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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살린 나눔 정신, 
도민의 사랑으로 되살아나다

 

평택시는 고덕국제신도시로 개발하고 있는 고덕면 좌교리 함박산 중앙공원에 2024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종합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평택을 대표하게 될 박물관 건립에 있어 구체적인 형식과 내용까지 완성해가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평택박물관 건립은 20여 년 전부터 꾸준히 논의되어 온 시민의 염원인 만큼 많은 고민 속에 전문가와 시민, 행정의 지혜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 <평택시사신문>은 전문기자단과 함께 전국의 박물관을 직접 돌아보며 각 박물관의 설립 배경과 특징, 장단점, 박물관이 갖추어야 할 형식과 내용, 프로그램 등을 지면에 실어 평택박물관 건립에 도움이 되도록 20회에 걸쳐 ‘박물관을 가다’ 특집기사를 연재한다. - 편집자 주 -

 

 

제주도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만덕할머니 선양
스토리텔링을 잘 활용한 김만덕기념관 구성 눈길
나눔을 통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실천가 확산 성과

 

▲ 제주 김만덕기념관 전경/김만덕기념관 제공

 

■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의인 김만덕

조선시대 제주도에 거주했던 기녀 김만덕은 시대적 신분의 한계와 억압을 뛰어넘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며 나눔의 정신을 실천한 여성이다. 기녀에서 거상으로, 다시 자선사업가로 변모한 김만덕의 생은 제주도민에게 의인이자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세계적인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김만덕은 1739년 조선 영조 15년에 김응렬의 3남매 중 외동딸로 태어났다. 그러나 그녀의 나이 12세에 부모가 사망하자 기생집에 의탁해 살게 되었고, 20세에 기생수업을 받아 행수기생이 되면서 기녀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그녀가 거주하던 제주시 건입동은 조선시대 제주도의 관문으로 이곳을 통해 수많은 물자들이 오갔고 물자를 중계하는 객주들이 들어섰다. 김만덕은 24세에 이곳에서 물산객주를 운영하며 유통업에 눈을 떴고 많은 부를 축적해 양인신분을 회복했다. 

김만덕의 나이 57세가 되던 1795년 정조 19년 흉년이 이어지면서 굶어죽는 사람이 많아지자 김만덕은 양곡을 구입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구호를 시작했다. 김만덕은 “재물을 잘 쓰는 자는 밥 한 그릇으로도 굶주린 사람의 인명을 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썩은 흙과 같다”고 말하며 기민구호를 이어갔다. 

이러한 사실이 조정에도 알려졌고 결국 정조의 칭송을 받아 ‘의녀 반수’가 되어 여성으로서는 최고의 벼슬자리에 올라가게 되었다. 또한 임금의 은혜로 당시 여성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금강산 유람을 했고 이후 제주도로 다시 내려와 살다가 74세에 숨을 거두었다. 
 

▲ 김만덕의 생애 전시
▲ 김만덕의 장사 원칙 에니메이션

■ 삶에서 길어 올린 도전과 나눔 정신

제주도민은 김만덕의 삶에서 도전정신과 나눔의 정신을 길어 올려 후대에 선양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만덕기념사업회는 배우 고두심이 상임대표로 있다. 사업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김만덕 선양은 김만덕의 생애에서 불우한 환경과 여성을 억압하던 시대의 한계에 굽히지 않고 불합리한 규범과 맞서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고 개척하면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한 점을 높이 사고 있다. 

양인의 신분을 회복한 김만덕이 포구가 지닌 상업적 중요성을 미리 읽고 건입포구에서 물산객주를 차려 장사를 시작한 점에 집중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김만덕의 나눔 정신이다. 김만덕은 막대한 부를 쌓았지만 늘 검소하게 살면서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았다 한다. 이러한 점에서 조선시대 처음으로 ‘부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 점을 끌어낸 것이다. 

김만덕은 엄격한 신분제를 뛰어넘어 여성의 몸으로 상업에 뛰어들어 막대한 부를 이루었고 굶주리는 제주 백성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당시 사회경제 개혁을 통치이념으로 삼은 정조임금은 김만덕의 삶을 높이 사고 신하들에게 김만덕 전기를 집필하라고 명을 내렸다. 덕분에 김만덕의 삶의 기록은 <일성록>과 채재공의 <만덕전>, 이희발의 <만덕전> 등을 통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밖에도 정약용이나 박제가의 기록에도 그녀에 관한 이야기가 짧게나마 전해지고 있다. 

제주도에 기근이 닥쳐왔을 때 김만덕이 선뜻 내놓은 곡식의 가치는 현재의 쌀 가격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크기를 가졌으며, 굶어죽는 제주도민 전체를 열흘 동안 연명시키고 수천 명의 백성을 살려내는 막대한 가치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김만덕기념사업회는 이러한 역사적 기록들을 스토리텔링화 해서 다양한 사회의 나눔 분야에 접목시키고 시민들에게 알려 선양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 갑인년 흉년 모습 이미지 연출
▲ 김만덕의 남눔문화을 실천한 ‘빛을 잇는 사람들’ 전시관

 

■ 제1종 전문박물관인 김만덕기념관

김만덕기념관은 2011년 10월 31일 기념관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12년 4월 23일 기념관 건립 부지를 확정했으며 2013년 12월 31일 공사에 착공했다. 이듬해인 2014년 1월부터는 전시설계, 제작, 설치공사에 착공했으며 4월에는 전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12월에는 ‘김만덕기념관 설치 및 운영조례’를 제정했다. 2015년 3월 2일 김만덕기념관을 준공하고 4월에는 민간위탁 운영 협약을 체결했으며 김상훈 초대관장이 취임하면서 그해 5월에 기념관을 개관했다. 2016년 3월 28일에는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되어 오늘에 이른다. 현재 김만덕기념관은 기념사업회와 기념관운영위원회가 있으며, 김만덕기념관장을 중심으로 팀장 1명, 팀원 1명 등 모두 7명으로 운영팀이 구성되어 있다. 

기념관은 상설전시관, 나눔명상관, 나눔실천관, 나눔문화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관람 동선은 3층 상설전시관, 2층 나눔명상관, 2층 나눔실천관, 1층 나눔문화관으로 이어지도록 해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오면서 관람하는 형식으로 조성했다. 

3층 상설전시관은 제주를 살린 김만덕의 정신을 주제로 구성했다. 김만덕의 생애와 영정전시, 만덕을 이야기한 사람들, 만덕 아카이브, 만덕의 어린 시절과 물산객주 시절 등을 담아냈다. 만덕의 도전과 숭고한 나눔 정신은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그밖에도 의녀반수의 벼슬을 받고 금강산을 유람한 이야기와 노년에 다시 제주도로 돌아와서도 나눔의 삶을 살았던 이야기 등이 구성되어 있다. 2010년 드라마로 제작된 내용을 소개하고 김만덕의 이름으로 진행하는 각종 기념사업들을 소개하는 한편, 김만덕처럼 나눔을 실천한 사람들을 함께 배열해 의미를 더하고 있다. 또한 김만덕의 정신을 잇는 사람들에게 주는 ‘김만덕상’ 수상자들을 한곳에 모아 소개하고 있으며, 만덕 객주터로 추정되는 산지천의 옛모습 사진과 현재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휴게공간을 마련해 잠시 생각에 잠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2층으로 내려오면 김만덕의 정신을 마음에 담는 명상관이 마련되어 있다. ‘은광연세’라는 문구가 쓰인 원형조형물 아래서 김만덕의 나눔과 베풂의 정신을 체험하도록 했으며, 나눔실천관에서는 김만덕의 정신을 이어받아 세상을 바꾸는 나눔을 알아가는 체험관을 꾸며 나눔의 삶에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곳에서는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나눔 문화와 현황 소개, 나눔의 정의와 나눔이 필요한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나눔의 가치와 다양한 나눔의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기부체험과 나눔 교육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나눔을 알아갈 수 있는 다목적공간이 마련돼 있다. 

1층은 나눔 문화가 퍼지는 열린 나눔 문화공간으로 구성했다. 이곳에는 관람객을 위한 안내공간이 있으며, 김만덕의 전신상이 중앙에 놓여 있다. 또한 나눔 관련 단체와 동호회 등이 모임이나 재능기부를 지원하는 장소가 마련돼 있고, 유아를 동반한 관람객 편의 공간, 그리고 김만덕을 노래한 당대 시인들의 글과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카페가 마련돼 있다. 

김만덕기념관은 개관 당시 ‘은혜의 빛을 잇는 제주사람들’이라는 기획전을 마련했다. 강만보 작가의 사진으로 구성한 이 기획전에서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제주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 주어 김만덕의 정신을 이어받아 서로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제주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특히 사진 속에서 제주 사람들의 나눔과 배려, 도전과 개척, 강인한 어머니상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이것이 바로 ‘김만덕의 정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 

 

▲ 김만덕 영정

 

■ 스토리텔링에서 교육과 나눔 실천으로 확대

김만덕기념관은 짧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잘 활용한 곳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역사적 사실에서 기녀라는 점을 중심에 두고 부정적으로 평가된 부분도 숨기거나 왜곡하지 않고 함께 전시함으로써 관객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눈에 띈다. 

김만덕의 스토리를 통해 ‘김만덕상’ 제정, 나눔 공모전, 어린이 나눔 교육 만덕학교 운영, 김만덕 작은나눔 그림전, 만덕문화대상 나눔 디자인공모전, 나눔의 가치를 알리는 특강, 나눔큰잔치 어린이 바자회, 김만덕 유적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김만덕주간’을 제정해 이 기간 동안에는 전시와 어린이사생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칫 묻힐 수도 있었던 조선시대 한 여성의 역사적 삶에서 끌어낸 스토리들이 어린이들에게는 경제를 교육하는 단초가 되기도 하고 사회적으로는 나눔과 봉사에 대해 알려 사회기틀을 바로잡는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처럼 유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김만덕의 삶에서 어떤 부분의 스토리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기념관을 구성할 것인가에 많은 고민과 투자를 했다는 것임을 방증한다. 이것은 스토리텔링이 갖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만덕할머니’라는 친근한 캐릭터를 활용해 유아들의 나눔 정신을 쉽고 재미있게 교육하는 과정도 김만덕기념관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곳에서는 나눔이 단순히 물질적인 것을 베푸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나 재능나눔 등 인적나눔도 있음을 알려준다. 또한 물적나눔의 영역으로 작은 기부에도 큰 가치가 있음을 알려주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나눔기관을 명시함으로써 기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데까지 확산하고 있다. 장기기증이나 혈액 기증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도 소개해 이런 것 역시 나눔의 일환임을 명시한다. 또한 홈페이지에는 이것들을 실천할 수 있는 기관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해 곧바로 실천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대부분 상징적인 인물을 선양하는 기념관은 삶을 스토리 그대로 전시하는데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김만덕기념관에서는 상징적인 인물을 선양하고 알리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 인물이 가진 삶의 이야기를 어떻게 스토리텔링화 하느냐에 달려 있다.  

 

글/임봄 기자

 

 

 

■ 김만덕기념관

◆ 관람 안내

○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산지로 7 
○ 관람료 : 성인 1000원, 청소년·군인 500원
            단체(10인 이상)-성인 800원, 청소년·군인 400원 
○ 관람 시간 : 평일과 주말 오전 9시~오후 6시
                (매표마감 : 오후 5시)
○ 주차요금 : 무료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 문의 전화 : 064-759-6090
○ 누리집 : http://www.mandukmuseum.or.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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