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를 덮친 와중에도 한해가 가고 어느새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다시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예견하는 가운데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많은 것들이 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삭막한 미래는 상상하기도 싫지만 세계를 덮친 코로나의 위력을 눈으로 지켜보았으니 그저 잠자코 수긍할 밖에요. 

지난날의 소소한 일상들이 사라진 지금, 일상의 고독에 적응하지 못한 몸과 마음도 많이 지친 것 같습니다. 코로나에 정신없이 휘둘리다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니 미처 따라오지 못한 영혼들이 저 만치서 지친 몸을 이끌고 걸어오는 것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속도를 줄이고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지친 영혼들이 따라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넘어지면 다시는 달리지 못할 것 같아 힘겹게 달려왔던 올 한해가 주마등처럼 스쳐가니 왈칵 눈물이 날 것도 같습니다. 

2020년은 참으로 지난하고 힘든 한 해였습니다. 낯선 병균과 싸우는 것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고통 받는 주변 사람들을 대책 없이 바라보아야 하는 것, 그리고 함께 위로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어쩌면 코로나19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에게 신이 주신 가장 가혹한 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메르스 때처럼 몇 달이면 끝나겠지 했던 것이 어느새 한 달, 두 달 지나다 일 년이 되었습니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가 몇 달 사이 진정되었던 메르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코로나는 우리의 모든 일상을 바꿔놓았습니다.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유령처럼 지나다닙니다. 여행은 고사하고 사람과 편하게 만나 밥을 먹을 수도 없는 그야말로 상상할 수 없었던 역사의 시간들을 우리는 지금 힘겹게 건너가고 있습니다. 

자가 격리라도 되면 그마저도 묵묵히 홀로 견뎌야 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갈수록 시급해 지고, 어린 자식을 키우거나 나이 드신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하는 가장의 마음은 자못 헤아리기조차 두렵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을 살아내야 하고, 자녀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하고, 직장에서는 후배들을 위로해주는 역할도 해내야 하고, 늘 걱정을 안고 사는 부모에게는 씩씩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것이 병균이든 우리의 변화된 환경이든 코로나가 한 순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코로나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그것은 서로를 배척하는 것일 수도 있고 서로 힘을 합쳐 헤쳐 나가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선택은 오로지 우리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며칠 전, 지인이 사진 한 장을 보냈습니다. 도로 옆에 세워진 나무가 쇠로 만든 가림막을 휘감아 올라가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적응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생각했는데, 적응은 그런 게 아니라 주변을 끌어안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는 문자도 함께 전했습니다. 서로를 끌어안는 적응이라니, 나는 그 행간에서 많은 고통을 인내한 후의 깨달음과 눈물을 봅니다. 위기의 시간일수록 서로의 아픔을 끌어안고 위로하면서 다시 성장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지인의 문자를 보며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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