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재개정해야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지난 4월 22일 평택항 부두에서 일용직 노동자인 아버지와 함께 컨테이너 하역 일을 하던 만 23세 이선호 군이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가 넘어지면서 300㎏에 달하는 그 날개에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게차와 같은 중장비를 이용해 작업할 때에는 안전 관리자가 입회하거나 신호수를 배치해야 하지만 당시 그러한 조치는 없었다. 노동자를 현장에 투입할 때 진행돼야 할 사전 안전 교육도 생략됐다. 물론, 안전모 지급도 없었다.

어처구니없는 이러한 사고는 왜 발생하는가? 노동안전과 관련된 비용을 줄여 회사 이익을 남기는 후진적인 기업 경영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안전 관리자를 입회시켜 노동안전에 만전을 기울이기 위해서는 안전 관리자를 채용해야 한다. 기업은 그것을 추가 인건비로만 생각한다. 신호수 배치도 역시 기업 입장에서는 낭비되는 인건비인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현장에서 물량이 늘어나 한 사람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워도 인원 충원은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두 사람이 할 일을 한 사람이 하게 해 노동 강도는 더욱 더 높아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전 관리자가 미리 작업 계획을 세우고 그 작업 계획에 따라 이뤄지는지 감시하고 그 작업이 다 완료된 다음에 또 다른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는 체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경영진이 내리는 작업 지시는 언제나 최대한 빨리 업무를 완수하라는 것이지 노동안전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진행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고에서도 기존에 분야별로 진행되던 작업을 회사에서 ‘효율’이라는 미명 아래 올 3월부터 업무를 통폐합하면서 노동 강도는 강해지고 인력 충원에 대한 요구는 아무렇지 않게 묵살되면서 빚어졌다. 기존에 평택항 세관에서 동식물 검역 하역 업무를 하던 이선호 군이 처음으로 개방형 컨테이너 고정핀 해체 작업과 청소 작업에 투입됐고 이날 사고를 당하게 됐다. 과연 업무 통폐합이 없었다면 이선호 군이 위험한 개방형 컨테이너 작업에 투입이 됐을까?

더욱이 인건비를 아낀다며 정규직이 해야 할 일을 끊임없이 비정규직을 만들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위험한 일을 전가한다. 즉, 위험을 외주화, 죽음을 외주화하는 것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현장에서도 원청이 하청에 안전 관리를 맡기고, 하청은 인력 공급 업체를 통해 비정규직 인력을 공급받아 작업이 진행됐다. 지게차가 2대 동원됐는데, 한 대는 원청 소속 기사로 정규직 노동자가, 또 다른 한 대는 원청 지입차 기사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각각 운전했다. 현장 관리자는 원청으로부터 하청을 받은 하청회사 소속 직원이었다. 이렇게 원청과 하청이 복잡하게 섞여서 작업이 이뤄지니, 일용직 노동자들은 원청과 하청 관리자들의 지시를 받으면서 작업을 진행해 안전과 관련된 통제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하청 직원은 이 일을 하라고 작업 지시를 내리고, 일용직 노동자는 그 지시에 따라 일을 하고, 원청 직원은 그 지시가 내려진 지도 모른 채 다른 작업을 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그러니 세계 경제 규모 10위권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로 한 해 2400여 명이 사망하고 있고 21년째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산업재해 사망률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으로 이뤄낸 경제 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지금부터라도 노동안전에 사용하는 비용이 낭비되는 비용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마땅히 사용해야 할 필수 지출이 돼야 한다.

제2, 제3의 이선호 군과 같은 죽음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업 재해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즉, 원청이 위험을 하청 업체로 외주화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또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재개정해야 한다. 지금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에나 시행된다. 그것도 50인 이하 사업장과 50억 원 이하 건설 공사 사업장은 3년 후에나 시행된다. 더욱이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되지도 않는다. 우리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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