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무진/요다출판사

 

 

   
▲ 최가현 사서
평택시립 배다리도서관

어느 날, 북극 자기장의 이상 현상으로 백두산이 폭발하고, 회색빛 화산재가 한반도를 뒤덮었다. 식인 바이러스까지 창궐한 이 땅에서 아내와 여섯 살 아들과 살아남기 위해 동민은 안전지대 대구까지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난다. 

여정은 보란 듯이 험난하다. 비감염자라면, 비감염자이고 더욱이 아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개개 식인자들, 반정부 단체를 표방하며 집단으로 살육 식인 하는 일당, 감염자 색출이라는 명분으로 거침없이 민간인을 집단학살하는 정부군까지 동민이 넘어야 할 산은 끝이 없다. 서울 동호대교-잠실을 지나, 여주-충주-문경을 거쳐, 낙동강-금오산을 넘어, 대구에 이르기까지 40여 일간의 생존 여정이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서울도 벗어나기 전 동호대교에서 예고보다 빠른 포격으로 아내를 잃은 동민은 아내가 남긴 목걸이를 쥐고, 어린 아들을 125리터 캘티 배낭에 숨겨 다시 남하한다. 식인 감염자, 살육과 식인을 일삼는 반정부 단체, 감염자 색출이라는 명분 아래 민간인을 학살하는 정부군을 피해 죽음의 문턱을 뛰어 넘는 40여 일간의 이야기를 다뤘다. 

차무진 작가는 2010년 소설 <김유신의 머리일까?>로 데뷔했다. 2017년 작품 <해인>은 미스터리적 색채와 문학적 깊이, 정밀한 역사성을 어우른 독특한 서브컬처 작품으로 한국 장르문화의 또 다른 영역을 제시했다고 평가 받은 바 있다. 

<인더백>은 2019년 11월에 출간된 작가의 네 번째 장편소설로 이전 작품들 보다 대중성과 문학성을 고루 갖추었다는 평을 받았다. 전직 게임 개발 디자이너 출신이라 그런지 탄탄한 스토리와 역동적이고 잔혹한 전투묘사, 세밀한 인물 설정으로 작품에 몰입을 이끈다. 

이 흡입력은 상상력을 자극하여 머릿속에 영화처럼 그려지는데, 이미 영화판권이 계약되었다니 이후 원작의 영화 상영도 기대된다. 비슷한 좀비물 한국 영화로 ‘부산행’이 떠오르는데, 도덕과 이성이 사라진 아비규환 속에서도 자식을 위해 본인의 몸을 사리지 않는 부모의 사랑이 전해진다는 점이 닮았다. 주인공 동민은 영웅적 존재로 표현되지 않고, 평범한 아버지로서 보편적 부성애가 위기에 빛을 발하는 위력을 보여준다. 

이 책은 반전의 반전으로 결말을 쉽게 짐작할 수 없다. 한국 전쟁, 한반도의 이데올로기 문제, 권력 집단의 부패 등 한국적 상황 설정으로 현실감과 사회성을 더한다. 종말적 세상이라는 지옥 속에서도 끊임없는 인간의 생존 욕구와 빛나는 휴머니즘이 돋보였던 <인더백>이다.

“세상이 이토록 지저분한 것은 각자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그런 것이리라. 만약 누군가가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한다면 그는 소중한 것을 지키고 있다는 뜻이리라. 선과 악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에게는 그저 각자 소중한 무엇만 존재할 뿐. 아이가 그에겐 그런 존재였다. 아무리 세상에 대고 대답을 물어도 세상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대답했다. 아무리 원망해도 합리를 보여주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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