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피해와
다양한 갈등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기를…

 

▲ 임윤경 대표
평택평화센터

지난 주말, 군산을 다녀왔다. 오랫동안 평화활동을 해온 문정현 신부님이 ‘군산평화박물관’ 건립을 위한 설명회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현장 활동가들. 군산평화박물관은 어떠해야 하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미군기지 확장반대운동과 기지로 인한 문제들을 기록하고 남긴다는 것. 기지라는 문제를 내 문제로 인식한다는 것. 정답은 없지만, 박물관을 이용할 사람들이 판단하게 될 기록들을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그리고 ‘기록’과 ‘기억’이란 화두가 그곳에 온 모두에게 던져졌다.

‘기록’과 ‘기억’, ‘80년 광주’ 이후 기억은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깨닫게 됐다. 그 청문회에서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일 없다”고 발뺌하던 인물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당시 청문회에서 확인됐던 증거 기록 파괴와 은닉은 진실을 은폐하고 기억을 조작했다. 그리고 세월호. 우린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를 외쳤다. 사실,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이 우리에겐 너무 많다. 2000년대 들어서만 봐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부터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평택 미군기지 확장으로 붕괴한 공동체와 강제 이주로 뺏긴 삶터 등등… 기록돼야 할 것들은 너무도 많다.

얼마 전, 한국문헌정보기술이란 곳에서 찾아왔다. 찾아온 이유는 간단하다. 평택에 주한미군 관련 박물관이 지어진다고 한다. 2022년까지 주한미군 관련 역사 기록물들을 디지털화하고 2024년 준공 예정이라 전한다. 한국문헌정보기술은 평택시 용역단체로, 박물관과 관련해 평택 미군기지 관련 자료만 취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기지 관련 자료 공유와 기증에 대한 협조 요청을 위해 온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타 지역 단체들로부터 평택미군기지 관련해서 한국문헌정보기술이란 곳에서 자료를 모으고 있다는 내용과 관련 자료를 넘겨줘도 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있던 터였다. 이래저래 궁금했던 것들이 많았던 터라 기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평택이란 지역은 미군기지라는 특수한 시설이 두 곳이나 있어, 기록의 문제에 있어서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미군기지 관련해서 지역 공동체의 기억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특히, 미군기지 확장으로 360만 평의 땅을 제공하도록 강요받았고, 평생 일구어온 땅을 빼앗긴 주민들의 상처는, 여전히 누군가에겐 회자되지 말아야 할 불편한 그 무엇으로 남아있다.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우리. 박물관 속 미군기지 관련 기록은 어떻게 담길까.

지역에서 일어났던 있는 그대로의 기록은 개인은 물론, 공동체의 잘못을 성찰하게 하고,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한다. 지역박물관의 기록들이 지역의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그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평택시 행정부는 고민해야 한다. 지역 공동체의 기억들은 사진 한 장이나 영상, 다량의 자료 수집으로 모아지는 것이 아니다.

미군기지와 70년을 이웃하며 살아온 지역주민들의 모습, 미군기지 확장반대운동과 기지로 인한 문제들. 지역공동체가 기억하는 미군과 기지 모습들 그리고 박물관에 펼쳐질 미군기지 관련 기록물들. 지역 공동체의 기억을 어떻게 기록하고 담아내느냐는 평택시 행정부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진정 미군기지와 이웃하며 살아온 지역 공동체의 역사가 구경거리가 되지 않기를, 기지로 인한 주민 피해가 ‘타인의 고통’으로 비치지 않기를, 미군기지로 발생한 다양한 갈등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기를, 주한미군 관련 박물관 건립에 앞서, 평택시 행정부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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