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눈치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먼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K방역으로 국제적 인정을 받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2400명의 산재사망과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등의 참사는 왜 반복돼야 하느냐는 사회적 공분이 쌓였고 그 분노는 240여 개 노동·시민사회단체, 피해자 모임, 정당이 참여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를 발족시켰다. 10만 이상의 국민청원을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는 국민의 요구가 국회에 전달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이유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어도, 사업장 90%가 위반하고 감독을 나와 적발해도, 사람이 죽어 나가도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판결 분석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재범률은 97%로, 형법의 50%보다 훨씬 높다. 징역형은 2%로 2017년에는 단 1건의 징역형도 없었다. 또한 처벌 대상의 1위는 35%에 달하는 안전보건관리 책임자였다. 그리고 안전담당자, 사원, 하청업체, 노동자, 운전기사 등 말단 관리자와 노동자가 처벌받았다. 결국 핵심은 ‘꼬리자르기식 처벌’이 아니라 기업의 최고책임자, 기업법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실질적인 재발방지대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공기 단축과 무리한 공법 변경을 요구한 발주처, 위험작업은 외주화로 돌리고 저가낙찰에 하청 노동자 안전은 책임회피로 일관하는 원청, 기업과 결탁해서 부실한 인허가, 형식적인 안전점검을 남발하는 공무원 책임자가 강하게 처벌받아야 재발 방지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노동부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지난 11월 16일 장철민 의원의 대표발의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최소한의 고민과 기대를 담기는커녕 다시 한번 이 땅의 노동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2018년 2월 산재사망과 건설업 불법 하도급에 의한 산재사망에 대한 하한형 형사처벌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하한형 형사처벌은 아예 없다. 이미 평균 벌금이 450만원인데, 개정안의 개인 벌금 하한 기준이 50만원 늘어난 500만원이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40명 사망에 벌금이 2000만원인 현실을 그렇게 규탄했는데, 개정안의 법인 벌금 하한기준은 1000만원 늘어난 3000만원이다. 정치권에서 그렇게 강조했던 예방중심의 대책이 될 수 있을까?

올해 사회적 참사 특조위의 조사에서 국민들은 ‘기업의 소유주, 최고 경영자 징역 등 형사처벌이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에 80.5%, ‘징벌적 손해배상이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83.6%로 압도적 찬성 의견을 보였다. 이런 국민 여론이 무색하게 이번 개정안에서 대표이사에게 근로감독관의 현장 방문해서 지적한 사항에 대한 확인 의무만을 부여했다. 즉, 근로감독 지적 사항을 확인하고 위반 시에 처벌하겠다는 의미다. 전체 사업장 대비 근로감독은 1%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감독을 나오지 않는 99% 사업장은 대상에서 결국 제외된다. 이마저도 책임자를 상법상의 대표이사로만 한정하고 있어 한국도로공사와 같은 공기업과 평택시 같은 공공기관은 제외된다. 더욱이 위반 시 과태료도 1000만원에 불과하다.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의지는 아예 없는 것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연설을 비롯해 수차례에 걸쳐 이번 회기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업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먼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10만 명의 국민이 직접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여전히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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