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제자와 함께 길을 걷다가 나무 뒤에서 몰래 용변을 보는 남자를 발견했습니다. 공자는 가던 길을 멈추고 남자를 불러 그의 행동을 크게 나무랐습니다. 그러자 남자는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용서를 구했습니다. 다시 길을 걷다가 이번에는 길 한가운데서 용변을 보는 남자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가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제자가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나무 뒤에서 몰래 용변을 보던 남자는 크게 야단을 치시면서 왜 길 한복판에서 용변을 보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십니까. 길 한가운데서 용변을 보는 것은 몰래 하는 것보다 더 나쁜 행동이 아닙니까”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몰래 용변을 본다는 것은 자신의 행동이 부끄럽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을 꾸짖으면 개선할 여지가 있지만 길 한복판에서 용변을 보는 사람은 그 행동이 부끄럽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이니 아무리 크게 야단을 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살아가면서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옳지 못한 일과 마주쳤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돌아설 때, 마음으로는 천번 만번 그것은 옳지 않다고 되뇌면서도 체면 때문에, 혹은 해코지를 당할까봐,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까 우려가 앞서 모르는 체 돌아설 때 나는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그럴 때면 무언가 숨구멍을 꽉 막은 것 같아 밤새 잠이 오질 않습니다. 세상과 타협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다독이면서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되뇌던 오래 전 학자처럼 어두운 방에서 눈을 감고 혼잣말만 하는 것이지요.  

‘욱~’하는 마음에 앞뒤 안 가리고 크게 화를 냈거나 혹은 그리 친하게 지내지 않은 젊은 사람에게 편하게 반말을 해버린 경우도 그러합니다. 머릿속에서 계속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고 조금 더 참았더라면 후회하거나, 혹은 내 마음과는 달리 함부로 대한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싶어 내내 부끄러워집니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 욱 하며 화내는 내 모습과 마주하게 되고, 나보다 어리다는 이유로 툭툭 말을 놓게 되니 오늘도 후회는 여지없이 반복됩니다. 그래도 공자님 말씀대로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로해 볼까요.  

때로는 부끄러운 행동을 하고도 남 앞에서 드러내지 않으려 감추기도 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덮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흔들릴 때도 있지만 돌아보면 공자님의 가르침처럼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만큼 나를 성장시키는 것도 없겠구나 싶습니다. 

공자가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에게만 조언하라고 말한 것도 달리 생각해보면 아무나 교육하려 들지 말라는 충고인 것 같아 또 한 번 나를 돌아보며 부끄러워집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경험이 있다고 아무나 가르치려고 드는 것도 조심해야겠구나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내 조언이 꼭 필요한 경우를 잘 가려서 도움을 주는 것도 현명한 자세라는 것을 수천 년 전 어른의 가르침을 통해 오늘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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