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청년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주거 정책 방향이
논의될 수 있길…

 

 

▲ 임성재 회원
청년단체 라곰

“그런 집은 늬들이나 실컷 살라구” 얼마 전 웹툰 작가 ‘기안84’가 연재하는 ‘복학왕’에 공공임대주택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문제된 회차에는 등장인물이 ‘행복주택’과 ‘임대주택’에 대해 “선의로 포장만 돼 있다. 그런 집은 너희들이나 실컷 살라”고 언급하는 장면이 담겼다. 공공임대주택이 풍자의 대상이 되면서 비판과 옹호도 이어졌다. 저소득층과 사회초년생 등 주거 취약계층이 주로 거주하는 공공임대주택을 산속의 허름한 ‘그런 집’으로 표현하는 것은 실거주자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강화할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고, 실패한 부동산 정책과 공공주택의 현실을 적절히 지적했다는 옹호도 이어졌다.

청년 주거문제가 사회적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2019년 한국도시연구소가 통계청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청년가구의 17.6%인 45만 565가구가 주거 빈곤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등 열악한 환경의 가구가 주거 빈곤에 포함된다. 청년층이 열악한 주거환경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높은 임대료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이 지난해 4월 주요 대학가의 33㎡(10평) 이하 원룸 월세를 조사한 결과 평균 임대료는 52만 원이었다. 일정한 소득을 가지기 힘든 청년들에게 수십만 원에 달하는 월세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청년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향의 정책과 취약계층을 타깃으로 하는 공적 영역에서의 개입은 분명 효용이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경우 당장의 ‘살 자리’를 구하기 위해 감당해야 할 임대료가 큰 짐인데, 그 짐의 일부분을 국가나 지자체가 대신 지어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공공임대주택의 입지적 측면은 개선돼야 할 점이 존재한다. 일부 공공임대주택들의 경우 주요 도심지나 교통시설과 떨어진 곳에 있는 경향이 있다. 또 전용면적 등 주거의 질적인 면에서도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공공임대주택을 ‘좀 그런 집’, ‘니가 가라 공공임대’ 등으로 비하할 만한지는 의문이다. 주거문제가 시급한 청년 등 취약계층에 당장의 ‘살 자리’를 공급한다는 사업 본연 취지를 생각했을 때 입지 등 일부 한계점만을 이유로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실체 없는 편견을 더 강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얼마 전 청년주택에 새롭게 입주한 지인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기대보다도 깔끔하고 쾌적한 시설에 놀란 마음이었는데, 청년주택 건너편에는 “생존침해 받는 주민… 청년주택이 웬 말이냐”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필자의 눈에는 누구보다도 건강한 청년들이 좋은 보금자리를 얻은 것으로 보였는데, 생존권 침해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쉽게 답을 찾지 못했다.

사회초년생들이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이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계층은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리고 있다. KB 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0억 312만원으로, 2년 새 2억 원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임대주택을 꼬집은 ‘기안84’도 송파구 한 건물을 46억 원에 매입해, 1년 만에 14억 원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지의 장막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국민주거 향상의 중책을 맡은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공적 부문에까지 만연한 부동산 투기 풍조가 주목받고 있다. 주택 문제는 이 땅위에 살 수 있는 기본적 권리와 연결되는 만큼 사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논의되고 추진돼야 한다. ‘비난을 위한 비난’이나 ‘정치적 공세’가 아닌, 진실로 청년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주거 정책 방향이 논의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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