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통/한겨레출판

 

▲ 김정은 사서
평택시립 팽성도서관

작가의 이름은 김보통이다. 특별히 뛰어나거나 다른 이보다 앞설 필요 없이 그냥 ‘보통’이면 된다는 뜻인가 보다. 김보통의 글은 이름처럼 소박함이 묻어있다. 보통의 삶을 추구하듯이 그의 글에는 더함도 덜함도 없이 덤덤하게 삶을 직관한다. 올곧고 선한 시선으로 사람과 삶, 타인과 나를 바라본다. 그래서 그의 글엔 늘 진심이 담겨 있다.

책의 첫 글 ‘행복은 바나나’를 보면, 그에게 행복이란 바나나와 같다. 흔하디흔한 바나나 말고도 세상엔 얼마나 많은 과일이 있는데 바나나만 좋아하냐는 아버지의 핀잔에 세계 각국의 유명한 과일을 먹어보지만, 그가 내린 결론은 하나다. ‘그것은 역시 바나나였다.’ 누군가에게는 쟁취하고 싶은 그 무엇이 나에게 만족을 주지 못한다면…, 남들은 아니라고, 보잘 것 없다 말하지만 나에게 행복을 주는 것, 바나나만 있으면 된다. 그것이 인생의 행복이란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작가, 사람! 멋지다!!

<수능 이후의 세계>의 김보통과 그 시절의 나는 닮아있다. 원하는 대학에 떨이지고 방황하던 20대 초입에 겪어본 첫 좌절, 그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자괴감, 부끄러움…. 작가는 인생의 분기점에서 늘 휘청거리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능을 마친 시점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너는 쉽게 불행해지거나, 순순히 행복해지지 않을 거라고. 인생은 그저 맥락 없이 흘러갈 뿐이다.”

<말벌의 비행>을 보면 같은 의미가 읽힌다. 헝가리 자전거 여행 중 본의 아니게 말벌 통을 밟게 되고, ‘으아아아아아!’ 비명과 함께, 뇌의 80퍼센트 기능을 사용하여, 죽을힘을 다해, 심정적으로 음속을 돌파하며, 신호도 무시하고 달리고 달린다. 다행히 쫓아오는 벌은 없다.

“살면서 예측하지 못한 시련에 부딪쳐 고난을 겪을 때마다, 나는 ‘말벌 통을 박살낸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하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대부분의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정말로.”

인생은 맥락 없이 흘러가고 인생의 대부분의 일은 아무것도 아니니 지금의 고민, 아픔, 걱정…, 툴툴 털고 지금, 오늘의 삶에서 행복하자! 작가의 당부가 마음에 담긴다.

이 책은 ‘시작하며’의 글처럼 ‘잊혀지는 것들에 대한 인사’다. <말 태워주던 할아버지>, <결핍과 분배의 문제>, <흙에서 살리라>, <형제 이발소> 등을 보면 잊혀질, 유년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잊혀지는 것들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그렇기에 잊힐 준비를 한다고 한다.

“이 책은 시대의 흐름 때문이건, 필연적인 과정의 결과이건 ‘이쯤에서 퇴장하겠습니다.’라는 작별 인사도 전하지 못한 채 사라져야 했던 것들에게 보내는 뒤늦은 인사입니다. 이미 인사를 받아줄 대상은 모두 사라져 홀로 손을 흔드는 꼴이라 조금 서글프지만, 산다는 것은 대체로 그런 법이지요.”

‘산다는 것은 대체로 그런 법이지요.’를 읽고 또 읽었다. 이만큼 나이 들어 삶을 생각해 보면 인생은 정답이기도 하고 정답이지도 않는 ‘그런 법’으로 굴러간다. 인생은 대체로 힘겹고, 대체로 행복하고, 대체로 그런 법이다. 거창한 주제의식 없이 일상의 언어로 깊은 울림을 주는 글이 곳곳에 있으니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오늘의 책으로 진심을 담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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