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신의 인권이
존중 받는다고 느낄 때
공동체를 신뢰하고
공동체에 적극 협력한다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경기도가 도내 외국인 노동자와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를 대상으로 3월 8일부터 22일까지 15일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시행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경기도 사업장에서 일하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해 모든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며 이에 따르지 않으면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감염 발생 시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더 나아가 경기도는 지난 3월 16일 사업주를 대상으로 ‘외국인 근로자 채용 전 진단검사 실시’ 행정명령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가 대내외 반발로 인해 3월 18일 이를 철회했다. 경기도의 이번 조치는 명백한 차별이자 인권침해였음이 분명하다. 경기도에서 발표했던 ‘외국인 근로자 채용 전 진단검사 실시’ 행정명령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진단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된 외국인 근로자만 신규 채용할 수 있으며, 행정명령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시행한다는 것이었다. 외국인은 입국 후 자가 격리 기간을 거친 후 검사를 받고 사회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에 양성판정을 받은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국내에서 감염된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만 대상으로 채용 전 진단검사를 강제하는 것은 외국인이 감염원인 것처럼 낙인찍기 효과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이주단체들을 비롯한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결국 경기도는 이미 외국인 고용 사업주와 근로자에 대해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시행했고, 서울을 비롯한 많은 지자체도 잇따랐다. 무리한 행정명령으로 인해 주말 검사 가능한 인원이 600여 명인 선별진료소에 2000여 명 이상이 몰려 ‘검사 받으려다 감염’될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했다. 외국인 전수조사를 하고도, 추가로 채용 전 진단검사를 강제하는 것은 우리 사회 최약자인 이주노동자들에게 코로나19 3차 유행의 책임을 돌리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조치였다.

법무부마저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버스터미널, 전철역 등 주요 교통요지를 중심으로 이동 자체 캠페인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3월 16일 밝혔다. 현재 방역지침 상 이동 자제는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조치임에도 외국인을 특별히 거론한 것 자체가 이주노동자들이 방역지침을 준수하지 않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정부 정책에 대응하거나 반대하기 쉽지 않은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차별적 행위를 코로나19 방역이라는 이유로 용인하게 된다면, 그다음은 사회적 약자 중에 또 다른 소수자들이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 사회에서 가장 약한 존재에 대한 혐오는 또 다른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를 불러오게 된다. 그렇게 혐오가 확산되면 결국 공동체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

경기도를 비롯한 정부에서 더 집중해야 하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실현될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위생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최악의 기숙 환경, 사업주들의 작업 관리 행태 등에 있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방치한 채 이뤄진 행정명령은 차별적이고 행정 편의적 정책과 다른 바가 없다.

인권과 방역은 상충관계가 아니라 상보적 관계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권이 존중 받는다고 느낄 때, 공동체를 신뢰하고 공동체의 안녕을 위한 여러 조치에 적극 협력할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공적 책무를 담당하는 일선 공무원들이 이러한 인식을 망각한다면 인권도, 방역도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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