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이 반복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시급하다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K‘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은 이미 지난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결국 제정되지 못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 청원에 한 달 만에 10만여 명의 국민이 동의했다. 국회에서는 정의당 강은미 의원안 외에 더불어민주당 이탄희·박주민 의원안,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안까지 제출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1월 10일까지 열리는 12월 임시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목표라고 한다. 새로 만드는 제정법이라 거쳐야 할 필수 과정이 많고 여러 가지 검토해야 할 사항이 상당히 많은 법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상임위를 통과하고 나서도 부결된 법안이 2건이며, 임기만료 폐기는 47건이나 된다. 결국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기약이 없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기업 경영책임자와 안전보건에 대한 관리감독·인허가 권한이 있는 공무원을 처벌하기 위한 법이다. 약 1년 반 전 수원의 한 건설 현장 승강기에서 떨어져 세상을 떠난 故 김태규 노동자를 고용한 건설회사는 1심 선고 당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안전보건 총괄책임자로 현장소장과 현장차장만 같은 법 위반으로 각각 실형 1년, 10월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사용승인을 받지 않은 승강기에서 발생한 사고였지만 승강기 제조업자도 벌금 500만원만을 선고받았다.

현실은 이처럼 중대재해가 발생했더라도 회사는 수백만 원의 벌금만 선고받을 뿐이고, 현장의 책임자들만 실형을 선고받는다. 다만, 그 실형마저도 잘 선고되지 않는다. 보통 집행유예다. 그러니 기업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지도 않으니 생명과 안전이나 예방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처벌이 약하다 보니 기업 활동에 전혀 지장이 없다. 그러다 보니 중대재해 재범률은 97%에 이른다. 

한 해에 약 2400명, 하루 7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21년째 산재사망률 1위인 현실을 정부와 국회에서는 언제까지 지켜만 보고 있을 것인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의 경영책임자에게 노동자와 시민들에 대한 생명안전에 관한 의무를 부과해, 이를 위반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기업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이다. 당연히 재계는 반발한다. 기업을 못 한다느니, 과잉처벌이라느니,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를 든다. 하지만, 경영책임자가 노동자와 시민에 대한 최종 의무를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영책임자는 노동자들을 일하게 해 시민을 상대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아 이윤을 남기고 그 수익은 오롯이 자신이 가져간다. 자신이 사용한 노동자들과 물건, 서비스를 구매한 시민의 안전이나 생명은 나 몰라라 하는 것이 경영책임자의 자세는 아닐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와 시민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호 의무를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다. 그 명확하게 규정한 의무를 위반하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전보호 의무를 위반한 공무원 역시 국민에 대한 의무를 저버렸으니 처벌받는 것이다. 정쟁의 대상도 아니고 더 이상 기업 눈치 볼 일도 아니다. 지금도 누군가 소중한 목숨을 잃고 있고 유가족들은 애가 끓는다. 현재 국회에서 단식 농성 중인 사람들이 있다. 또 다른 김용균, 이한빛과 같은 희생이 반복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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