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가치를 생각하고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고 신뢰해
학교 공간 조성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 공일영 소장
청소년역사문화연구소

“학교 공간을 보고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보이는 학교 공간이 건축적으로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 공간에 담긴 가치를 본질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성철 <학교공간의 가치> 中

최근 학교 공간 혁신이라는 주제로 많은 건축가의 학교 공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으며, 교육부를 중심으로 학교 공간 재구성 움직임이 각 시·도 교육청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김혜정은 ‘건축을 읽는 7가지 키워드’를 본질, 관계성, 소통, 공간, 기술과 권력, 무의식, 건축가로 정의하고 있다. 문화를 담는 그릇인 건축의 본질, 건축이 세상과 관계 맺는 방법, 세상과 이야기 나누는 방법, 삶이 어떻게 건축이 되고, 건축이 진화하게 만드는 힘인 기술과 권력, 무의식이 만들어낸 건축의 꼴과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건축가로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학교가 갖는 건축으로서의 의미는 무엇일까? 과거 학교는 지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한 지역 문화의 집합체이며,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디딤돌이자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시민을 양성하는 요체였다. 오늘날의 학교도 그 의미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과 학교에 요구하는 사항의 변화는 있다. 교육보다는 보육, 인성보다는 성적, 공감보다는 무관심이 팽배해지고 있지만, 결코 무시할 수도 없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의 변화를 반영해 학교공간의 탈바꿈이 필요해진 것이다.

Schola에서 School이 유래한 것처럼 고대의 학교는 교양을 습득하고 즐기는 곳이었으나 차츰 인문교육을 중심으로 종교나 문학 등이 다뤄지고 산업화 시대가 되면서 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한 전문 지식을 습득하는 곳으로 변해왔다. 위기가 기회라고 했던가?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활발해지고 학교라는 공간적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성냥갑으로 표현되는 대한민국 학교구조 디자인과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은 점차 변해가고 있지만 역시 속도는 느리다. 공간의 변화보다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학급당 학생 수도 줄이지 못하고 있으니 무엇을 바라겠는가. 낭비되는 교육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조금만 규제를 걷으면 아낄 수 있는 예산이 너무나 많다. 교육 주체의 협의를 통해 변화를 꾀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가 돼야 한다.

학교 옥상을 이용해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그 전기를 활용해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을 설치하고, 지역주민과 나누고, 운동장 유휴공간을 학교 숲으로 조성해 구성원들의 건강권을 지켜주자. 교육에 더해 보육을 요구하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효과적으로 운영하면 된다. 출산율 저하로 급격히 줄어드는 학생들을 학급당 인원수를 줄이면 적극적이고 깊이 있는 관찰을 통해 보다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학생의 입장에서 학교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전과 모험의 공간이며, 성인이 되어서는 추억과 그리움의 공간이다. 개개인에게 다가오는 학교의 기억과 감정은 다양할 수 있으며, 학교에 대한 기대와 요구사항 또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속해있는 구성원들이다. 그들이 만족하고 행복해한다면 학교가 해야 할 역할을 다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의 가치를 생각하고,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더욱 경청하고 신뢰하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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