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 도시 평택, 청년 커뮤니티와 청춘의 삶 부재
사회·문화적 인프라 구축 필요, 청년의 울타리 돼야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청년정책이다. 국회는 ‘청년기본법’을 제정하고 청와대는 ‘청년정책비서관’을 신설하며 총리실 산하에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만드는 등 다양한 청년정책을 내놓았지만 이런 것들이 제대로 청년들의 미래를 보장하리라 생각하는 청년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청년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그래서인지 결혼을 기피하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도시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들이 필요하지만 그중에서도 비중 있게 추진해야 할 청년정책, 더 젊고 더 활기찬 도시 평택을 위해 청년이 살고 싶은 평택은 과연 어떤 곳인가를 평택에서 활동하는 청년의 목소리로 <평택시사신문>이 긴급 진단해 봤다. - 편집자 주 -

 

▲ 평택시 청년농업인 육성지원 간담회

 

■ 성장하는 평택, 이탈하는 청년들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산업단지가 가동되고 평택항을 중심으로 서해안 시대가 개막하면서 평택시의 산업과 경제 규모가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어느덧 인구가 50만을 넘어서고 있는 평택시가 어제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신성장’ 도시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다른 지역에서 이주한 청년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취업의 기회가 많은 평택으로 옮겨왔다고 말하는 새로운 얼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평택시의 청년인구는 2019년 기준 15만 2296명으로, 2018년에 비해 5093명이 증가하는 등 지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신성장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입에서 공통으로 들려오는 ‘부족함’이 있다. 특히 새롭게 평택에 정착한 이들 말고도, 오래전부터 평택에서 자라온 청년 중에는 유난히 “평택을 떠날 것이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에게 왜 평택을 떠나려고 하는지 물어보면 대부분이 이렇게 답한다. “평택에 뭐가 없잖아” 산업단지도 있고, 일자리도 있는 것 같은데 무엇이 없다는 말일까?

 

▲ 평택시 청년층 일자리박람회
▲ 평택형 청년희망사회주택 개소식

 

■ 청춘의 청사진이 없는 도시

“청년이 없다” 평택에 새로 정착한 청년 A 씨는 이렇게 말한다. 역설적인 말이다. 청년인구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데 청년이 없다니,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A 씨의 사정을 자세히 들어보면 어느 정도 공감이 된다. A 씨는 일자리 문제로 평택에 왔지만, 자신과 비슷한 또래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할 기회는 생각보다 적었다고 말한다. 자신과 비슷한 성향과 취미를 가진 모임을 찾아봤지만 그런 모임 자체가 드물었고, 특히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 모임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친목과 취미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뿐 아니라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고 청년들이 모여 단체행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 청년 커뮤니티 자체도 부재한 것으로 보였다. 평택에서 청년단체를 조직해 활동하고 있는 B 씨는 최근 들어 활동을 지속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의욕 있게 단체 활동을 이끌어나갈 청년을 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지역 청년커뮤니티 자체가 구성돼 있지 않다 보니 활동과정에서 도움을 받거나 호응을 유도할 방안에도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평택시의 청년공간이 부재한 상황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현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청년카페를 운영하거나, 청년단체와 협업을 통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평택시에는 관련 여건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역에서 청년들이 교류하고 소통할 기회가 제한되다 보니 새로 정착한 청년은 평택에 애착을 기르지 못하고 지역사회의 역동성을 높일 수 있는 청년 활동의 폭도 제한되고 있는 모습이다.

“청춘이 없다” 평택에서 태어나고 자란 청년 C 씨는 평택에서는 청춘의 ‘낭만적인 삶’을 살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소년만화에나 나올 법한 C 씨의 말이 철없는 소리로 들리기도 했지만, C 씨를 비롯해 주변 청년들의 고민과 경험을 들어보니 그런 푸념이 이해됐다. C 씨와 주위의 친구들은 평택 이외의 지역에서 대학을 진학하거나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타 지역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기회들을 접하다 보니 평택 밖의 지역에서 꿈을 펼칠 마음을 먹게 됐다고 한다. C 씨는 드라마 ‘스타트업’을 즐겨본다고 했다. ‘스타트업’에서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청년 ‘달미’와 ‘도산’이 스타트업에 뛰어들어 열정과 성장의 스토리를 그려나간다. 그들이 창업을 이뤄나가는 곳은 ‘한국의 실리콘밸리’인데, C 씨가 스타트업을 꾸려 나갈 ‘실리콘밸리’가 평택이 될 수 있을지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청년들이 평택에서 영감을 받고, 도전할 수 있게 만드는 여건에도 부족함이 존재하는 것 같다. 최근 통계청과 국회미래연구원이 발표한 ‘대한민국 행복지도’에 의하면 평택시의 여가 행복지수는 D등급으로 229개 시·군 중 165위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는 인구 10만 명당 문화기반시설 수가 D등급, 인구 10만 명당 도서관 수 D등급, 인구 1000명당 체육 관련 여가시설이 E등급으로 나타났다. 어떤 자극을 받고, 어떤 색깔을 얻는지에 따라 그려볼 수 있는 인생의 그림이 크게 달라질 청춘들에게 평택시가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 평택시 제1기 청년네트워크 발대식
▲ 평택시청년창업지원센터 입주식

 

■ 지방자치단체의 특색 있는 청년정책

청춘의 삶을 풍만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2019년부터 ‘우리동네 청년공간 청년-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 청년사회 문제에 공감하는 카페들을 발굴해 청년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소통 위주의 공간을 창출한 것이다. 단순히 공간을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청년들을 모집해 다양한 동아리·소모임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네 곳의 청년단체를 선정해 모두 9개소의 ‘청년-라운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쿠폰을 지급하고, 이들을 중간코디네이터로 삼아 청년커뮤니티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청년-청년’은 물론 ‘청년-행정’의 소통체계를 만들어내 지속해서 청년생태계를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상남도는 청년 유출 대책으로 ‘청년 친화도시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상남도는 2018년 한 해에만 1만 명 이상의 20~30대가 다른 지역으로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경남 청년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문화·여가 부문에 대한 지원 부족이 인식돼 시·군 차원에서 공모를 받아 청년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남해군 ‘청년이 그린 보물섬 남해’와 거제시 ‘오늘의 청년, 내일의 거제를 만들다’ 프로젝트를 최종 선정해 시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남해군은 남해에 거주하거나 이주를 희망하는 청년 예술가와 기획자들에게 활동 공간과 활동비를 지원하는 ‘청년작가 자발적 유배 프로젝트’와 여행·살아보기·이주 고민·정착으로 이어지는 청년 정착 패턴에 따라 6개월~1년간 남해 살아보기를 지원하는 ‘청년 촌라이프 실험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거제시는 청년과 거제시가 공동으로 적립해 청년들의 자산형성 토대 마련을 위한 ‘청년씨앗통장 사업’, LH 한국토지주택공사와 농협, 거제시가 협업을 통해 사용하지 않는 농협시설 등 지역 유휴공간을 활용해 청년 인큐베이팅 공간을 조성하는 ‘청년문화창업공간 조성’, 한 달간 공동체 생활을 통해 또래 간 개인의 고민과 성장, 계획을 함께 나누는 ‘청년 갭먼스 마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도시가 취약할 수 있는 문화진흥 사업을 기반으로 청년들의 공동체 활동 경험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평택시의 청년정책이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 통복전통시장 청년숲 프리마켓
▲ 평택시 청년과의 간담회

 

■ 청년이 지역에 애착 갖게 해야

평택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모든 청년이 “평택을 벗어나고 싶다”거나, 아쉬움만을 표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역사회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원하거나 특히 이공계에 진학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앞으로도 평택에서 살아가고 싶다고 답한 이들이 많았다. 다만 어느 방향의 답을 하던 공통으로 말하는 ‘부족함’이 존재했다. 다른 청년들과 교류하고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사회·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무엇보다도 청년들이 목소리를 모으고 구체적인 정책 시행으로도 연결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평택시 차원에서도 이러한 맹점을 파악하고 나름의 정책 지원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6월 ‘평택시 청년 기본 조례’가 제정된 이래 청년의 평택시정 참여와 정책제안 활성화를 목적으로 ‘평택시청년네트워크’가 구성돼 운영되는 한편, 청년의 고민과 어려움을 청취하기 위한 ‘청년과의 간담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또 지역의 첫 청년공간인 청년지원센터가 설계를 마치고 내년 개소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들이 체감하는 현실과 개별 정책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특히 행정 부처에서 지원책을 마련해도 일반 시민들이 정책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접근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가령 청년·청소년 프로그램의 경우 지역 문화센터나 취업센터 등지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찬’ 지원 프로그램과 체험·교육들이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행정 부처와 물리적 거리가 존재하거나 홍보 부족 등으로 널리 활용되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다. 개별 정책을 새롭게 마련하고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존에 시행되고 있는 지원 프로그램들과 시민들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내실화 면에서도 청년정책이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 올해 ‘평택시청년네트워크’ 제1기가 활동을 마치면서 청년 인적 네트워크의 형성 등 소기의 성과를 이뤘지만, 구체적인 정책 도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 밖에 ‘산업단지 내 4차 산업 기업 유치를 통한 청년 일자리 확충’, ‘지역 맞춤형 직업교육 프로그램’ 등의 정책이 추진되었지만, 사업시행자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정책 시행이 부진하거나 실제 수혜 정도에서 한계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었다.

청춘이 빛나기 힘든 시대다. 성공의 약속도, 안정된 미래를 그리는 것도 힘들어진 청년들에게 코로나 시대의 도래는 안 그래도 불안정한 청년들의 빛을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 지역사회가 나서야 한다. 평택시라는 배경이 청년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변화할 때이다. 무엇보다 청년이 지역에 애착을 가질 수 있게끔 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롭게 정착한 청년은 지역에 애정을 갖지 못하고, 자라난 청년은 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신성장 도시’로 나아가고 있는 평택시가 진정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청년을 비롯해 이 땅에 살아가는 모두가 이곳을 사랑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청년이자 평택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평택시가 ‘모두가 꿈꾸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길 응원하고 지켜보겠다.

 

▲ 글·임성재
청년단체 ‘라곰’ 회원
편집·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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