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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칼럼-시한부 인생
안호원 박사  |  webmaster@ptsi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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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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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고유의 명절인 ‘설’ 을 맞이하면서 어린아이 어른을 막론하고 누구든지 들뜬 마음이 된다. 또 이때가 되면 고향을 찾는 차량들이 새벽이 밝아오도록 빨간 실선으로 줄을 잇고 잠도 잊은 채 달려가고 있다. 특히 설날 아침이면 조상들의 넋을 기리며 차례를 지내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부모, 형제, 친지, 친우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덕담을 나누면서 복 된 한 해가 되기를 서로가 기원한다.
어느 누구든 지각(知覺)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간혹 자기 스스로에게 인생의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어떻게 하면 덜 후회스런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꽁꽁 얼어붙은 자신을 돌이켜보기도 한다. 간혹 이 같은 마음에서 자신에게 수도 없이 질문을 던져보지만 나약한 인간인 우리로서는 명쾌한 답을 구할 수는 없다.
백년을 산다 해도 짧은 세월이련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을 잊고 산다. 그래서 늘 오늘인 것처럼 세상을 그렇게 산다. 사실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야 할 시한부 인생을 사는 자연의 한 생명체이다. 그래서 영원 할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삶은 조금씩 죽음의 길로 다가가고 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죽음’ 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아무리 돈 많은 재력가도, 하늘을 나는 새를 떨어뜨리는 권세가도, 아는 게 많은 지식인·학자도, 가난한 이들까지, 모두 죽음을 거역 할 수 없을뿐더러 그 누구도 대신 할 수도 없다. 요즘 같은 세상에 줄을 서서 기다리지도 않는다. 그 같은 사실에도 불구, 많은 사람들은 시한부 인생인 자신의 신분을 잊은 채 영원히 살 것처럼 탐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하루하루의 삶을 잠식하며 죽음의 길을 향해 가고 있다.
모든 인간은 이 땅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에 대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음을 알면서도 불행하게도 자신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는 보지 못하고 남의 일처럼 무관심하다. 늘 한 해가 시작될 때면 모든 사람들은 지난 일들을 잊어버린 채,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부푼 꿈에 빠진다. 문제는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웠다 해도 죽음이라는 그림자는 나이에 따라 순차적으로 오지 않는다는데 있다. 오늘 밤이라도 죽음의 세계로 떠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어쩜 우리는 ‘죽음’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고, 또 동행할 수도 없기에 두려운 마음이 되는 지도 모른다.
이 땅에 종교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죽는 문제’ 때문일 것이다. 종교는 곧 죽음 때문에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 어느 종교도 죽음의 본질을 현실적으로 풀어내고 만족한 해답을 던져주지 못하고 있다. 단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은 원대한 신(神)의 계획에서 이루어진다는 일방적인 해석으로 그 비밀을 다독이고 있을 뿐이다.
90년대 초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재학 중 세브란스병원에서 1년간 인턴(임상 목회:상담)과정을 밟을 때가 생각난다. 이 때 암병동을 맡았는데 죽음을 앞 둔 환자들과의 상담을 통해 너무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죽음에 대한 분노와 함께 떠나는 순간까지 고통에 시달리며 가족들을 애타게 하는 이들, 의연하게 죽음을 아름다움으로 맞이하며 염려하는 이들을 지켜보면서 늘 가슴 아파하고 회의감에 빠져 보잘것 없는 인간의 한계를 느끼며 괴로워한 적이 있다.

만약이지만 자신이 내일 교수대에 설 사형수가 되어 있다고 가정한다면 현재의 심경은 어떨까? 이 경우 아마도 ‘열’에 ‘열’ 모두는 지난날들의 삶에 대한 후회와 함께 자기에게 새로운 삶이 주어진다면 정말 1분을 1년 같이 소중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다. 죽음이 예정된 시한부 인생, 인생의 끝이 있기에 우리는 슬픔이란 것을 알고 사랑하는 부모, 형제, 벗들을 잃는 이별의 아픔으로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그런 죽음이기에 우리는 이 땅에서 살 동안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최선을 다하고 떠날 땐 미움도, 슬픔도 결코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살아있는 동안, 생명이 있는 한 나보다는 남을 위한 삶으로 이 세상을 밝고 맑은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유대인들의 인사말 중 ‘샬 롬’이라는 말이 있다. 히브리어로 ‘샬 롬’은 ‘안녕’, ‘평화’를 뜻하는 인사다. 특히 유대인들은 장례식 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때 샬 롬이라는 인사를 한다. 이는 영원히 떠나보내는 이와의 작별이기도 하지만 죽음과 삶을 동등하게 바라보는 마음의 평화를 뜻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사랑하는 사람이 이 땅에 남아있는 이들의 미래를 풍요롭게 해주기를 기원하는 뜻도 담겨 있다는 것이다.
기왕지사 시한부인생, 약속된 죽음인데, 사형수 같은 마음으로 이웃을 생각하고 베풂과 사랑으로 소중한 삶을 사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세익스피어는 “자갈 덮인 해안을 향해 파도가 이는 것처럼 시간은 끝을 향해 빠르게 흘러간다”고 한탄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죽음이 갑자기 찾아와 반성할 기회마저도 없었다면 그 죽음은 괴롭고 슬픈 죽음일 수밖에 없다. 죽어서까지 남에게 비난을 받고 욕을 먹는 가엾은 죽음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우리는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을 잊지말자  “샬 롬” “샬 롬”

   
 
深頌 안호원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YTN-저널 편집위원/의학전문 대기자 역임
사회학박사(H.D), 교수, 목사
평택종합고등학교 14회 졸업
영등포구예술인총연합회 부이사장
한국 심성 교육개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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