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문학동네

 

▲ 박수정 사서
평택시립 배다리도서관

김금희 작가 두 번째 장편소설 <복자에게>는 야무진 13세 초등학생 소녀 ‘이영초롱’이 서울에서 ‘고고리섬’으로 이동하며 시작된다. 소설 속 고고리섬은 제주 본섬에서도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하는 작은 섬이다. 영초롱은 부모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자 이 섬에 거주하는 고모에게 잠시 맡겨진다. 그리고 훗날 판사가 되었으나 제주로 좌천되면서 다시 한 번 고고리섬, 그리고 주인공 곁의 소중한 사람들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 소설은 1999년 초봄, 야무진 열세 살 초등학생 이영초롱이 남동생 대신 제주 본섬에서도 한 번 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고고리섬’의 고모에게 맡겨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영초롱은 자신이 서울에 남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적은 제안서까지 써서 부모에게 호소해보지만, 절망적인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고고리섬에서 침울한 나날을 보내던 이영초롱은 어느 날 섬 둘레를 혼자 걷다가 우연히 또래 여자아이 ‘복자’와 마주친다. 당차고 무람없는 성격을 지닌 복자는 섬에 왔으면 할망신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며 이영초롱을 할망당으로 안내한다.

이영초롱, 복자 등 책 속 등장인물들은 각기 다른 과거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복자는 엄마의 따뜻한 사랑에 대한 결핍을, 영초롱은 기울어진 가세 속에 부모 곁에 남겨진 남동생과 고모 곁으로 보내진 자신을 보며 지킴 받지 못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 본인이 가진 상처로 인해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멀어졌던 복자와 영초롱은 ‘고오세’라는 동창을 통해 다시 마주한다. 그리고 이영초롱은 복자가 현재 아픔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영광의료원’에서 일했던 직원들이 약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위험에 노출되었으며, 이로 인해 다수의 직원들이 유산 등의 아픔을 겪었다. 그 중 한명이 복자였다. 복자와 이영초롱은 이 문제를 함께 직면하며 극복하길 힘쓴다. 그러나 피해자와 판사라는 각자의 자리는 오해를 만들고, 미처 봉합하지 못한 어린 시절의 상처가 작은 균열을 일으키며 이들을 또 한 번 멀어지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자에게>는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극복을 암시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이 책을 읽다보면 슬픔인지 기쁨인지, 서운함인지 감동인지 모를 마음의 동요가 인다. 그 가운데 책의 끝자락을 잡고 있자니 강인함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책속의 인물들은 모두 각기 다른 상처를 지닌 채 존재하지만 어떤 실패들에 걸려 넘어졌던 마음을 다시금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스스로를 치유해간다. 작가는 이 치유의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단단한 시선과 위트 있는 문체로 인간의 보편적 불행과 슬픔을 보듬는 작가 김금희의 두 번째 장편소설 <복자에게>. ‘우울이 디폴트’인 일상을 견디게 해주는 찬란한 순간을 날렵하게 포착해내는 김금희의 소설은 무심한 듯 다정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장면들을 다채롭게 그려내며 수많은 독자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왔다. 

평단의 끊임없는 지지와 더불어 2015년 신동엽문학상,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2017년 현대문학상, 2019년 우현예술상, 2020년 김승옥문학상 대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한 김금희는 이제 ‘언제나 믿고 읽는’ 독보적인 작가가 되었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