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발굴해 평가하고
문화재로 보존·관리하려면
전문성을 갖춘 학예사나
전문위원 배치가 시급하다

 

 
▲ 김해규 소장
평택인문연구소

문화재文化財는 기억의 유산이다. 평택역사의 근거이며 증거물이다. 우리는 문화재를 통해 과거를 여행한다. 기록과 문화재마저 없다면 우리는 과거를 배우고 오늘을 성찰할 수 없다. 그래서 문화재는 소중하다. 오늘 우리에게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후손들에게도 소중하다.

지난 몇 주 동안 대동법시행기념비 문화재보호구역 훼손문제가 지역사회의 화두話頭였다. 평택시의회에서는 비지정문화재 파악과 보존문제를 제기했다. 문화재는 지정문화재와 비지정문화재로 분류한다. 또 유형문화재와 무형문화재로 구분되기도 한다. 지정문화재는 국가지정, 도道지정, 시市지정 문화재가 있다. 평택시에는 국가지정문화재가 4개다. 심복사비로자나불좌상과 만기사철조여래좌상, 원릉군원균선문공신교서는 유형문화재이고, 우리가 자랑하는 평택농악은 무형문화재다. 경기도지정문화재는 경기도유형문화재 제40호 대동법시행기념비를 비롯해서 23개가 있다. 도지정문화재는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문화재자료로 구분한다. 도지정 무형문화재에는 우리에게 조금 낯선 자수장, 서각장, 지화장, 평택민요가 있다. 시지정문화재는 ‘향토유적’이라는 명칭이 붙는데 모두 8개다. 제1호가 원정리봉수대이며, 정도전사당, 충의각, 원균사당, 신숙주 영정 및 감실주독 등이 시지정 문화재다.

시지정 문화재는 그동안 기준과 분류가 모호했다. 더구나 1999년 신숙주 영정과 감실주독이 지정된 뒤 지금껏 단 한 건도 지정된 사례가 없다. 지정기준과 분류의 모호함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조례 개정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이에 평택시에서는 ‘평택시 향토문화재 보호조례’를 개정해 2018년 8월 7일 자로 시행했다. 개정된 향토문화재 보호조례는 평택시의 문화재를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향토유적, 민속문화재로 분류했다. ‘근대문화유산’이 빠진 것이 아쉽지만 진일보한 조례다. 하지만 향토문화재 보호조례가 개정되고도 문화재 신규 지정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석정리장성, 오룡동줄다리기처럼 훼손이 심각하고 보존관리가 시급한 문화재마저 외면 받고 있다.

이처럼 평택시 문화재정책이 난맥상인 것은 담당 공무원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다. 평택시 문화예술과에 문화재담당 공무원은 1명이다. 문화재 관리나 연구, 지정은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만 담당공무원은 이 분야와 무관한 것으로 안다. 더구나 필자가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업무량이 너무 많다. 차분하게 조례를 검토하고 지역문화재를 살피며, 비지정 문화재까지 돌아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문화예술과에 역사를 전공한 전문직을 배치하는 것이다. 경기남부 대부분의 자치단체에는 학예사나 전문위원과 같은 전문직을 두고 있다. 수원시의 경우는 문화예술과에 2명의 학예사를 배치하고 있는데, 학예연구사들은 전문적 영역만 담당하고 시설관리는 일반 공무원들이 담당한다. 더구나 수원화성의 경우는 ‘화성사업소’를 따로 두어 문화재관리와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안양시도 문화예술과에 학예사와 임기제 전문위원을 두고 있다. 과천시는 그동안 학예직을 두지 않았다가 최근 문화재담당 학예사 채용공고를 냈다. 화성시도 학예사와 전문위원을 두고 있다. 학예사나 전문위원을 배치한 자치단체의 문화재관리나 문화재 조사·연구의 질이 다르다는 것은 각종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필자는 평택시 문화예술과에 전문위원 배치를 권고한다. 역사나 문화는 전문적 영역이다. 기존에 파악된 것만 보존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발굴해 가치를 평가하고 문화재로 지정해 보존·관리하려면 전문성을 갖춘 학예사나 전문위원 배치가 시급하다. 대동법시행기념비 문제나 비지정문화재 문제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문직 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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