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새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외되지 않은
새로운 온溫택트 시대가
되기를 바란다

 

▲ 김윤숙 사무국장
평택시수어통역센터

5년 전 한국수화언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밝히기 위해 제정된 ‘한국수화언어법’이 이제 빛을 발하는 것인가? 지난 2018년 6월 28일 평택시수어통역센터는 ‘제1회 한국수어의 날 기념식’을 진행했다. 당시 ‘한국수화언어법’에는 한국수어의 날이 지정되지 않았다. 한국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알리고 농인과 한국수화언어 사용자의 언어권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매해 마다 ‘한국수어의 날 기념식’을 기념했지만, 우리만의 축제에 불과했던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예상치 못한 일상 속에 농인사회에도 큰 파장이 일어났다. 정부가 “질병관리본부는 1월 20일 오전에 중국 우한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해외유입 확진환자를 확인하였습니다”라고 브리핑했을 당시 한국어와 한국수어를 동시에 발화했기 때문이다. 일부 TV 채널에서만 볼 수 있는 소식을 3개 공영방송에서 볼 수 있었고, 이는 농인이 볼 수 있는 선택권이 많아진 셈이었다.

“덕분에 챌린지를 하려고 하는데 손바닥을 위로 하나요?”, “수어 할 때는 마스크를 안 쓰는 이유가 뭐예요?”, “수어통역을 하면 자막은 없어도 되는 것 아닌가요?” 수어가 소수언어로 소외되고 보편화되지 않았던 예전에 비해 이러한 관심도 참 좋은 방향이다. 정부 브리핑을 할 때마다 옆에서 수어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분이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더욱 대중화된 덕분이기도 하다. 그 이면에 수많은 농인의 삶과 수어통역사의 애환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소리 없는 세상과 부딪치며 살아가는 농인의 삶 안에는 농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이웃, 직장동료, 수어통역사, 우리 모두가 포함된다. 이제는 알아야 한다. 수어는 이미지가 아닌 삶이고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언어다. 최소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물론, 평택시에는 농인의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수어통역센터가 있다. 하지만 평택시에 등록된 청각·언어 장애인 수는 점차 증가하고 1명의 통역사가 동시다발적으로 통역을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수어통역은 수어를 음성으로, 음성을 수어로 전달하는 것만이 아닌 농인의 삶을 이해하고 사회복지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챌린지’의 상징성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수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2020년 12월 22일 ‘한국수화언어법’ 전문이 개정됐다. 전문을 보면 ‘2월 3일을 한국수어의 날로 하며, 한국수어의 날이 속한 주간을 한국수어 주간으로 정한다’라고 고시돼 있다. 이로 인해 한국수어 사용권리를 신장하고 한국수어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고취되길 바란다. 코로나19 종식을 바라며 지내왔던 지난 1년, 이제 언택트 문화가 자리 잡아가면서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2021년 신축년 새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외되지 않은 새로운 온溫택트 시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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