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주말마다 부모님 집에 찾아가 함께 아침밥을 먹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을 받으며 이 행복이 부디 오래 지속되기를 기도합니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어린 자식들을 고생시켰다며 지금도 마음아파 하는 엄마는 당신이 차려주는 밥을 맛있게 먹는 딸을 보며 행복해 하십니다. 밥을 먹고 난 후에는 엄마 아빠와 함께 달달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한주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합니다. 한 시간 남짓 수다 떠는 시간도 빠질 수 없는 행복입니다. 

주말에도 일정이 바빠 오늘은 가지 말까 망설일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마음을 다독이며 잠깐 다녀오고 나면 하루 종일 갔다 오길 잘했구나 싶습니다.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무조건 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만일 다녀오지 않았다면 내내 마음이 불편했을 테니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엔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일까요. 요즘은 오래 전에 읽었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이 문득문득 떠오릅니다. 영국의 행동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는 1976년 처음 출간되었을 당시에도 세기의 문제작으로 떠오른 책이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는 2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청소년의 필독서이자 과학계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독자들 사이에서는 화제가 되는 책입니다.  

책의 내용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DNA나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생존기계’로 자기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기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존재입니다. 거기에는 인간도 포함됩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은 이기적인 유전자를 존속시키기 위한 것으로 귀결됩니다. 아무리 좋은 행동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결국 자신의 유전자를 위한 행동일 뿐입니다. 

예를 들면 어미가 새끼를 정성스럽게 돌보는 것도 결국엔 유전자를 가진 자손을 퍼트리기 위한 유전자의 명령 때문입니다. 정성스럽게 돌보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해야 자신의 유전자가 잘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이 이론대로라면 그동안 인간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도덕이나 양심 등도 윤리가 아닌 유전자의 조작인 셈이지요. 그래서인지 인간은 하찮은 존재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이런 내용 때문에 처음 출간되었을 때도 논란과 반론이 많았습니다. 어쩌면 현재 이 책을 다시 읽은 사람들도 그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많을 것입니다. 내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이타적인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결국엔 내 유전자를 보존하고 지키기 위해 했던 행동이라니 ‘대략난감’이란 이럴 때 하는 말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작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습니다. 작가는 “만일 사람들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한다면 인간이 생물학적 본성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비록 유전자가 우리에게 이기적 행동을 지시하더라도 우리가 반드시 그것에 복종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 그것이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길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주말 아침 졸린 눈을 비비고라도 부모님 집을 찾아가 함께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 궁극적인 당위성이 아닌가 잠시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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