ‘한국의 수중보물, 타임캡슐을 열다’ 특별전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부산박물관이 공동으로 기획 전시했고 지난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2019년 10월 ‘1919남도, 대한독립만세!’ 특별전은 조선후기 임진왜란의 호남의병, 한말 호남의병, 1919년 3.1운동,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나라의 위기 때마다 의롭고 당당하게 나섰던 남도 사람들의 역사를 담아내는 등 다양한 주제의 특별전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 해양유물전시관의 현재와 미래
1975년 신안앞바다에서 그물에 우연히 걸려 나온 도자기 몇 점으로부터 시작된 수중유물의 발굴 역사는 국립광주박물관을 건립하게 되었고 한국의 수중고고학의 발전을 거듭나게 했다. 또한 이를 통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유물전시관 그리고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을 만들어 냈다. 소중한 선인들의 삶의 흔적과 10만점 이상의 유물의 가치는 가히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유물전시관은 문화재청에 소속된 국립기관으로 부단한 해양문화 콘텐츠 개발과 문화행사와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장소와 접근성도 좋고 주변 관광자원과의 연계성이 좋아 앞으로도 더 훌륭한 우리나라 수중유물연구와 전시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오중근 전문기자·전 평택박물관연구소장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유물전시관

◆ 관람 안내

○ 주소 : 전라남도 목포시 남농로136
○ 관람료 : 무료
○ 주차료 : 무료
○ 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 문의전화 : 061-270-2000
○ 누리집 : https://www.seamuse.g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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