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 근무 중 사고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 불량·안전관리 미흡 등 문제
대책위 기자회견, 산재사망 재발 방지 인식 확산해


 

 

인력업체 소속으로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에서 근무하던 대학생 이선호(남·23세) 군이 산업재해로 사망하자 산재사망사고 관련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선호 군은 지난 4월 22일 오후 4시 10분경 평택항 수출입화물보관창고 앞에 있던 ‘FRC 개방형 컨테이너’에서 나무합판 조각을 줍던 중 300㎏ 무게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졌다.

‘이선호군산재사망사고대책위원회’와 유족에 따르면 당시 작업은 원청업체인 동방 소속 지게차 기사 A 모 씨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

사고는 다른 지게차 기사 B 모 씨가 나무합판 조각을 정리하던 이선호 군을 보지 못한 채 반대편 컨테이너 날개를 접으면서 발생했다. B 씨가 지게차로 한쪽 날개를 접자 반동에 의해 이선호 군이 작업 중이던 반대편 날개가 접힌 것이다.

당시 나무합판 조각을 정리하던 개방형 컨테이너는 안전핀이 제거된 상태였으며, 정상적인 컨테이너는 안전핀을 제거하더라도 반동에 의해 반대편 날개가 접혀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고 현장에는 신호수가 배치되지 않았으며, 현장 작업자의 보호구 착용 등에 대한 안전관리도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직후 결성된 ‘이선호군산재사망사고대책위원회’는 지난 5월 6일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 운영동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선호 군 사망사고 진실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고의 문제점으로 ▲3월부터 이뤄진 업무 통폐합 ▲전반적인 안전관리 미흡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 불량 ▲원청인 동방의 무리한 작업지시 ▲사고 현장을 목격한 외국인 노동자 방치 등을 꼽았다.

이선호 군 아버지인 이재훈(62세) 씨는 이날 기자회견 현장과 이선호 군의 빈소 앞에서 “저도 인력업체 소속으로 8년간 해당 현장에서 일해 왔다. 아들은 군 전역 후 아르바이트 식으로 일하고 있었다”며,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까지 대화를 나눴던 아들이 사고를 당한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정신을 잃었다”고 밝혔다.

또 “현장을 발견했을 당시 관계자들은 바로 119에 신고한 것이 아니라 윗선에 보고하고 있었다.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 가는데 119 신고가 아닌 윗선에 보고하는 말도 안 되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해당 작업을 지시한 원청 직원은 자신은 작업 지시를 한 적이 없다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해당 직원이 빈소를 찾아 용서를 빌 때까지 아들을 보낼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 이선호 군 산재사망과 관련한 보도가 잇따르자 동방, 해양수산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 기관 관계자와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등 정치인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평택지방해양수산청장 등 해양수산부 측 관계자들은 유족의 거부로 조문을 하지 못했으며 대책위와의 대화에서 사고가 일어난 해당 부두는 민간두부여서 모든 권한과 책임이 동방에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특히,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4월 28일 해양수산부장관이 평택항에 방문했을 당시 이 사건에 대해 보고를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곧 퇴임하는 장관이기 때문”이라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정의당에서는 여영국 대표와 박창진·김응호 부대표, 류호정·강은미 국회의원이 참석했으며, 사건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송영길 대표와 홍기원 국회의원, 김현정 평택을지역위원장, 이윤하·이종한·유승영·김승겸 평택시의회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당 차원에서 대책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5월 12일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마린센터에서 당 최고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해당 사안과 관련해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진보당에서도 김재연 상임대표와 신건수 경기도당 대표, 윤경선 수원시의회 의원 등이 방문했으며 “산업재해를 막는 길이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평택경찰서는 사고 현장 CCTV 녹화 영상을 통해 집중 수사를 펼치고 있으며, 목격자들과 원청·하청 업체 안전관리 책임자들을 상대로 한차례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평택시 안중읍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선호 군 빈소는 5월 11일 기준 20일째 유지되고 있다. 빈소는 이선호 군 유족과 친구들, 이선호군산재사망사고대책위원회가 지키고 있다.

이선호군산재사망사고대책위원회는 경기공동행동, 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 정의당 경기도당, 진보당 평택시지역위원회, 평택농민회, 평택비정규노동센터,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평택청년플랫폼 피:움, 평택평화센터, 흥사단 평택안성지부, 재단법인 와글, 더피플, 한국비정규노동네트워크 등 13개 단체로 이뤄졌다. 대책위원회는 오는 5월 14일 평택경찰서장과 이번 사건 관련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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