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도움을 받아
민주화를 이뤘듯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관심을 두고 연대해야 한다

 

 
▲ 김해규 소장
평택인문연구소

영국 출신 켄 로치 감독의 ‘랜드 앤 프리덤’은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1920년대는 사회주의를 비롯한 다양한 진보사상이 유행했다. 제국주의의 침략과 압제를 받는 국가뿐 아니라 제국주의 국가 내에서도 이상적인 국가, 이상적인 사회를 위한 투쟁이 전개됐다. 1930년대로 접어들면서 대공황의 영향으로 파시즘이 기승을 부렸다. 파시즘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일본처럼 대공황의 파고를 넘지 못한 후진 제국주의 국가에서 발생했다.

1930년대 중반 스페인은 진보세력과 파시즘이 충돌한 대표적인 지역이었다. 선거를 통해 민주정권이 수립되자 프랑코를 비롯한 군부파시즘이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내전이 발생했다. 스페인내전이 발생하자 전 세계 진보주의자들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스페인으로 달려갔다. 정의正義와 자유自由를 위한 국제적 연대連帶였다. 스페인내전에서의 연대는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그 뜻은 숭고했다. 켄 로치의 영화는 실패의 원인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보기보다 연대의 가치와 의미를 강조한다.

지난 2월 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2015년 민주적인 선거로 1962년부터 계속되어온 군부독재를 종식시켰고 2020년 11월 선거에서도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NLD 민주주의 민족동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자 군부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미얀마는 정부와 군부가 이원적 통치를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군부 최고 책임자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고 군부 내에서 자체적으로 임명한다. 그런데 민주정부가 수립되면서 군사독재 시절에 만들어진 군부의 권한을 축소하려고 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쿠데타를 주도한 인물은 흘라잉 최고사령관이다. 2017년 전 세계를 경악시켰던 로힝야족 학살사건의 주범이다. 필시 군부 뒤에는 오랜 군사독재 기간 군사정권과 결탁하며 특권을 누려온 재벌과 특권층이 있을 것이다.

미얀마 민주세력은 군부쿠데타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1980년 광주에서, 1987년 전국의 민주화시위현장에서 우리가 보여줬던 투쟁의 방식이 미얀마의 거리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군부의 하수인인 경찰의 언론탄압과 언론통제, 발포, 무차별 폭력도 우리가 익히 경험했던 바다. 얼마 전 경찰의 총탄에 숨진 19세 소녀 치알 신의 죽음은 전 세계를 슬픔에 빠뜨렸다. 전남도청을 끝까지 사수하려다 숨진 윤상원 열사, 시위 도중 연세대 앞에서 최루탄 파편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를 떠올리게 하는 죽음이다. 그의 티셔츠에는 ‘모든 게 잘 될 거야’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번 시위에는 사회적으로 억압되었던 여성들도 뛰쳐나왔다. 택시기사들도 경적을 울려 시위에 동참했다.

근대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 된 프랑스혁명의 ‘박애博愛’ 정신은 인류애人類愛, 다시 말해서 ‘정의로운 연대’를 의미한다. 우리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전 세계 민주화운동세력, 인권운동세력의 도움을 받았다.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는 목숨을 걸고 광주의 실상을 취재해 전 세계에 알렸다. ‘Amnesty International 국제사면위원회’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투옥된 민주인사들을 구제하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줬다. 세계기독교단체의 연대와 지원, 세계 노동단체, 농민단체의 연대와 지원도 우리나라가 민주화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성경에는 ‘의義를 위하여 핍박 받는 자는 복이 있다’고 했다. 의義를 위해 연대하고 자유롭고 평등하며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은 이 세상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일이라고 했다. 우리가 국제사회의 지지와 도움을 받아 민주화를 이뤘듯 우리도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에 관심을 두고 연대해야 한다. ‘의義’로운 연대連帶로 미얀마에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미얀마에 치알 신이 꿈꿨던 민주세상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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