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평택은
사활을 걸고
‘이건희컬렉션’
유치에 나서야

 

 
▲ 성주현 소장
평택박물관연구소

세계 반도체가의 명성을 이룬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평소 문화재와 미술품을 수집·소장했다. 이른바 ‘이건희컬렉션’으로 불린다. 이건희컬렉션은 문화재를 포함해 미술품 등 2만 3000여 점으로 지난 4월 28일 국가에 기증했다. 이건희컬렉션은 미술사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컬렉션의 규모와 가치에서 전례가 없는 ‘세기의 기증’이라고 불린다. 

이번에 기증된 미술품은 모두 1488점으로 유영국, 이중섭, 유강열, 장욱진, 이응로, 박수근, 변관식, 권진규 등 국내 작가와 모네와 달리 등 외국 작가의 작품들이 포함됐다. 이 중에는 일반에도 널리 알려진 이중섭의 ‘황소’,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도 있다. 이들 미술품은 전시 측면에서 기존 국립미술관이 수용하는 데 상당한 한계를 지니고 있어 새로운 미술관 건립이 절실한 실정이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기증 정신을 잘 살려서 국민들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자”며,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또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장관도 “현재 수장고도 부족하고, 이번 기증을 계기로 문화재 기증이 가속될 가능성도 있다”며, 미술관과 수장고 건립 검토를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에 별도 전시실을 신설하거나, 새로운 미술관을 건립할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미술관 신설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미술계를 비롯한 각계의 의견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6월에는 이른바 ‘이건희컬렉션’과 관련한 미술관 신설 방침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전, 인천, 수원, 의령, 세종, 용인, 오산 등 10여 곳의 지자체가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난 5월 13일 평택시도 이건희컬렉션을 전시할 ‘이건희미술관’ 유치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평택시 관련 부서에서는 후보부지 물색과 지역 정치권, 문화예술계와의 협력방안 마련에 나섰다.

평택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 위치한 상징성 외에도 주한미군의 70%가 상주하는 미군기지와 경기도 유일의 무역항을 보유하고 있는 국제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어 유치의 최적지로 충분하다. 더불어 평택시는 인구 55만의 대도시로 면모를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미래 100만 국제 평화도시로의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접근성에서 평택시는 수도권으로서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2시간 이내 접근이 가능한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춘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로 볼 때 평택시는 기증한 유족의 뜻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건희미술관’을 건립할 최적지로의 명분과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건희미술관’ 유치는 평택시 외에 삼성과 관련이 있는 또 다른 지자체에서도 나름 명분을 내세워 적극 유치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과열된 현상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평택시에서는 유치위원회 구성, 시민 유치 서명 활동, 학술포럼, 사생대회 등 향후 더욱 공개적이고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건희컬렉션 기증에 대해 일부에서는 곱지 않은 인식도 있지만, 신설되는 ‘이건희미술관’은 그동안 개인 소장을 넘어 국민이 함께 향유할 기회이기도 하다. 더욱이 문화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평택은 사활을 걸고 유치에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