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사회 통합,
민세의 정신으로 끌어내야

 

11월 18일, ‘제11회 민세상’ 수상자 공동인터뷰
사회통합, 기독교윤리실천운동·크리스찬아카데미
학술연구, 하영선 동아시아 연구원 이사장 ‘수상’

 

‘민세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하고 평택시와 조선일보가 후원한 ‘제11회 민세상’ 수상자로 사회통합부문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크리스찬아카데미’가, 학술부문에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이 선정됐다. <평택시사신문>은 11월 18일 수상자 인터뷰를 통해 혼란한 정국을 헤쳐 나가고 있는 한국 사회와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있는 평택시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모습을 묻고,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 편집자 주 -

 

 

 

▲ 사회통합부문-정병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상임공동대표

■ 사회통합부문/기독교윤리실천운동

“중도에서 좌우 품으려던 민세, 종교도 사랑으로 갈등 품어내야”

1987년 창립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정직, 책임, 정의를 원칙으로 기독교적으로 윤리적인 삶의 실천과 신뢰받는 그리스도인 되기,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 공동체 건설을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자발적 불편 실천과 교회 신뢰운동, 좋은 사회만들기운동, 바른가치운동, 공명선거운동, 윤리적 투자운동, 바른가치 세미나, 청년부채해방운동, 사회양극화 해소 대안운동 등을 통해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사회 통합에 힘썼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창립 이후 처음으로 크리스찬아카데미와 함께 대화 모임을 개최해 한국사회의 소통과 통합 실천에 새로운 모범을 제시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제11회 민세상’ 사회통합부문 수상단체로 선정됐다.

정병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상임공동대표는 먼저 “민세 안재홍 선생은 일제 때부터 우리 사회에서 중도적 입장에서 좌우를 품으려고 했던 분”이라며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33년 동안 기독교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랑과 이웃사랑, 약자 돕기, 정의 등을 주장해왔는데 이것이 민세의 정신과 일치한 측면이 있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귀한 상을 받게 돼 기쁘고 더 폭넓게 활동하라는 채찍질로 알고 더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올바른 기독교 정신에 대해 “한국 기독교는 구한말 민중이 겪는 아픔을 함께하고 개화와 독립을 위해 힘썼으나 근대화 과정에서 교회는 물질주의화하고 비대해졌으며 한국사회가 품은 아픔과 눈물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아 외면당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본래 기독교의 정신은 이웃사랑이다. 하나님을 위해 이웃을 사랑하는 정신을 회복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환영을 받을 수 없다. 약자를 위해 희생하고 고통을 나누고 정의를 실천해 신뢰를 회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각각 복음주의와 에큐매니칼(교회 일치 운동)의 관점에서 개신교 개혁을 이끌어 오던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크리스찬아카데미는 ‘소통을 통한 사회통합’에 주목해 대화를 시작했다.

정병오 상임공동대표는 “사회는 다양한 이념과 가치에 따라 대립할 수 있지만, 종교는 사랑으로 갈등을 품어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오히려 종교가 이념의 중심에 서 있으며 종교집단이 특정 이념을 끌고 가려고 해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며 “서로 다른 입장에 서 있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크리스찬아카데미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대화하는 모임을 가졌다. 갈등을 넘어 소통과 통합을 위한 노력으로 더욱더 발전하면 좋겠다. 젊은 세대가 세대별 이슈를 가지고 화합하는 등 다양한 소통 방식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정병오 상임공동대표는 “일제강점기나 해방공간에서 좌우 대립이 너무 심했다. 지금도 해방정국 못지않게 양극단으로 갈려져 서로 미워하고 있다. 종교인도 복음보다 이념을 위에 두고 서로를 악마화하는 상황에서 안재홍 선생의 정신은 너무 소중하다”며 “민세 안재홍 선생이야말로 다시 사표師表로 세워 나아가야 할 인물이다. 평택시민이 민세의 큰 뜻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소통과 대화, 통합을 실천한다면 평택이 국민통합, 사회통합의 도시로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사회통합부문-채수일 크리스찬아카데미 이사장

■ 사회통합부문/크리스찬아카데미

“분열된 한국사회와 한국교회, 민세 정신으로 통합의 길 모색해야”

 

크리스찬아카데미는 1965년 강원용 목사가 사회적 약자를 돕고 다른 종교와의 교류를 강조하기 위해 설립했다. 크리스찬아카데미는 기독교의 사회참여, 교회와 사회의 대화, 인간 소외 극복을 위한 인간화 실천에 힘써왔다.

특히, 계층 갈등 해소를 위한 중간집단교육, 한국사회의 다양한 현안에 대한 성찰, 사회통합을 위한 소통운동 등을 꾸준히 펼쳐왔고, 정기적인 대화모임과 마을 인문학 포럼, 한국교회연구 사업, 평신도 포럼 사업 등 기독교 정신을 토대로 사회를 통합하려고 노력해왔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크리스찬아카데미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손잡고 한국개신교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의 장을 열고, 사회 통합과 소통에 모범이 됐다는 평가를 받아 ‘제11회 민세상’ 사회통합부문 수상단체로 선정됐다.

채수일 크리스찬아카데미 이사장은 “수상을 계기로 민세 안재홍의 생애와 사상을 공부하다 보니 크리스찬아카데미가 추구하는 가치, 활동과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깜짝 놀랐다”며, “민세 안재홍 선생과 크리스찬아카데미가 추구하는 목표가 같다는 점에서 민세상 수상을 대단히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채수일 이사장은 최근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 “기독교가 한국에 들어온 역사는 짧으나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민족과 독립을 위해,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앞장서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독교가 사회적 문제로 전락해 비난을 받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몰락한 데는 성장지상주의, 교회 지도자들의 도덕적 타락, 세습 등으로 사회적 신뢰를 잃고 지나치게 정치세력화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을 두고 분열돼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분열의 원흉이 된 현실을 극복하지 않으면 개신교는 사람들에게 빛이 될 수 없다. 갈등이 있는 곳에 평화를 주는 것은 종교 본연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크리스찬아카데미가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대화를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신학적 담론은 진보와 보수로 나뉘지만, 사회적 봉사와 사회 분열 봉합 등 공동의 과제는 함께 하자는 취지에서다.

채수일 크리스찬아카데미 이사장은 “코로나19, 기후위기 등을 해결하는 데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하물며 남북으로 분열된 상황에서 지역 간의 대화, 세대 간의 대화, 태극기와 촛불의 대화 등 화해를 위한 노력이 없다면 한국 사회와 인류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며, “신학적 진보와 보수를 넘어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 개신교가 잃어버린 공신력을 회복하는 것이며, 민족의 소망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종교로 거듭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해방정국에서 민세도 중도의 입장에서 좌우를 중재하고 화해시켜 제 3의 길을 모색하고자 경계인으로서의 삶을 산 인물이라 생각한다”며, “민세 안재홍이 평택에서 나고 자랐다는 사실만으로도 평택시민은 큰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 평택시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민세 안재홍의 사상이 널리 퍼진다면 평택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훨씬 아름답고 밝게 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 학술연구부문-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 학술연구부문/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민세는 시대적으로 내다볼 수 있는 인물, 민세의 발상 더욱 키워야”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은 한국 최고의 국제정치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핵 문제와 평화이론 분야에 커다란 업적을 남긴 하 이사장은 국제정치를 복합주의 관점에서 심도 있게 연구해 <복합세계정치론: 전략과 원리 그리고 새로운 질서>, <한일 신시대와 공생복합 네트워크>, <변환의 세계정치>, <미중의 아태질서 건축경쟁> 등 저서로 국제정치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크게 넓혔다.

또한 다산 정약용 등 근대 실학파에서 안재홍 등 복합파 근대 지식인들의 국제관계 인식을 조명한 <역사속의 젊은 그들>을 저술해 안재홍 연구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학술연구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은 “민세에 대해 관심이 있었고 글을 쓴 적도 있지만 한평생 연구하지는 않았기에 연락을 받고 의외라고 생각했다”며 “결국 식민지 시기나 해방정부 당시 이루지 못한 민세의 꿈이 21세기에 한반도에서 이뤄지는 것을 간절히 바라는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그간의 연구가 민세의 꿈과 연결돼 현대에 계속 이어져 나갈 기회라고 받아들이고 민세의 꿈을 이어가는 작업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그는 국제정치의 중요성에 대해 “19세기 말 여러 나라는 국제정치의 흐름 속에서 국망의 비극을 겪었다. 해방과정도 결정적으로 국제정치가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세계 강국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국제정치는 중요하다”며 “식민지 시기에는 국제정치적 안목을 가진 분들이 부족했다. 그중에서 민세가 시대적으로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인물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제정치적 화두로 빼놓을 수 없는 북핵문제와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좌우를 품은 민세의 정신이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영선 이사장은 “북한의 핵 개발 이후 우리는 햇볕정책과 같은 온건정책과 경제제재와 같은 강경책을 모두 취해봤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등 북한의 자생적인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북한이 핵을 가지지 않고 발전하도록 스스로 결심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온건책과 강경책을 병행할 수밖에 없고 북한 스스로 ‘제 3의 길’을 생각하도록 돕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21세기 아시아태평양의 질서는 미중 관계 속에서 다시 형성되고 있는데 우리에게는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을 것”이라며 “그중 가장 명확한 선택지는 한미관계를 베이스로 중국을 동시에 품어나가는 것이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을 품어나가는 것이 21세기 최대의 문제고 이 과정에서 민세의 정신이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해방 이후에도 좌우 분열의 통합, 국제주의와 민족주의의 결합을 계속해서 연구한 민세는 식민지 시기나 해방정부 시기에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며 “21세기 후반으로 갈수록 민세의 발상은 더욱 키워야 한다. 민세의 뜻을 키우는 일이 평택의 정계, 학계, 재계 모두에게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했다.

 

 

 

民世 安在鴻
1891~1965

민세 안재홍

 

 

‘민세상’은 평택출신으로 일제강점 하에서 민족운동가·언론인·사학자로 활동하며 민족의식 고취에 힘쓰고 해방 후 통일국가 수립에 노력한 민세 안재홍 선생의 사회통합과 한국학운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민세상 ▲1회 수상자는 송월주 지구촌 공생회 이사장(사회통합)·정옥자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학술연구) ▲2회 수상자는 김지하 시인(사회통합)·조동일 서울대 국문학과 명예교수(학술연구) ▲3회 수상자는 정성헌 한국DMZ 평화생명동산 이사장(사회통합)·한영우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학술연구) ▲4회 수상자는 인명진 목사(사회통합)·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처장(학술연구) ▲5회 수상자는 박상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사회통합)·김윤식 서울대 국문학과 명예교수(학술연구) ▲6회 수상자는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사회통합)·손세일 청계연구소장(학술연구) ▲7회 수상자는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사회통합)·신용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학술연구) ▲8회 수상자는 김성수 성공회 대주교(사회통합)·진덕규 이화여대 명예교수(학술연구) ▲9회 수상자는 이세중 환경재단 명예이사장(사회통합)·권영민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명예교수(학술연구) ▲10회 수상자는 송경용 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사회통합)·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학술연구)가 선정됐다.

제11회 민세상 시상식은 지난 11월 30일 오후 6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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