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존중의 사회’가
되기를 염원하며
함께 걸을 것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35년 전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지난해 10월 20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자신의 복직을 촉구하는 원로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저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말씀하셨던 문재인 대통령님, 저의 해고는 여전히 부당합니까? 옛 동지가 간절하게 묻습니다”라며 복직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간절한 호소에도 지난해 12월 31일 그의 복직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0일 김진숙은 ‘해고 없는 세상’이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길을 나섰다. 부산에서 서울 청와대까지. 그의 복직을 촉구하는 리멤버 희망버스 기획단 5명이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노숙 단식을 30일간 하고 있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를 위해 고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씨를 비롯한 산업재해 유족들이 국회에서 농성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뭐라도 해야겠다며 두 번째 암 수술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방사선 치료도 미루고 병상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한 것이 오늘로 22일째다. 2월 7일까지 청와대로 가는 것이 목표다. 하루에 걷는 거리는 11~13㎞, 월요일 빼고 주 6일을 걷는다. ‘희망뚜벅이’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 걷고 있는 이들은 약 50명가량. 이 중에 해고된 분들이 많다. 

한진중업공의 첫 민주노조 위원장이었던 박창수가 의문사한 이후 손배가압류와 노조 탄압에 맞서 진행한 고공농성 129일째 되는 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주익과 그의 죽음을 괴로워하다가 자결한 곽재규. 김진숙은 이렇게 네 명의 동료를 35년이라는 해고기간 동안 떠나보내야 했다. 김진숙은 이들의 넋이 깃든 공장에 출근해 그들을 기리고 싶다. 쥐똥이 나오던 급식에서 이제는 달라져 있을 공장 구내식당에서 동료들과 식사를 하고 본인의 의지에 의해 회사 문을 나오는 것이 그의 소박한 희망이다.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진중공업 매각과 이에 따른 노동자들의 고용불안도 그를 길에 나서게 했다. 2011년 한진중공업 구조조정에 맞서 타워크래인에 올랐던 그때의 심정이기도 하다.

21살에 용접공으로 입사. 25살에 대의원이 되어 어용노조의 문제를 알렸다고 대공분실에 끌려가 3회에 걸쳐 고문과 회유를 당하고 그해에 해고됐다. 2003년에 노사협상을 통해 해고자 복직이 이뤄졌으나 유일하게 김진숙만이 전경련에서 반대한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2009년 해고의 부당성을 인정해 회사에 복직을 권고한 바 있으며, 지난해 9월 25일에 다시 같은 권고를 내렸다. 부산시의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에서도 김진숙 복직 촉구 특별결의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복직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진숙을 비롯한 희망뚜벅이가 1월 31일 오전 11시 성환읍행정복지센터에서 출발해 평택역까지 행진을 이어간다. 이후 2월 2일 오전 11시 평택역에서 진위역으로 향한다. 나는 그와 함께 묵묵히 작은 여정이라도 응원의 길을 걸을 것이다. 김진숙이 돌아가야 할 한진중공업이 매각돼 또 다른 정리해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듯, 우리 평택지역 쌍용자동차에서도 매각과 이에 따른 정리해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아가 김진숙이 자신이 걷는 또 다른 이유로 말했듯, 이 땅의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고 더 이상 산업재해로 죽는 노동자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노동존중의 사회’가 되기를 염원하며 함께 걸을 것이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맞서 309일간 타워크레인에서 농성했던 김진숙이 희망버스로 위안을 얻었듯이. 그리고 우리가 더 큰 위로가 되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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